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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십일월 이십일에 경성을 떠나서 제주도에 가서 구경을 하고 왔습니다. 목포에서 배를 타고 옛날 이순신 조란이 거북선을 가지고 일본 해군을 몹시 곤란하게 하였다가 한산도를 지나 열 시간 만에 제주선내에 다다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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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구름 위로 흰 눈이 하- 얗게 덮힌 머리를 내놓고 높이 솟은 한라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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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한라산’하면 조선에 둘째가는 높은 산으로 백두산에 다음가는 큰 산이니 육천칠백 척이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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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원래 따뜻한 곳임으로 내가 간 십일월 하순경에 그곳에는 봄에 피는 들꽃이 곱게 웃고 있는데, 오직 북쪽에서 불어오는 대륙바람만이 몹시 추울 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조선에서 귤이 열리는 곳은 이곳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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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큰 귤나무에 황금같이 누렇게 익고 코를 쏘는 듯한 향기가 나는 귤과 유자가 주렁주렁 매달린 것은 참말 별천지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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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주도에는 소와 말이 많은데, 이것은 모두‘고삐’를 매지 않고 소도 결코 코’ 를 꿰뚫은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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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그런고 하니 매년 가을부터 겨울까지에는 소와 말을 집에서 먹여 기를 수가 없어서 산으로 놓아 보낸다고 합니다. 그러면 소와 말들은 풀을 뜯어 먹으면서 자꾸자꾸 산으로 기어 올라가서 산꼭대기까지 나무 잎사귀와 풀을 뜯어먹으며 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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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고삐를 매거나 코를 꿰어놓으면 나뭇가지에 걸려 죽을 염려가 있음으로 그같이 매어두지 못한다고 하며 이렇게 겨울을 지난 뒤에는 말이나 소 주인이 봄이 되면 산으로 부르러 갑니다. 그러면 산에서 휘젓던 소와 말들이 주인의 부르는 소리에 틀림없이 쫓아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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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제주도의 소나 말의 엉덩이에는 모두 도장이 찍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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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제주도에서는 남자보다도 여자가 일을 잘합니다. 열한 살 열두 살쯤 된 소녀들이 조그만 지게를 지고 나무를 팔러 다니고 또 소와 말을 몰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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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제주도 부인들은 서울 부인들같이 물건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법이 없고 반드시 등에 지고 다닙니다. 그리고 제주도는 먹는 물이 귀한 곳이 되어서 우물 있는 곳을 따라가서 삽니다. 그러므로 커-다란 오지 항아리에 물을 길어가지고 등에 지고 다니는 아낙네와 처녀들이 아침저녁이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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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제주도의 해녀라 하면 유명한 것이니 아무리 바람이 불고 파도가 높을 때에도 인어와 같이 바다 속에 들어가서 쇠로 만든 꼬챙이로 전복 등 을 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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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속에 들어가서 보통 사십 초나 일 분 동안을 넉넉히 숨을 쉬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데, 눈에는 물이 못 들어오도록 안경을 쓰고 머리는 방해가 안 되도록 보자기로 싸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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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큰바가지(둥박)를 가슴에 안고 물에 둥둥 떠다니다가 전복이 있을 듯한 곳에 가서는 둥박을 내버리고 두 다리를 하늘로 두고 쑥!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하여 전복을 따는데 잘 버는 사람은 하루에 육 원 칠 원씩 번다고 합니다. 잠깐 보아도 몸이 아슬아슬하고 상쾌하였습니다. 그런데 제일 섭섭한 것은 내가 제주도에 가서 여러 날 묵지도 못하고 더욱 비가 와서 잘 다니지도 못하여 제주도 소년들을 만나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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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제4 권 제12호, 192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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