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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천하고 사람의 생활이 복잡해 가는데 따라서 전날의 우리네 생활에 필요하던 것이 오늘날에는 소용없이 되는 수도 있고,그와 반대로 지금까지 우리에게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던 것이 지금부터는 꼭 있어야만 되게 된 것도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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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생활에 있어서 음악이란 것이 말하자면 얼마 전까지는 그다시 중요시 되지도 않았고, 또 이러한 것은 없다손 치더라도 별로 불편을 느끼거나 고통을 깨닫던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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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 우리의 문화 정도가 점점 높아가고 생활의 모양이 점점 복잡해 감에 따라서 우리의 머리는 옛날 사람들과 같이 어떠한 한 방면에만 단순히 끌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와 같은 큰일에서부터 취미, 오락 같은 일에 이르기까지 그 생각하고 쓰이는 방면이 한없이 넓어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복잡한 사회 생활에 시달리고 고달파진 몸이 어떠한 기회에 어떠한 방법으로든 휴양과 위안을 얻으려고 하며 그 방법의 하나로 좋은 음악을 요구하는것은 필연의 사실이 아닐 수 없읍니다. 그러나 우리네의 가정 형편을 살펴 볼진대 생활 정도의 높고 낮은데 따라서 다소간 구별은 있을망정 대체로는 너무도 무미건조하고 단순하면서도 질서가 없어서 가정적으로 화평하고 단란할 만한 기분이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아무런 내용도 가지지 못한 것이 보통입니다. 그러므로 글 결과는 가장된 분이 피로한 몸과 마음을 휴양하고 다소의 위안이라도 받기위하여 혹은 극장에도 가고, 혹은 친구들과 거리로 방랑하거나 술집같은 곳에 드나들게도 되니 자연히 집안에 있는 때라고는 늦은 밤자리 속에 들어가 잠잘 때 밖에는 없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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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가정적이요 비가족적인 행동이나 습관은 물론 그 책임이 가장되는 분에게 더 많이 있을지도 모릅니다마는 얼마만큼은 주부되신 분에게도 없지는 않을 것이며, 어떠한 경우에는 차라리 대부분의 책임이 주부에게 있을 적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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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여기서 가정이 화락하지 못하거나 그 생활 내용이 빈약한 데 비하여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따져보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보다는 차라리 그 원인이 어디 있는지를 잘 생각해 보아서 우리의 생활 내용을 좀더 풍부하게 하고 우리의 가정을 좀더 화평한 낙원으로 만들 수 없을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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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말씀한 바와 같이 우리의 생활이 점점 복잡해지고 사회의제도나 문화의 정도가 높아가면 갈수록 거기에 적당한 생활 방법을연구해야 할 것은 다시 두말할 필요도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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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옷을 벗어버리고 양복을 입는다거나 쪽쪘던 머리를 풀어서 틀어올린다는 것만으로 우리의 생활이 개화했다거나 진보했다고는 못할 것이 아닙니까. 그보다도 생활의 내용에 드러가서 문화인으로서의 부끄러움 없는 생활을 한다면 비록 거죽 모양은 변하지 않았더라도 그이는 문화인이요 현대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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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화인으로서의 우리는 우리네 생활에 음악을 집어 넣어야하겠다는 것은 누구나 다 옳게 생각할 줄 압니다. 그보다도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는 음악이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도 어느 정도까지는 다같이 느끼는 일인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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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흔히 이러한 말을 듣씁니다. 의식(衣食)이 족한 후에 말이지 당장 먹고 살 것이 없는 몸으로 음악이란 다 무엇에 쓰는 것이냐.... 고. 옳은 말입니다. 먹고 살 것이 없는 처지에야 어느 겨를에 취미나 오락 같은 방면에 뜻을 둘 수가 있읍니까. 그러나 우리는 흔히 의식이 풍족한 사람에게서 의외로 그 생활 내용이 몹시 빈약함을 보게 될 때에 이른바 사람은 빵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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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리는 흔히 음악을 말할 때는 막대한 물질이 요구되는 것처럼 잘못 생각하는 일이 많읍니다. 