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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戰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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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2월
이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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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戰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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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수로 치면 벌써 삼십 년이나 되었고 보니 ‘전설’이 되어버린 지도 오랬어야 할 이야기다. 그 이야기가 반년 동안 질질 끌어오던 그 일이 규정이 나서 오늘 열시에는 쌍방의 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이미 다 만들어진 계약서에 도장을 찍게쯤 된 지금 와서 툭 튕겨진다는 것부터가 도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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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거 또 큰일났소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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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도리나 없을까 싶어 훈의 얼굴만 멀거니 쳐다보고 앉았던 민은 훈이가 들여다보던 호출장을 내던지고 다다미 위에 벌떡 나가자빠지는 것을 보더니, 할아버지 안경을 깨어먹은 손주놈처럼 숨도 크게 못 쉬고 왼손바닥에다 오른손 손가락들을 돌돌 말아넣고서 뱅뱅 돌리고만 앉았다. 따분한 경우를 당할라치면 으레껏 하는 민의 버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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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떡하시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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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은 깍지낀 손바닥을 베개삼고 번듯이 누워 있다. 말이 천정이지 간해 여름 비가 새어서 한 군데 성한 곳이 없다. 얼룩도 얼룩이려니와 한복판에 새받이 진흙이 떨어져서 사람 머리가 드나들게 구멍이 퀭하다. 쥐란 놈이 한바탕 휘갑을 칠라치면 흙이 우수수 쏟아지는 바로 그 구멍 밑에 가서 반듯이 누운 폭이건만, 훈은 옮겨누울 염량도 않고 눈만 떴다 감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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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해망이 없는 짓도 훈이가 딱한 경우에 부닥치면 늘 하는 버릇이다. 일이 가다가 막히면 하나는 깍지낀 손바닥에 머리를 놓고 번듯이 다다미 바닥에 나자빠졌고, 하나는 그 옆에 도사리고 앉아서 손만 싸악싸악 비비는 ― 이러한 장면은 지난 반년 동안에 그 날수보다 훨씬 많았을지도 모를 정도다. 돈과 권세가 있어야만 일이 수월할 터인데 이건 돈도 권세도 없이 적산 공장을 접수하려는 판이니 군정청이다, 관재총국이다, 서울 관재소다, 이로 관계 관청의 설움을 기억하기에도 어수선한 정도인데, 같은 관청 안에도 조사원이다 계장이다 과장 국장이 있고, 그 장 밑에는 또 차장이 있는데다가 계장은 누구 사람이요 과장은 또 누구 계통이며 국장은 무슨 정치 단체의 앞잡이인데 조사과장은 서북 계통이다. 웃대가리를 쫓아다니어 겨우 이야기가 될 만하면 저 밑에서 뜻하지도 않은 계장이 서류를 돌려주지를 않는다. 훈이가 책권도 팔고 민이 주권을 잡힌 일할 오푼 돈으로 겨우 계장 입을 틀어막아놓으면, 과·차장 책상에서 서류가 달포씩 굴러다닌다. 차장에서 과장, 과장에서 국차장, 국장 이렇게 장애물 경주 하듯 첩첩이 쌓인 장애물을 헤치고 허우단심 기어올라가서 보면 어쩐 일인지 서류가 돌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같은 경로를 밟아서 겨우 합의를 보아 결재가 내린 것이 넉 달 만인데, 이 소중한 서류가 국에서 과로, 과에서 계로 되내려오는 도중에 어디로인지 없어져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이나 남의 나라 사람이 정치를 하는 터라 이런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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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두 좀 찾아보시지요. 그게 없어질 리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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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졌으니까 없어졌다지, 그걸 내가 일부러 없앴단 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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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훈은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나 그는 학문은 닦았지만 권세가 없는 일개 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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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의민 아닙니다. 한 번 더 찾아보아 줍소사 하는 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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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볼 테니 며칠 후에 와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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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며칠이 일주일, 열흘, 보름 하다가 한 달이 지나서 겨우 판명된 것이 이제는 완전히 없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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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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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신청해야지요. 관청이란 서류로 움직이는 곳인데 서류가 없어야 이야기가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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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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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섯 달 전으로 되돌아갔다. 진정서가 다섯 통, 신청서가 세 통, 추천서가 두 통, 공장 약도에 생산계획서가 네 통, 신원보증서가 두 통, 일체 서류는 마련이 되었으나 있네 없네 해도 민은 과거 그 공장의 주주였고, 일본에서도 공장을 갖고 있던 민인지라 이럭저럭 반년 동안에 끌어댄 돈이 백만원 대에 가까운 터인데 보름날, 그믐에, 새달 초닷새, 열흘 ― 이렇게 밀어오기만 했지 이자 한푼 못했고 보니 어디 가서 다시는 입을 벌려볼 염량도 못 낸다. 훈은 더 말할 것도 없는 것이 가난한 선비의 책장에서 사오 만원어치의 책이 나갔고 보니 책꽂이도 텅 비었다. 그것도 고등 공업에 있던 일인 교수가 그의 선배였던 관계로 해방이 되어 쫓겨가면서 준 책들인데, 그나마도 해방되면서부터 이 달에 두 권 다음 달에 다섯 권 이렇게 쌀값 보탬을 해왔고 보니 오만원 돈을 만들기에 웬만한 허섭쓰레기 책까지 휩쓸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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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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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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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해논 원곤 있다지만 영문 타이프는 야싱 비싸야지, 그걸 찍자면 아무래도 또 이만원은 가져야겠고 새루 접수시키자면 또 그대루는 안 될 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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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손깍지를 베고 번듯이 자빠졌고 하나는 손가락을 돌돌 말아서 비비며 무려 두어 시간이나 같은 포즈로 앉았다가 이윽고 민이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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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매만 기둘러주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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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이 고향인 진주로 내려간 지 사흘 만에 돈 십만원을 꾸려쥐고 와서 겨우 타이프도 찍고 접수도 시키고 해서 달수로 일곱 달 만에야 겨우 정식계약을 하게쯤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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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어떠오? 