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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구(琉球)와 대만(臺灣)의 예화(例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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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1
琉球[유구]와 臺灣[대만]의 例話[예화]
 
 
2
이 비슷한 例話[예화]는 남양 방면의 海島[해도] 도처에서 발견되는 바니, 이를테면 臺灣[대만] 토인 아미族[족] 간에 행하는 이야기에,
 
 
3
옛날에 마체체라는 사람이 개울 가에 가서 고기를 잡다가 우연히 미끄러져 물속으로 들어간 채로 급한 물에 쓸려서 바다로 나가버렸다. 소리를 질어 「사람 살리라」 하여도 오는 이가 없으며, 죽이거나 살리거나 하느님이 알아 하십시오 하고, 물결 가는 대로 둥둥 떠 다니고 있었다.
 
4
얼마 만에 귓가에서 사람들의 들레는 소리가 나므로 눈을 떠서 보니 어느 틈 어느 섬에 와서 닿고 해변에서 허다한 사람이 들레고 있었다. 마체체가 한번 기운을 내어 헤엄을 쳐서 해변으로 올라가니, 그 섬에는 남자는 없고 여자만 사는데 마체체를 보고 우와하고 달려들어서 제각기 남편을 삼을 양으로 팔 붙드는 이, 다리 잡는 이, 각을 뜨다시피 하여 홀란하게 꾸민 궁전으로 마체체를 떠메어다 놓고, 珍羞盛饌[진수성찬]을 가져다가 다투어 대접을 하였다.
 
5
여기는 바라이산이라 하는 女人國[여인국]인데, 마체체가 한참 동안은 꿈인 듯 취한 듯 정신 없이 여기서 行樂[행락]을 하다가, 세월이 가매 고향 생각이 나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루는 해변으로 나가서 한숨을 쉬고 있노라니까, 어디서 왔는지 커다란 고래 한 마리가 나와서 「무슨 수심을 그리 하느냐?」하므로 마체체가 제 소회를 말한즉 「걱정 말라, 내가 태워다 주마」 하거늘, 마체체가 크게 기뻐하여 섬 여인들에게는 몰래 얼른 고래 등으로 올라타니, 고래가 물결을 박차고 순식간에 고향의 해변으로 태워다 놓았다.
 
6
그 섬에 머무른 것이 잠깐 동안으로만 알았더니, 와서 보니 고향의 광경이 일변해버리고, 집에는 사랑하는 처자도 간 곳 없고 낯 모르는 사람이 살며, 동리로 다녀 보아도 아는 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중에도 늙수구레한 사람을 붙들고 마체체가 자기의 지낸 일을 이야기 한즉, 그 중에 한 사람이
 
7
「옳소 옳소, 어렸을 때에 우리 할아버지 시절에 마체체라 하는 이가 개울에 나가서 고기를 잡다가 그만 간 곳이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법하오」
 
8
하는지라, 마체체가 이 말을 듣고 꿈인지 생시인지를 모르게 되었다.
 
 
9
하는 것과 또 하나,
 
 
10
옛날에 사다반이라는 사람이 하루는 해상에서 대로 엮은 떼를 타고 다니면서 고기잡이를 하다가, 근처에 섬이 있는 것을 거기 가서 점심을 먹으려 하여, 그리로 올라가서 불을 피우고 종다래끼 속에 잡아 넣었던 고기를 꺼내서 구우려 한즉, 탔던 떼는 멀리 가버렸고 정신 차려 보매 시방까지 섬으로 생각했던 것이 커다란 고래 등이었다. 깜짝 놀랐지마는 이미 措手足[조수족]할 수가 없으므로, 고래 등을 단단히 붙들고 있은즉 고래가 바닷물을 길길이 뿜으면서 나가는데, 가다가 섬 옆으로 지날 참에 사다반이 얼른 섬 옆으로 뛰어 내려 헤엄을 쳐서 그 섬으로 들어가니,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모두 여인네뿐이었다.
 
11
그날은 사다반을 곱게 데려다가 궁전에 두고 좋은 음식을 내어 오고 대접을 융숭히 하는 듯하더니, 이튿날은 어찌 된 셈인지 끌어내다가 도야지 우리에다 넣고, 먹을 것은 草根木實[초근목실]만을 주거늘 「무슨 탈이 있는 것이로군. 진작 도망을 해야 하겠다」하고서, 틈을 보아 우리에서 벗어져 나와서 해변으로 나오니, 마침 고래 한 마리가 떠 나오거늘 전후 사정을 말하고 고향으로 데려다 주기를 청한즉, 고래가 그러라고 하였다. 사다반이 고래 등을 타고 앉아서 대여섯 번 귀를 잡아당길 동안에 고향으로 돌아가기는 하였으나, 웬 셈인지 고향의 광경이 일변하고 아무도 사다반의 이야기를 믿는 이가 없으며 늙은이까지도 안다는 이가 없었다.
 
12
사다반이 곰곰 생각한즉, 그 전에 저 집 어느 귀퉁이에 숫돌을 묻어둔 일이 생각나는지라 동리 사람에게 이 말을 한즉, 사람들이 시험 삼아 거기를 파 보니 과연 숫돌이 나온 고로, 동리가 비로소 사다반의 말을 믿고, 세상에 기이한 일도 있음을 嗟嘆[차탄]하고 서로 이르기를, 그 고래에게 치사를 할 일이라 하여, 떡을 쳐서 떼에 담아서 해변에 내다주었다(시방도 조밭에 김을 맬 때에는 동리의 頭目[두목]이 鹽水[염수]를 타고 도야지를 잡고 떡을 쳐다가 개울물을 던져서 고래를 제사하는 풍속이 있다).
 
 
13
하는 것과, 이 밖에도 이 비슷한 이야기가 臺灣[대만] 토인의 여러 종족 간에 두루 행하고 있읍니다. 미개한 인민의 이야기라 떠들어 간 곳의 광경을 그린 것이 심히 간소하지마는, 그래도 살기 좋은 딴 세상, 곧 仙境[선경]이라 할 것임은 분명합니다.
【원문】유구(琉球)와 대만(臺灣)의 예화(例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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