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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 음악에 대하여 -특히 가정 주부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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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12
홍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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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음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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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정』 1934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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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음악이라고 가정 이외의 곳에서는 연주하지 말라는 법이 없고 사회음악이라고 가정에 들어와서는 못 쓴다는 법이 없는 이상 일반 음악과 가정 음악을 구별할 만한 확실한 표준은 물론 없습니다. 서양 각국에서는 가정을 찬미하거나 모성을 찬양하는 소위 '홈 쏭'이란 것도 있기는 합니다마는 그러나 이것만이 가정 음악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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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종류의 음악을 물론하고 그것을 연주하거나 그것을 들어온 집안이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면 이것은 다 같이 가정 음악이 될 수가 있을 것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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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생각할 것은 가정이라는 것은 아무리 큰 가족이 사는 집안이더라도 그 가족의 수효가 어떤 정도까지 제한되어 있고, 또 그 거처하는 장소도 대개는 조그마한 방인만큼 가정에서 연주되는 음악이란 적은 규모의 간단한 것이 가장 적당한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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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는 한 집안 식구가 두 사람만 되여도 반드시 그 중의 한 사람쯤은 음악을 할 줄 아는 것이 보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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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탈 줄 알거나 또 혹은 그 외의 무슨 특별한 악기를 장난할 줄 알거나 합니다. 그러므로 어떤 집안에던지 음악 소리가 떠날새 없으며, 또 이러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라면 찾아오는 손님들도 대개는 음악을 아는 까닭에 한 가족이 모이거나 두 가족이 모이거나 사람이 적으면 적은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악기에 맞추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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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이백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정에서는 대개 고상한 음악, 가령 '마드리갈'이라고 하는 노래를 흔히 부르고, 또 두 세 사람으로 조직한 적은 규모의 실내악을 연주하던 것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에 와서는 비록 서양에서라도 사회 생활의 모양이 몹시 복잡해지고 따라서 요순적 시대와 같은 한가로운 생활을 하고 지낼 수가 없게 되자 이러한 종류의 고상한 음악은 차차 그 자취를 감추게 되고 대개는 민요풍으로된 쉬운 노래나 유행가 같은 것이 일반적으로 성행되며 더구나 라디오니 축음기니 하는 기계 음악이 물밀듯이 가정으로 들어오게 되자 그네들의 가정에는 옛날에 보던 그런 예술적 광경은 사라져 버리고 오직 피곤한 몸과 맘을 위로시키기 위한 기계 음악이 판을 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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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까지도 농촌에 가 본다면 비교적 저급이나마 기계의 힘을 빌지 않고 자기네들끼리 소리를 하며 거문고를 타는 것을 보면 아무리 시대가 만드는 노릇이라고 하더라도 기계 음악보다는 사람의 손으로나 몸으로 아뢰고 노래하는 것이 좀더 가정적이오 인간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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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나라 이야기는 그만 두고 다음엔 우리네 가정 형편을 살펴보십시오. 오늘날 소위 신교육을 받았다는 가정의 주부치고도 노래 한마디를 똑똑히 부르는 분이 과연 몇 분이나 되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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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나 풍금이나, 혹은 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가지고 계신 집안이 몇집이나 되겠읍니까. 즐거운 가정을 만들기 위하여서는 무엇보다도 음악이 필요한 줄을 절실히 깨닳았다 할지라도 본시 배우지 못한 것이야 지금에 갑자기 어찌하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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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찐 부인네가 트레머리로 고치고서 음악 학교에 입학을 할 수도 없는 일이오, 또 피아노 같은 악기가 가정에 필요한 줄을 깨닫는다 하더라도 일 이백 원으로 못 사고 적어도 오백 원 넘겨 주어야 할 이 물건을 손쉽게 가져다 놓을 집안이 몇 집이나 됩니까. 그리고 보니 웬간한 악기는 경제의 형편이 넉넉지 못하야 작만해 놀 수가 없고 또 이것을 작만할 돈은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이용할 만한 사람이 없으며, 돈 들이지 않고 부를 수 있는 노래도 별로히 부를만한 소양이 없다고 보면 우리의 가정에는 음악이란 물건은 들어올 가능성이 도무지 없다고 할 수 밖에 없읍니다. 