아무리 먹자판이래두 정의는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오늘서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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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뿔도 얻어먹지 않고는 안 주는 세상에, 정의가 어쩌니저쩌니 한다고 생핀잔만 주어오던 아내 앞에 훈은 이런 큰소리를 하는 것이 퍽으나 즐거웠다. 반년간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거나 이제부터 최소한도의 생활이 보장될지도 모른다는 것도 즐겁지 않은 바 아니나, 무엇보다도 훈은 지금까지의 중국이 소위 탐관오리의 먹자판으로 야곰야곰 국가가 좀먹어가는 것을 보아온만큼 탐관오리가 우글우글 끓는다는 세상 말과 달리 정의가 이렇게 살 수있다는 사실 앞에 더한층 큰 기쁨과 즐거움을 깨달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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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절대로 중국처럼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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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니 그지없이 마음이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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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는데 그 정의가 또 한번 모략 앞에 쓰러지려고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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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형, 무슨 방도가 없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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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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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처럼 민은 오늘도 그의 머리맡에 도사리고 앉아서 손만 비비고 있다. 원래 나이 오십이 가까우면서도 조그마한 장애 앞에서도 손을 싹싹 비빌 줄 밖에 모르는 민의 그 무능한 사람됨에 끌리어 깨끗한 선비로서 자처하던 그가 적산 공장을 싸고도는 이런 추잡스런 싸움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이지만 자기 이름으로 나온 검찰청의 호출장을 가지고 와서 마치 네가 내 대신 가달라기나 하는 것처럼 해망을 잃고 앉았는 꼴이 밉다 못하여 측은하다. 그래 그만 볼때기라도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버쩍 들어 훈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으나, 간밤 호출장을 받고서 밤새도록 얼마나 간을 말렸는지 퀭하니 들어간 눈을 토끼처럼 뜨고서 애원이나 하듯 오들오들 떨고 쳐다보는 민과 마주치고 보니, 그러지 않아도 잔망스럽게 생긴 얼굴의 광대뼈가 더 튀어나와 보이어 지금 세상에서 이토록이나 양처럼 순한 사람을 끝끝내 모략으로 괴롭히려는 사람들이 죽이고 싶도록 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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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죽일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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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에 몇 십 번이나 되풀이해온 욕설이 오늘은 더한층 실감이 난다. 무슨 때문인지는 모르나 눈물까지 핑 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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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형, 열시라니 부지런히 가보게 하는 게 좋겠소. 창피는 하나 그렇게 되는 것이 되려 우리가 얼마나 옳다는 것을 밝혀줄 좋은 기회인지도 모르지 않소? 삼 년 전의 고발장을 지금 꺼내가지구 신체 구속은 않을 게구, 그렇다면 행방불명이 된 그 윤을중인가 하는 사람도 고발인이니까 불리어오지 않으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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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말이 아니라 또박또박 따지어 이야기를 해주니까 민은 언제나 그렇듯이 금세 어린애처럼 얼굴이 상기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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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 윤을중이란 놈도 나오기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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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서 가보시오. 관청에는 내가 가서 그런 사율 얘기하구 뒷수습을 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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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시가 지나도록 밀중밀중하고만 있더니 민은 택시나 타야 겨우 대어갈 수 있을 빠듯한 시간을 남겨놓고 일어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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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을 내어보내고 나서 훈도 뒤미처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민한테는 뒷수습을 하마고 큰소리를 했지만 죄야 있든 없든 일단 법정에서 호출을 만났고 보니 오늘 계약은 기왕 틀린 일이었다. 그렇다고 오늘은 신구 관리인과 당국 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여서 계약도 갱신하고 사무적인 타협도 하기로 되어 있는지라 신지무의 내버려둘 수도 없다. 아니, 그보다도 이 호출장이 오늘의 계약을 깰 수 있는 성질인지 아닌지만이라도 알고 있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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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본다면 삼 년 전의 고발 사건이 이번 계약을 방해할 수는 없으리라 싶었다. 그러나 그의 예측대로 이 고발 사건을 재연시킨 것이 이 적산 공장을 뺏기 위한 모략이란다면 방해 공작이 될 가능성이 없지도 않다. 민이 두려워한 것도 그 점이겠지만 훈도 그것이 마음에 께름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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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편 안심이 되는 것은 소위 민의 불법 행위란 그 죄상 자체를 관청에서도 다 조사한 터고 그것이 공장을 뺏기 위한 모략이었다는 것도 자기네 스스로가 시인하고서 상부 관청에다 추천을 했던 것이고 보니 감독 관청으로서는 이제 새삼스러이 민을 전과자로 몰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네 조사가 불완전했다는 것을 자인하거나 고의로 사실을 굽혀서 ― 다시 말하면 민에게서 술잔이나 뇌물을 받아먹고서 허위 추천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시인하고 들어가는 수작이 되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민의 범죄 사실이라는 것, 그 자체가 근거없는 중상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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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을중이가 고발한 민의 범죄 사실이란 민이 해방 직후 영등포에 있는 브레이크 라이닝 공장인 고창 공작 주식회사의 관리인으로 있을 때, 트럭 한 대와 강철 열 톤을 팔아서 사복을 채웠다는 것과, 현 법규대로 보면 적산 공장은 관리자가 군정청에 보증금을 납부할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이행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을 법에 고발하는 동시에 미군정의 사인을 맡아가지고 와서 고창 공작을 접수했었고, 그로 인해 민은 파면이 된 것이다. 