물론 어느 정도까지는 물질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마는, 이것이 생활상 필요 불가결한 것이라고 생각만 하게 된다면야 비단옷 대신에 무명옷을 입고 밥 한 술을 적게 먹고서라도 좋은 음악을 들으러 간다거나 듣고 싶은 레코드 한장을 산다거나 하는 것쯤은 그다지 큰 고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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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람들은 단 세 식구만 살더라도 그중에 한두 사람쯤은 반드시 노래를 할 줄 알거나 악기를 장난할 줄 압니다. 그러므로 그네들은 저녁이면 온 가족이 한 방에 모여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여 화락한 가정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마는, 음악이 없는 우리네의 가정에서는 저녁밥이 끝난 뒤에 긴긴 밤을 무엇으로 즐겁게 보낼것이 있읍니까. 온종일 피곤한 몸과 마음을 무엇으로 유쾌하고 즐겁게 만들겠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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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네의 어린이들이 저녁에 동무집으로 놀러 돌아다니는것을 나무라고 걱정합니다마는, 그렇다면 그 어린이들이 무엇에 재미를 붙여서 허구한 날 집구석에만 들어않았기를 요구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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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란 먹고 잠자는 곳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데서는 찾을 수없는 따뜻하고 화평한 기분을 갖게 되며 다음날 나가서 일을 할 원동력을 길러주는 곳이 되지 않으면 아니될 것이어늘, 우리네 가정에야 먹고 자는 것 내놓고야 무엇이 있읍니까. 아무것도 찾을 수 없는 까닭에 가장된 이는 밤늦게 돌아오거나 밤 출입을 반듯 하게 되며, 어린이들은 밥술을 놓기가 급하게 끼리끼리 동무를 찾아 놀며, 주부된 이는 쓸쓸하고 적적한 집 지키는 사람이 되고마는 것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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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가정에 음악이 있다고 이러한 폐단이 절대로 없으리라고 단언할 것도 못 되고, 또 그 반대로 가정에 음악이 없다고 반드시 이러한 살풍경이 연출되리라고 단언할 것도 아닙니다마는 음악이거나, 혹은 그 외에 무엇이든지 오락이나 취미 방면의 것에 가족이 재미를 붙이게 되면, 첫째로는 가족 전부가 한자리에 모여 앉을 기회가 잦아지고, 둘째로는 가족들의 취미가 같은 방면에 정도로 나아가게 될 것이요, 세째로는 규모 있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되며, 넷째로는 자녀를 교육함에 의외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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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것이 있다면야 여러분은금을 주고라도 사려고 하실것입니다. 음악이야말로 가정 취미, 가정 오락, 가정 교육, 가정 화락, 이 모든 점에 있어서 다른 어떠한 것보다도 가장 효과적인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음악만을 찬양하고 음악만을 권하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 이외에도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것이 어찌 한두 가지만 되겠읍니까마는 서로서로 비교해 생각한다면 그중에 음악이 가장 좋은 것이며 누구에게나 적당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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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음악하고 말하기는 쉬우나 이것을 연주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전문적으로 공부를 했다거나 취미로라도 여러해 동안 공부하지 않고는 자기자신이 연주하기는 어려운 일이며, 또 풍금이나 피아노 같은 악기를 조금 공부했더라도 매일매야(每日每夜)짧은 밑천으로 꼭 같은 것을 가지고 온 가족을 즐겁게 해 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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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나는 지금 우리네 가정에 음악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한 끝에 훌륭한 음악가 한 분을 가정에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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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악가는 피아니스트만이 아니요, 바이올리니트나 오르가니스트만 아니요, 독창도 라고 오케스트라도 라고 요사이 소위 재즈라고 하는 춤 곡조도 할 수 있으며, 또 여러분이 원하기만 하신다면 유행가나 방아타령, 아리랑 타령까지도 할 수 있는 말하자면 혼자 몸으로 못하는 것이 없는 안성마춤의 음악가입니다. 