아무리 의가 좋지 못한 내외라도 음악을 들어가면서 말다툼 하는 이는 없을 것이오 아무리 억척스런 아이라도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우는 애는 보지를 못했읍니다. 이러하건만도 우리의 가정에는 생활의 양식이 되는 음악이 없고 보니 이 얼마나 쓸쓸하고 적적하고 비참하고 불행한 가정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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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도 말씀한 바와 같이 지금 당장으로 우리네 가정에 음악을 들어올 도리나 방법은 없읍니다. 이것은 오직 우리네의 자녀들을 교육시켜서 이 다음 시대부터나 행복스럽고 즐거운 가정을 꾸미도록 힘써 볼 일이지마는 그러나 우리의 자녀로 하여금 음악에 대한 이해성을 갖게 하려면 거기에는 또한 상당한 준비가 있어야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좋은 음악과 자주 접촉하여 그네들의 머리 속에 고상하고 아름다운 음악의 감수성을 길러 넣어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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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보면 우리네 가정에는 불가불 좋은 음악을 연주해서 들려줄 만한 음악가 한 사람씩이 필요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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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무슨 방법으로든지 이 음악가 한 분씩을 초빙해다 둘 수만 있다면 당장에 가정에는 화기가 돌고 어린이들은 춤을 출 것인즉 웬간만 하면 헐벗거나 굶지 않을 정도라면 이것만은 꼭 실행하시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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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에 말씀하려는 음악가라는 것은 곧 축음기를 가르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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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때늦은 사람들이라 지금에 새삼스럽게 어떻게 할 도리가 없거니와 이 축음기 한 대만이라도 가정에 있다면 그 기계의 힘을 빌어서라도 가정의 화락한 기분을 다소간 만들고 도울 수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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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 방법이 서양 사람들의 그것과 다르고 풍속 습관이 또한 같지 않은바 음악을 이용하는 방법도 물론 근복적으로 다르리라고 생각합니다. 서양 사람들은 흔히 라디오나 레코드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게 됩니다. 특별히 젊은이들에 있어서 그러하고, 또 친구들이 모인 때나 가족과 가족들이 모인 때에도 그러합니다. 좋은 음악은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이오, 마음이 즐거운 때는 춤이 나오는 것은 사람의 본능인 만큼 그네들의 이따위 장난은 여러 가지 의미로 보아서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네 가정에는 음악이 없었고 우리네는 춤을 출 줄 몰랐으니 우리가 남의 본을 떠서 반드시 춤을 추어야겠다는 것은 아니나 춤이 나올 만큼 기분을 유쾌하게 만든 그곳에 가정 음악의 중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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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정 음악이라고 춤추고 싶은 기분을 만드는 것만이 그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의 감정을 아름답게 만들고 성품과 뜻을 고상하고 깨끗하게하여 인격과 순정을 기르는데 음악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은 다시 두 말할 것도 없지마는 이같은 어려운 문제를 떠나서 생각하더라도 기쁠 때 웃고, 즐거울 때 노래를 하는 것이 사람의 인정이라면 즐거운 음악이 아뢰어지는 그 속에는 자연히 웃음과 화락한 것이 흘러나올 것이 아니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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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히 야만 미개한 민족들 사이에도 그네들에게는 음악이 있고 춤이 있읍니다. 기쁜 일이 있거나 즐거운 일이 있을 때에는 쇳조각 나무 조각 되는 대로 손에 잡고 북을 울려 가며 남녀노소가 춤을 추고 노는 것쯤은 것을 반드시 사교 땐스니 무엇이니 하는 그건 것만을 가르키는 것이 아니오, 본능에서 일어나는 한 가지 종류의 감정의 표현인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여러분 중의 늙은 내외분이나 혹은 부모를 뫼신 젊은 내외분이 손을 사로 맞잡고 춤을 춤다면 생각만 해도 해괴망측한 일 같지마는, 그러나 축음기에다 레코드를 걸어놓고 어린애들을 맞잡고서 빙빙돌며 뛴다면 어린애들은 얼마나 기뻐하겠으며 부모된 이들의 마음인들 얼마나 즐거웁겠읍니까. 이것도 역시 춤을 추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네 자신을 즐겁게 하고 우리네 자녀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노래도 부르며 춤도 추자는 것입니다. 말이 너무 길어지므로 이 문제에 대하여는 이만큼만 해 두고 다음에는 여러분의 참고가 되시게 하기 위하여 가정 음악으로는 어떠한 종류의 것이 적당하며 축음기를 사는 데는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는지 잠깐 더 말씀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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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나 가정 음악이라면 대개 민요를 토대로 한 음악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 이유는 민요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 민족의 감정에 잘 융합되는 까닭입니다. 따라서 이해하기에 쉬웁고 연주하기 쉬움으로 계급이나 지식 정도의 여하에 거리낌없이 공통적으로 즐길 수 있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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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 나라의 민요는 가정에 들여올 만한 것이 별로 없고 교육상으로나 도덕상으로 보아서도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들려 줄 만한 것이 못 되는 것이 큰 유감입니다. 