이 파면 이유에 민이 억울하다는 것도 일리가 있는 것이, 민은 고창 공작 회사의 유일한 조선인 주주였고 보니 연고자로서 응당 권리권이 있어야 마땅하고 관리 보증금은 관리자가 주주인 경우에는 면죄되는 법규가 있어서 승인을 받았었고 트럭과 강철은 해방 직후의 혼란으로 공원들의 위자료를 지불키 위해서 판 대신에, 민은 대판에 있던 공장의 제사기를 뜯어다 가설했으니까 되레 칭찬을 받을지언정 파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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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민의 반대 진정은 무시되고 미인의 사인이 모든 권리를 행사하는 시대라서 민은 파면이 되고 윤을중이가 관리인이 되었다. 목적이 달성되고 보니 법에 고발한 사건은 그대로 신지무의 삼 년이나 경과했다. 그러나 윤을중은 관리인이 된지 반년 만에 부정 사건을 일으키어 또 파면이 되고, 이삼 년 동안에 전후 네 사람이 관리인이 되었으나 전부가 부정 사건으로 파면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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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꼴을 본 민은 자기가 그 회사의 유일한 주주이고 또 브레이크 라이닝을 삼십 년간 제작해온 기술자로서 동 공장의 관리를 재신청하자, 당국에서는 민의 비행 사실 여부를 재조사했고, 그것이 민의 관리권을 뺏기 위한 모략인 것을 인정하고서 민한테 관리권을 주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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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약을 체결하려는 아침에 뜻밖에도 삼 년 전에 윤을중이가 고발한 사건이 다시 튕겨졌고 보니 윤을중이가 또 어떤 사람과 결탁하고서 민의 계약을 방해하려 함이 분명하다 ― 이런 경로를 잘 알고 있는 터라 훈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훈이가 만나본 몇 책임자들은 대부분이 그런 모략을 시인하지 않을 것을 보아 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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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관청에 가서 보고 훈은 깜짝 놀랐다. 적산 관리의 최고 책임자인 미인 고관으로부터, “민은 전과자니 마춘구한테 줌이 어떠냐”는 기별이 왔다는 것이다. 마춘구라면 군정 정부에서 보낸 임시 관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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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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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서면 또 좋게요. 명령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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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춘구가 한 달쯤 보고서 그 공장을 운영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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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이니까요. 마춘구가 그분 비서 처남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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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명령이라고 하지만 정부로서야 순연히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브레이크 라이닝을 생산할 수 있는 사람한테 관리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민이 그 방면에서는 유일한 기술자라는 것은 국장도 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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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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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고공 출신으로 공과대학에서 기계학을 연구하고 있는 것도 아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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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선생! 이거 왜 이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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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이 궁해지자 국장은 훈의 손을 턱 잡고 입을 막아버린다. 국장도 훈이가 적산 공장을 접수하러 다니는 모리배가 아닌 것을 잘 알고 있는 터다. 우연히 친구 집에 갔다가 민을 알았고 민의 사정도 들었고, 민이 비록 일자 무식이나 남북 조선을 통해서 고창 공작의 브레이크 라이닝에는 오직 둘밖에 없는 기술자 중의 한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자 훈은 일종 의분을 일으키어 이 일에 참여하게 된 경로까지도 잘 알고 있는 터다. 더욱이 고창 공작은 현재 기술자가 없어서 그대로 빈집만 지키고 있으면서, 고무부를 이용해서 고무신만 만들고 있는 데서 훈이가 더 발벗고 나선 사실도 알고 있는 터다. 국장 자신 점심 한 번 얻어먹지 못하고서도 지금까지 그 많은 모리배와 정치세력과 싸워가면서까지 민을 살려온 것도 국장 자신이 남북 조선을 통해서 유일한 고창 공작의 시설과 민의 기술을 살리고 매년 십억대의 미국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브레이크 라이닝 공업도 살려서 조선 경제에 이바지해보겠다는 큰뜻에서였으니만큼 그 자신 명령의 친서를 받고 일종의 울분을 느끼고 있는 터였다. 국장의 이런 심정도 잘 아느니만큼 훈은 더 추궁할 용기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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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 그만 돌아가시지요. 그 미인도 모르고 한 일일지 모르고 검찰청에서 사실무근인 것이 판명된다면 증명도 될 게고, 며칠 기다려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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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이 너무 난처해하는 것 같아서 훈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민이 어쩌면 아침에 앉았던 바로 그 자리에 고 모양으로 도사리고 있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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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가 다 나무아미타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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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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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랍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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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춘구가 윤을중이를 시켜서 그 문제를 다시 일바수게 했는가 싶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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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윤을중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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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왔십디더. 검사가 윤가를 찾아오락 하는데 주솔 알아야 않는기요? 사방 수소문을 하러 나서는데 윤가를 딱 만났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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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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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알켜줍디더! 