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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음악회(音樂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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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4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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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音樂會[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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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녁을 먹고서 종로거리로 나온것은 그럭저럭 여섯점반이넘었다. 너펄대는 우와기 주머니에 두 손을 꽉 찌르고 그리고 휘파람을 불면 올라오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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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하고 팔을 뒤로 잡아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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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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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황급히 묻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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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삐끗하는 몸을 고르잡고 돌려보니 교모를 푹 눌러쓴 황철이다. 번시 성미가 겁겁한 놈인 줄은 아나 그래도 이토록 씨근거리고 긴히 달려듬에는,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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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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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오늘 콩쿨음악대횐거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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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쿨음악대회?” 하고 나는 좀 떠름하다가 그제서야 그 속이 뭣인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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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황철이는 참으로 우리학교의 큰 공로자이다. 왜냐면 학교에서 무슨 운동시합을 하게 되면 늘 맡아놓고 황철이가 응원대장으로 나슨다. 뿐만 아니라 제돈을 들여가면서 선수들을 (학교에서 먹여야 번이 옳을건대)제가 꾸미꾸미 끌고 다니며 먹이고, 놀리고, 이런다. 그리고 시합 그 이튼날에는 목에 붕대를 칭칭하게 감고와서 똑 벙어리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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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냐? 내 어제 응원을 잘해서 이기지 않었니?” 하고 잔뜩 뻠을 내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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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 시합엔 응원을 잘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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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런 사람은 영영 남 응원하기에 목이 잠기고 돈을 쓰고 이래야 되는 말하자며 팔짜가 응원대장일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콩쿨음악회에 우리 반동무가 나갔고 또 요행히 예선에까지 붙기도해서 놈이 어제부터 응원대 모기에 바뻤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무 말도 없더니 왜 붙잡나,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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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얼른 가보지, 왜 이러구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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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 보니까 암만해도 사람이 부족하겠어” 하고 너도 가치 가자고 팔을 막 잡아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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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가거라, 난 음악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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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그 손을 털고 옆으로 떨어지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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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 재! 내 이따 나오다가 돼지고기만두 사주마”함에는 어쩔수없이 고개를 모로 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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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절 몇시간이나 하나?” 하고 묻지 않을수없다. 그러나 그 대답이 끽 두시간이면 끝나리라, 하므로 나는 안심하고 딿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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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음악회장입구에 헐레벌떡하고 다다랐을 때에는 우리반 동무 열세명은 벌서 와서들 기다리고 섰다. 즈이끼리 낄낄거리고 수군거리고 하는것이 아마 한창들 흉게가 버러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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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이는 우선 입장권을 사가지고 와 우리에게 한장씩 나누어주며 명령을 하는 것이다. 즉 우리들이 네 무데기로 나누어서 회장의 전후좌우로 한구석에 한무데기씩 앉고 시치미를 딱 떼고 있다가 우리악사만 나오거든 덮어놓고 손바닥을 치며 재청이라고악을 쓰라는것이다. 그러면 암만 심사원이라도 청중을 무시하는 법은 없으니까 일등은 반드시 우리의 손에 있다, 고. 허나 다른 악사가나올적에는 손바닥커녕 아예 끽소리도 말라 하고 하나씩 붓들고는 그귀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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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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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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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지, 재청?”하고 꼭 꼭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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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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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쾌히 깨닷고 황철이의 뒤를 딿아서 회장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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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건축한 넓은 대강당에는 벌서 사람들 머리로 까맣게 깔리었다. 시간을 기다리다 지루했는지 고개들을 길게 뽑고 수선스리 들어가는 우리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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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황철이의 명령대로 덩어리 덩어리 지어 사방으로 헤젔다. 나는 황철이와 또 다른 동무 하나와 셋이서 왼쪽으로 뒤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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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점 정각이 되자 벅적어리던 장내가 갑자기 조용하야진다. 