그 이름은 축음기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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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음기라면 그다지 신통치 않게 여기는 분들도 많으신 모양이나 이것은 여러분이 잘 이용하시고 못하시는데 따라서 백 원 짜리가 천원이나 만 원 값을 할 수 있고, 어떤 때는 단돈 오원어치 값도 못하게 되는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가 있을까 하는데 대하여 두어마디만 더 말씀하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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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주의하실 것은 축음기란 악기는 한번 사시면 10년이나 20년 동안 쓰시더라도 과히 못쓰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구나 값이 많은 것일수록 오래 쓸 수도 있고 소리도 좋은 것인즉, 될 수 있으면 처음에 한몫 힘이 드시더라도 좋은 것을 선택하시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값이 적은 것은 그 음색이 우리의 귀에 거슬려서 곧 싫증이 나게 되며 값이 적은 만치 소중히 생각지도 않게 됩니다. 마치 말 잘 못하는 앵무새와도 같아서 갈수록 미워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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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백 원 이상의 것이나, 또 이삼백 원 정도의 전기 축음기라면 음색이 맑고도 육성에 가까와서 차츰차츰 그와 친하게 되고 위하고 중하게 여기게 되므로 틈만 있으면 그 소리를 듣고 싶어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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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레코드의 선택입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레코드의 종류로 말하면 고금 동서양 음악치고 없는 것이 없이 모두 구비해 있는 만큼 그 끔찍이도 많은 중에서 어떤 것을 골라 살까 하는 것이 실로 두통어리가 될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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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기 대하여서는 무엇보다도 자기의 취미나 개성을 절대로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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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고상한 음악이라도 그것을 듣는 사람의 개성이 그것과 합치되거나 공명되지 않는다면 그 음악은 적어도 그 사람에게는 아무가치도 없는 것이 되고 말 것이며, 또 아무리 저급의 음악이라도 그것을 들어서 마음이 유쾌하고 즐거운 기분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사람에게는 이 저급의 음악이 오히려 음악으로서의 값이 더 나가게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옆집에 베토벤의 심포니를 틀어놓는다고 우리집에서도 아무 의미도 모르고 그것을 사다가 틀어놓을 필요는 없는 것이며, 뒷집에서 유행가나 잡가를 걸어놓았다고 쫓아가서 왜 그 따위 저급의 음악을 걸어놓느냐고 시비할 권리도 내게는 없는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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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아무것이나 자기의 취미에 맞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좋습니다마는 만일 여러분네 댁에 어린이들이 있다면 그때는 여러분 부모되신 분의 취미만을 생각지는 마시고 어린이들을 위하여 어린이의 취미와 심정과 인견을 잘 기르기에 적당한 것으로 잘 선택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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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뿐이 아니라 모든 생활 방법에 있어서도 어린이를 중심으로하고 그네들의 교육을 위하여 표준을 세우셔야 합니다. 그리하면 한가정이 화락해지는 가운데에서 자연의 결과로 어린이의 덕성(德性)이나 취미를 고상하게 기르는 교육적 효과까지 얻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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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사람들은 흔히 한 가족이 모이거나 두 가족이 모이거나 축음기나 혹은 라디오의 음악에 맞추어서 춤을 추는 것을 보게 됩니다.그러나 우리는 아무리 새 것을 좋아한다 하더라도 시부모와 며느리,아들 손자가 한자리에서 끼고 도는 것은 좀 생각해 볼 문제이지마는 저녁밥이 끝난 때나 혹은 일요일 같은 때에 한 가족이 모두 집안에 있을 때는 단 10분이나 20분 동안이라도 좋으니 부모가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춤 곡조나 행진곡에 맞추어서 빙빙 돌며 손뼉을 치고 노는 것은(마치 유치원에서 보모들이 원아를데리고 놀듯이) 한 가정의 화락한 분위기를 만들며 자녀들로 하여금 부모의 사랑을 깊이 느끼게 하고 "내집"의 따뜻한 맛을 깨닫게 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큰 효과가 있을 것을 의심치 않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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