가작 해도 못 가것다구… 그럼 난 죄없이 불려다니는가 하니깐, 삼십만원만 내면 고발한 걸 취소해줄락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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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뭬라구 그라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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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막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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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 양반 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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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은 펄쩍 뛰었다. 돈도 없으려니와 그래놓으면 정말 죄를 안고 들어가는 셈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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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루 삼십만원을 주랴는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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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 이 공장만 하게 되문사 예편네라두 팔랍니더! 가만히 노니깐 인제 팔이 징징 울어 내사 못견디갔십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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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천 주나 되는 주권을 잡혀서 써온 터라 훈이가 아는 한 그만 돈을 마련하자면 천생 진주 집을 파는 도리밖에는 없을 것이었다. 여편네까지 팔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집을 팔 작정인 것이 분명했으나 상대가 미인 최고 간부의 비서 처남이고 보면 말이 그렇지 공연히 집만 뜨는 게 아닌가 싶어 훈은 우선 민을 만류해놓았다. 집조차 없는 떼거지를 만들 수는 없다 싶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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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군정 고관을 만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래서 그를 만나려고 사흘을 쫓아다녔다. 그러나 어떻게 알았는지 비서는 가는 족족 따고 면회를 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긴 진정서를 썼다. 그러나 닷새 만에서야 진정서는 중간에서 없어진 것을 알았고, 이번에는 사택으로 방문을 했으나 사택에서는 절대로 공사간에 면회를 않는 원칙이어서 역시 쫓겨 오고야 말았다. 이렇게 되면 학교 동료들이 놀리느라고 하는 말처럼 트루먼 대통령을 통하지 않으면 면회도 진정도 할 수 없이쯤 되어버리고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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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 매일 검찰청을 드나들며 윤을중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으나 윤이 나타날 리도 없었고, 윤이 만나자던 동화백화점 식당에를 하루에도 몇 번씩, 어떤 때는 온종일 지키기도 하는 모양이었으나 통 꼴도 볼 수 없다는 것이었고, 그러는 동안에 마씨 일파는 미인들의 소개장을 가지고 각 관계 당국자를 달구쳐서 신청서를 접수시키기에 성공을 하고 말았다. 몇몇 관계자들이 맹렬히 반대는 했으나 한번 노오 하면 그만이었다. 효과는커녕 신변이 위태할지도 모른다고까지 수군대고들 있는 판국이니 이쪽을 더 두둔해달랄 계제도 못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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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도리가 없나보오. 단념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보시지요. 난 다시 학교로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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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이가 이렇게 권하는데 민은 펄쩍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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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시라꼬요? 내사 못 가갔십니더. 이 꼬라질 해갖고 뭐시라고 집에 들어 가겠십니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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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떡하시오. 맥없이 서울서 밥 사먹구 다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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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걸, 직공 할랍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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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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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다. 미인 최고 고문의 비서가 끼었시면사 인제 보조도 안할까시리, 그런다문 기계두 돌 게구 내사 직공이니까, 직공 노릇 할랑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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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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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이다. 스무 살부터 브레이크 라이닝 기계를 손에 잡고서 오십이 되잖았십니꺼? 그러니 그것밖에 내 배운 재주가 있어야지예. 못박았던 자리에도 못하나 제대로 못박십니더, 신 선생이사 공불 했으니까 학교루나 갈락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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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계만 돌면 직공으루 들어가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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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은 민의 말을 막고서 이렇게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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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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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하는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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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사 내가 그 공장의 관리인이 될까봐 날 욕하구 미워하구 하지만 즈으가 관리인만 되문사 날 미워할 택두 없지 않습니꺼? 그뿐이 아닙니더. 내 안 가문 공작 기계가 돌지 못합니더. 쪼매 아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택도 없지요. 그 비싼 원료만 버리고 기계도 다 뿌사먹십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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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일개 직공으로라두 들어가갔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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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묻고 묻고 하는 훈의 심정을 이해하는지 못하는지, 민은 눈만 껌뻑껌뻑 훈을 쳐다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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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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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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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은 눈 속이 뜨끈해옴을 깨달았다.
 
