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남이 쓴 것을 읽어도 일기는 재미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가 지낸 일을 자기가 기록해 둔 것이면 얼마나 더 재미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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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남이는 똑똑한 사람이라 매일 그 날 한 일을 일기책에 적어 두는데 12월치에는 이런 구절이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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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리가 많이 와서 낮에는 꽤 따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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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로 떠나신 아버지께서 경성에 내리셔서 어느 여관에 들어앉으셨겠다. 내가 전보를 친 것이 틀리지 않고 잘 들어가서 언니가 정거장까지 모시러 나왔는지 안 나왔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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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정거장에서 주고 가신 20전으로 철필 하고 잉크를 샀다. 철필은 생전 처음이건만 글씨가 잘 써져서 맘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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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학교에서 베껴 가지고 온 것은 뭐든지 다시 한 번 철필로 깨끗하게 적어 두겠다.
9
아버지께서 안 계시니까 밤중에 더 적적하였다. 효순이는 늦도록 자지 않고 아빠 아빠 하면서 방문 밖을 자꾸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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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습을 얼른 마치고 어머니 앞에 모여 앉아서 수수께끼 내기를 하였다.
12
날이 흐리고 눈이 오실 것 같기에 ‘눈이 오시면 눈사람을 만들마.’고 효순이하고 약속하였더니 눈은 오시지 않고 온종일 음산하고 춥기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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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돌아오는 길로 아버지께 답장을 써다가 넣었다.
14
오늘같이 추운 날은 객지 여관에서 주무시기 추우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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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간(此間 ; 이 사이) 17행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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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일기를 읽어도 이렇게 재미있으니 우리도 각각 우리의 일기를 쓰기 시작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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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그 날 한 일을 그 날 밤 자리 펴고 잘 때에 몇 줄씩 써 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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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7권 9호, 1929년 송년호, 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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