모두들 몸을 단정히 갖고 긴장된시선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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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처음이 순서대로 성악이었다. 잣말막한 젊은 여자가 나아와 가냘픈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너무도 귀가 간질업다. 하기는 노래보다도 조고만 두 손을 가슴께 꼬부려붙이고 고개를 개웃이 앵앵거리는 그 태도가 나는 가엾다 생각하고 하품을 길게 뽑았다. 나는 성악은 원 좋아도 안하려니와 일반음악에도 씩씩한 놈이 아니면 귀가 가려워 못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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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담에도 역시 여자의 성악, 그리고 피아노독주, 다시 여자의 성악 ─ 그러니까 내가 앞의 사람 의자뒤에 고개를 틀어박고 코를 곤것도 그리 무리는 아닐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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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이나 잣는지는 모르나 옆의 황철이가 흔들어 깨우므로 고개를 들어보고 비로소 우리 악사가 등장한걸 알았다. 중학교복으로 점잔히 바이오린을 켜고섰는 양이 귀엽고도 한편 앙증해보인다. 나도 조름을 참지못하야 눈을 감은채 손바닥을 서너번 때렸으나 그러나 잘 생각하니까 다른 동무들을 다 가만이 있는데 나만 치는것이아닌가. 게다 황철이가 옆을 콱 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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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끝나거던 ———” 하고 주의를 시켜주므로 나도 정신이 좀 들었다. 나는 그 바이오린보다도 응원에 흥미를 갖고 얼른 끝나기만 기다렸다. 연주가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들은 목이 마른듯이 손바닥을 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치고도 손바닥이 안해지나 생각도 하였지만 이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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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청이요!”하고 악을 쓰면 저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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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청! 재청!”하고 고함을 냅다 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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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두귀를 막고 “재청!” 을 연발했더니 내앞에 앉은 여학생 계집애가 고개를 뒤로 돌리어 딱한 표정을 하는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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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들은 기가 올라서 응원을 하련만, 황철이는 시무룩허니 좋지 않은 기색이다. 그 까닭은 우리 십여명이 암만 악장을 처도 퀑하게 넓은 그 장내, 그 청중으로 보면 어서떠드는지 알 수 없을만치 우리들의 존재가 너무 희미하였다. 그뿐 아니라 재청을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말쑥이 채린 신사 한분이 바이오린을 옆에끼고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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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는 예를 멋지게 하고 또 역시 멋지게 바이오린을 턱에 갓다대더니 그 무슨 곡조인지 아주 장쾌한 음악이다. 그러자 어느틈에 그는 제멋에 질리어 팔뿐아니라 고개며 어깨까지 바이오린채를 딿아다니며 꺼떡꺼떡 하는 모양이 얘, 이건 참 진짜로구나, 하고 감탄 안할수 없다. 더구나 압도적 인끼로 청중을 매혹케한 그것을 보드라도 우리 악사보다 몇배 뛰어남을 알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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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가 더 놀란것은 넓은 강당을 뒤엎는듯한 그 환영이다. 일반군중의 시끄러운 박수는말고 우층에서(한 삼사십명 되리라) 떼를 지어 악을 쓰는것이 아닌가. 재청소리에 귀청이 터지지않은것도 다행은허나 속벽이 모자랄까봐 발까지 굴러가며 거기에 장단을 맞후어 부르는 재청은 참으로 썩 신이난다. 음악도 이만하면 나는 얼마든지 들을수 있다, 생각하였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어깨가 실룩실룩 하다가 급기야엔 나도 딿아 발을 구르며 재청을 청구하였다. 실상 바이오린 도 잘했거니와 그러나 나도 바이오린보다 씩씩한 그응원을 재청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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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렀더니 황철이가 불끈 일어스며 내 어깨를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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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좀 나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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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급히 잡아끈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변소로 끌고 와 세놓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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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누굴 응원하러 왔니?” 하고 해쓱한 낯으로 입술을 바르르 떤다. 이놈은 성이 나면 늘 이꼴이 되는 것을 잘 아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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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그렇게 성을 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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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 뭐허러 예 왔냐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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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러 왔지!”하니까 놈이 대뜸 주먹으로 내 복장을 콱 지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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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 이자식! 우리건 고만 납짝했는데 남을 응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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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주먹을 내댈랴하니 암만생각해도 아니꼽다. 하여튼 잠간 가만히 있으라고 손으로 주먹을 막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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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주먹을 내대니, 말로 못 해?” 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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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아! 우리 얼굴에 똥칠한것 생각못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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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또 주먹으로 대들랴는데는 더 참을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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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만두 안먹으면 고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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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마디 내뱉고는 나는 약이 올라서 부리낳게 층계로 나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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