97
훈은 한동안이나 민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말은 않으나 이것이 사람인 것은 분명하고 보니 사람이란다면 성인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천치거나 둘 중이겠는데, 그 어떤 쪽에 더 가까운가를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답답할 만큼 짝 달라붙은 이마에 짜부라진 관진머리가 언뜻 보면 맹한 데가 없지도 않다. 쓸개가 한 쪽만이라도 붙은 사람이라면 과거 삼 년 동안이나 눈독을 들이고 쫓아다니었고, 그로 해서 주권은 말할 것도 없지만 옷가지까지 말끔히 팔아 들이민 그 공장을 빼앗기고서 일개 직공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는 것도 이 짜부라진 관진머리 때문이리라 싶었다. 그러나 또 한번 다시 뜯어 보면 성큼한 코하며 푹 패인 눈자위 속의 왁살스러운 눈동자와 어떻게 보면 표독스러워 보일 만큼 안차게 꼭 다문 입이 그 어떤 굴욕도 참을 수 있는 것같이도 보인다.
 
98
어쨌든 민이 천치가 아니라면 성현임에 틀림이 없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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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인이 어떻게 성공을 했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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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하는 버릇으로 훈은 번듯이 자빠져서 힐금힐금 민을 쳐다보고 있다. 이런 의문은 민을 처음 대했을 때부터지만, 값진 양복때기를 훌떡 벗겨노면 끽해서 선술집 중님이 꼴밖에 안 날 위인이 열일곱에 고향을 버리고 일본에 뛰어들어갈 용기를 냈다는 것도 희한했지만, 그것은 누구를 따라갔다 치고 생선집 ‘고죠’로나 일생을 마칠 주제에 그런 귀한 기술을 배웠으며, 교육도 못 받았으니 일개 직공으로 늙었을 꼬락서니가 자진 공장을 경영해서 백만장자가 되었다는 것도 생각수록에 격에 안 맞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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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훈은 처음 친구한테서 그런 이야기를 듣고서도 그것을 그대로 믿지는 않았었다. 그러다가 사귀어보고야 그의 말이 전부 사실인 것도 알았고, 대판에 차리었던 공장이 대판에서도 손꼽던 것도 안 후로는 내심 어처구니가 없어했었다. 해방이 된 후도 그대로 일본에 남아 있었더라면 물론 이런 일도 없었겠지만 그래도 자기 생각에는 조선도 독립이 되고 했으니까 고국에 가서 생산에 이바지해야 하느니라고 여럿이 말리는 것을 뜯어가지고 왔던 것이다. 기계 수입에도 제한이 있었고, 뜯는 공장이니 일인들도 제값을 안보았고, 밀선이 두 채가 가라앉아서 대부분 수장을 지냈다. 고국에 와서 보니 자기가 주를 가지고 있던 고창 공작은 엉뚱한 목사가 차고앉아 있어, 제 집을 제가 찾는 데만도 수십만원 돈이 미군 통역 손으로 빠져나갔었다. 그래서 겨우 관리인 자리에 앉은 지 불과 석 달에 웬 낯붙이도 모르는 윤을중이란 위인이 미군의 사인을 내어보이면서 그날로 번쩍 들어내었던 것이다. 그러고는 또다시 접근을 못하게 하느라고 트럭 한 대와 강철 십톤을 팔아서 공원 위자료 준 것을 문제삼아 지방 검찰청에다 고발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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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두 구럭두 놓친다는 게 그 사람을 두구 한 말이지. 저래보여두 일본서는 자가용만 타구, 조선에 와두 꼭 조선호텔에만 들었느니. 술을 먹나 계집을 밝히나 규모가 있어 돈이 누룩머리를 앓을 지경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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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돈 다 뭘했누?”
 