그러므로 음악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분들이나 작곡에 뜻을 둔 분들이 하루바삐 훌륭한 새 민요를 많이 만들어 내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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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가정 음악으로는 센치멘탈하거나 멜랑코릭한 슬픈 정조를 띈 음악은 좋지 않습니다. 누구나 슬퍼하기 위해서 음악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이런 종류의 음악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서양에서도 대개 젊은 부녀자들은 흔히 애닮은 감상적 멜로디를 읊으기를 좋아하는 듯하며 특별히 조선 여자들은 한층 더 슬픈 노래를 즐겨하는 것 같읍니다. 바로 이점에 있어서는 자기 자신만을 표준하지 말고 가정의 기분이라든지 어린아이들의 교육이란 것에 유의하여 너무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시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일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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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가정 음악이라면 복잡한 것보다도 단순한 것이 더 효과적이오, 실제적 입니다. 만일 한 집안에 음악가가 있다면 물론 그 가정에서 듣는 음악은 따로 있을 것이지마는 보편적으로 일반 가정에 있어서는 복잡한 음악(가령 심포니 같은 것)은 이해하기에 힘이 들뿐만 아니라 가족적으로 즐기는 데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그 보다는 독창곡이나 바이올린 독주곡이나, 또는 춤 곡조, 자연을 그려낸 묘사악 같은 것들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음악의 분위기 속에서 자라난 사람들만이 사는 집안이라면 곡조를 선택하는 것도 역시 그 가족의 음악적 지식 정도에 따를 것이지오마는 지금으로부터 시작하여 음악을 즐겨보랴 하고 이것을 일상 생활에 이용하려고 하는 일반 가정에서는 들어서 아무 생각할 여지없이, 곧 이해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것이라야만 가장 효과가 크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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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만일 어린아이가 없는 가정이라면 별문제이겠으나 자녀를 가진 가정에서는 음악을 이용하는 데도 어린애들을 표준하여 그네들에게 가장 공명될 것으로 동시에 교육적 효과가 있는 것을 택하시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재래로 조선 사람들의 가정 생활이란 것은 언제나 어른을 표준하고 해 왔던 것입니다. 그만치 어린이들에게는 등한했을 뿐만 아니라 몹시 무시하고 학대해 온 까닭에 오늘날의 우리네 가정이란 애정이 없고 따뜻한 맛이 없고 즐거운 빛이나 화락한 기분이 없어서 어린애들이 십여세만 되면 밖에 나가서 놀 자리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늦은 밤중까지 어린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동무들과 놀게 되므로 자연히 못 된 버릇도 배우게 되고 어른의 눈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것을 생각할 때에 부모된 이들은 걱정이 여간 큰 것이 아니오 책임이 또한 얼마나 큰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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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여러분 중에 이러한 걱정을 가지신 가정이 있다면, 곧 이것을 실행해 보십시오. 축음기를 사시되 어린애 목으로 사 주신다는 것을 그 아이에게 말씀해 주시고 그 애가 좋아하는 레코드를 몇 장 사 주신 후에 날마다 저녁 밥상을 물리시고는 레코드를 걸어놓으시고 어린애의 손을 잡고 춤도 추고 장난도 해보십시오. 이같이 하여 밖에서 놀던 아이들을 집안에서 놀게하고 못된 장난이나 버릇을 배우는 시간을 좋은 음악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반드시 오래지 않아서 큰 효과를 보실 것을 나는 장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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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가정에서는 모처럼 축음기를 사다 놓고도 이것을 효과있게 이용하지 않고 때없이 아무것이나 걸어놓아 두고는 집안 식구들은 딴 일을 하는 적도 많습니다. 이것은 음악과 인연을 멀어지게 하는 습관을 기르기 쉬운 것입니다. 분주할 때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는 물론이려니와 한가한 때에라도 가족이 함께 모일때를 택하여 음악을 듣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가지고 듣는 것이 또한 필요한 것임을 항상 기억하십시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아무 준비 없이 딴 생각만 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은 움직일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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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한 마디만 더 쓰겠읍니다. 축음기를 사는 데는 어떠한 것이 제일 좋은가 하는것입니다. 이 문제는 물론 경제력에 관계되는 것입니다마는 음악을 참으로 감상하려는 분은 값은 좀 비싸더라도 전기 축음시(이삼백 원 정도)를 가져야 됩니다. 그러나 단지 가족적으로 위안을 받기 위하여서는 적은 것이나 큰 것이나 별 상관은 없지마는 아무리 값이 싼 관계라고 하더라도 이삼십원 이하의 신용 없고 이름 모를 회사의 제품만은 제대로 피하십시오. 이것은 기계의 고장이 쉽게 난다는 것보다도 그 음색이 좋지 못하여 이런 기계의 소리를 오랜 동안 듣고 보면 사람의 귀에는 좋지 못한 소리가 젖어서 음악의 오묘하고 아름다운 맛을 좀처럼 깨닫기 어려우며 어떤 때는 도리어 불쾌한 감정을 일으키는 적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보통으로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는 오십원 이상의 정도를 콜럼비아나 빅타를 사시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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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시간에 별로 생각한 것 없이 함부로 지꺼린 것을 독자 여러분께 미안히 생각합니다.
【원문】가정 음악에 대하여 -특히 가정 주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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