104
“고학생을 십여 명이나 데리구 있었구, 배운 게 없어서 속기두 많이 했지. 그래, 소위 교육받은 사람은 아주 싫어하느니. 몹시 경계하구.”
 
105
한번 필요가 있어서 민의 도장을 맡기라고 했더니 시골에다 두고 왔느니 어쩌니 핑계를 대어 훈이가 불쾌해하는 낯이니까 친구가 넌지시 귀띔을 한 일이 있었다.
 
106
‘그건 교육 때문이 아니라 저 관진머리 때문일 게라…’
 
107
훈은 이런 생각을 하며 깍지낀 손을 풀었다 베었다 하고 있는 동안, 민은 여전히 손가락을 돌돌 말아서 비비고만 앉았는 것이다.
 
108
모든 길이 막혔고 보니 인제는 할 이야기도 없었다. 그래서 담배만 피우고 누워서 가끔 민을 훔쳐볼라치면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비비던 손을 쥔 채 눈만 껌벅이고 있다.
 
109
“바람이나 쐬러 나갈까?”
 
110
대답도 없다. 훈도 눈을 감았으나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아이들 가지고 야단치는 아내의 말소리에 어딘지 가시가 돋치게 느끼어져서,
 
111
“일납시다. 왜 이리 무더워.”
 
112
하고 솔선을 해서 일어나니까 민도 말없이 따라나선다.
 
 
113
4
 
 
114
고창 공작 주식회사가 마춘구 앞으로 넘어간 것은 그런 지 일주일 후다. 터지는 모래둑을 막듯 훈과 민에 친구까지 합쳐서 갖은 노력을 해보았으나 파도처럼 내리밀리는 권세 앞에서는 어쩌는 도리가 없었다. 민을 주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 몇몇 간부는 갑자기 독직 사건의 혐의로 수감이 되고, 공장안에서도 민을 지지하던 한 패도 한쪽의 세도가 워낙 세니까 슬금슬금 그쪽으로 들러붙고 보니 민만이 동그마니 남고 말았다.
 
115
한편 마춘구가 임시 관리하는 동안의 부정 사건이 폭로되었다. 그것을 들은 민은 또 대항해보았으나 계란으로 성벽 치기였다. 마 일파의 세력은 민쯤으로서는 건드럭도 않았다. 인제는 마 일파를 고발한 사건은 민 자신이 취소하러 다니지 않으면 안 되었다.
 
116
“흥,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고서 보따리 찾아주러 다니는 신세가 됐십니더. 안 그런기요? 이놈의 통역 세상이 언제 끝날긴고.”
 
117
따분한 신세였다. 그러나 그것을 취하하지 않으면 또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사법의 주장도 당연한 것이다. 조사해본 결과 확실히 부정 사실이 있고 보니 고발할 권리는 내게 있지만 취하할 권리는 법만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법 기관은 너의 개인 편의만을 보기 위해서 생겨진 것이 아니라고 으르딱딱대는 통에 말도 변변히 못하고 민은 나와버리었다. 민은 징징 울면서도 연일 쫓아다니더니 하루는 해결이 났노라고 훈을 찾아왔다.
 
118
훈이 다시 학교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학교 당국자와 이야기를 끝내고 돌아와서 보니, 민은 늘 하는 버릇으로 도사리고 앉아서 손만 비비고 있다. 설유 정도로 끝이 나서 지금 막 차를 같이 마시고 헤어진 길이라는 것이다.
 
119
“그럼 인젠 내려가야겠구려?”
 
120
“예이다. 내려가갔십니다.”
 
121
내일 아침차로 떠난다는 것이다. 훈한테는 너무 신세도 졌고 했으니, 오늘 작별차로 술이나 한잔 같이 나누고 싶어 왔노라고 한다.
 
122
“요새 여관비도 밀렸을 겐데 웬 술값이 있소?”
 
123
“있십니더. 걱정말구 가십시더. 팔고 남은 주권이 몇 장 있어서 마춘구한테 팔아 버렸십니더. 자, 옛십니다. 이건 사모님 옷이나 한벌 해올려 주십시오.”
 
124
하고 수표 한 장을 내어놓는다. 오만원짜리다. 사양해보았자 받지도 않을게고, 또 당장 눈이 버언한 터라 다소곳이 받아서 아내를 불러 전하고, 술을 한잔 받아오라는데 기어코 나가자는 것이다.
 
125
“몇 푼이나 받았는지 모르지만 다 날 주구서 비싼 술 먹으러 갈 것 있소. 자, 벗고 한잔 합시다.”
 
126
“웬걸요. 그래 마시소. 보시소. 안적두 돈 짜드래 있십니더. 이십만원 받았시니께 걱정 마이소.”
 
127
“허, 그럴 것 없대두.”
 
128
가자거니 그만두자거니 한동안이나 실랑이를 하다가 훈이가 졌다.
 
129
민은 원래 술을 즐기는 축도 아니었고 체질에 맞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몇 잔만 마시면 벌써 홍당무처럼 된다. 찍어맨 듯싶은 좁다란 이마가 툭 불거진데다가 광대뼈만이 툭 튕겨진 초라한 얼굴에 눈만 퀭했고, 거기다가 술이 올라노니까 흡사 성난 늙은 원숭이 같다. 저 주제에 그래도 자가용을 뽐내고 비서가 가방을 들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더니라 생각할수록에 무슨 동화나 듣는 것같이 느껴지는 것이다. 훈은 경력으로나 학식으로나 도저히 그런 감이 못 되는 사람들이 엉뚱하게도 회전의자를 빙빙 돌리고 앉은 것을 해방 후에 허다하게 보고 있지만, 민에게 자가용과 비서란 마치 양복 입고 당나귀나 탄 것처럼 실감이 나지 않아서 그는 늘 애를 써왔지만 오늘은 술까지 취해서 해롱대는 꼴이 우습기까지 하다.
 
130
민은 술만 오르면 계집들한테 자가용에 비서를 데리고 다니던 옛시절을 자랑하는 것이 버릇이었는데, 오늘은 놀랄만치 술만 들이키고 앉았다.
 
131
“민형, 인제 그만 하오. 오늘은 웬 술을 그렇게 하시오. 취했소.”
 
132
하고 잔을 빼앗아도,
 
133
“아이가! 안적 멀었십니더.”
 
134
혀도 말을 안 듣는다. 그러면서도 연방 술을 들이붓더니만 계집을 데리고브레이크 라이닝 이야기를 횡설수설 늘어놓는다. 브레이크 라이닝이 얼마나 우리 조선에 필요한 이야기며, 그러나 해방이 된 지 사 년째면서도 아직 조선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 소중한 브레이크 라이닝 제작기와 그 훌륭한 시설 공장이 이눔 저눔의 모리 대상이 되고 있어 기계는 아주 못쓰게 되도록 녹이 슬고 있다는 이야기를 뒤숭대숭 늘어놓는다. 팁을 얼마나 주려나 손님의 주머니속만 들여다보고 앉았는 계집한테야 브레이크 라이닝 이야기가 흥미있을 리 없다. 말을 딴 데로 돌리면 또 꺼내고,
 
135
“자, 보래이, 선생두 와보시소.”
 
136
하더니 비틀거리고 일어나서 한 직공이 브레이크 라이닝을 뽑아내기까지의 시늉을 신이 나서 해 보이는 것이다. 아니 그것은 시늉이 아니라 한 직공이 무서운 정열을 다해서 기계와 싸움을 할 때처럼 절실한 실감을 자아내는 것이었다. 계집들은 미친 것이나 아닌가 생각이 되어 서로 눈짓을 해가며 말리나, 민은 못 들은 체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열에 들뜬 사람처럼 나댄다. 훈도 겁이 버쩍 들어서 몇 번 만류해보았으나 독기를 품고 뿌리친다.
 
137
“자, 그만 술합시다, 술.”
 
138
“와 이쌋노! 윙윙윙윙! 돌려라! 밟고! 척척 받아넘겨라! 꾸부러지잖소…”
 
139
식어져가는 사랑을 되찾고자 사랑의 적인 여성과 남자 앞에서 광무(狂舞)하는 불쌍한 여인의 춤을 훈은 요 바로 얼마 전에 영화에서 본 일이 있었거니와 민의 오늘 행동은 바로 그대로였다. 온 방안을 헤매이면서 팔을 젓고 풀무를 디디고 앉았다, 섰다, 밀다, 별짓을 다하더니 계집들이 “앗” 소리를 칠 새도 없이 밑 친 나무처럼 나가떨어져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나무토막처럼 그대로 뻣뻣해져버리고 말았던 것이었다.
 
 
140
5
 
 
141
그후 통 민을 잊고 사는 훈한테 민으로부터 긴 편지가 왔다. 철자법은 그만두고라도 문맥도 잘 닿지 않는 편지였으나 서울을 떠난 지 두 달 동안 오직 자기의 편지 오기만 기다렸다는 것이었다.
 
142
오직 슬프기만 한 일이었다.
 
143
“그럼 정말 직공이 될 작정인가?”
 
144
훈은 말이 그랬지 설마 직공까지야 ― 하고 그이 부탁을 저버린 자기가 몹시 미워졌다.
 
145
그러나 조선에서 오직 하나라는, 그리고 전 동양을 통틀어도 최우수한 시설을 가졌다는 고창 공작의 기계는 아직도 녹이 켸켸 슨 채로 이번에는 또 어떤 정당 사람과의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져 있는 것이었다.
 
146
그렇다고 그런 이야기를 민한테 써보낼 용기도 훈에게는 없었다. 그래서 답장도 못한 채 일년을 보내는 동안에 민에게 정말 기쁜 소식을 전할 기회가 온 것이었다. 삼년간의 영어 정치가 우리 손으로 넘어와서 우리 손으로 정부가 서더니, 과거 군정에 임대차 계약을 한 귀속 사업체는 일제히 새로 조사해서 정말 그 부문의 전문가로서 다시 배치하여 생산을 확보하는 동시에 귀속 사업체를 싸고도는 모리배를 배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발표되었던 것이다. 그 신문을 보는 그 즉시로 훈은 민에게 곧 상경하라는 전보를 몸소 뛰어가서 쳐주고, 세상이 확 밝아진 것 같았다.
 
147
훈은 일생 처음 콧노래까지 나오던 것이었다.
 
 
148
〈「백민」20호, 1950년 2월〉
【원문】전기(戰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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