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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과 문화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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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 11.
김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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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과 문화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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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과 문화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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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의 결과로서 드디어 조선 민족은 일본의 군국주의적 압제와 식민지적 가렴주구로부터 해방된 날을 맞이하였다. 동시에 유례없는 야만적 문화 억압 정책과 내선일체를 싸고도는 기만적인 문화정책으로부터도 조선의 문화와 예술가 문화종사자들은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중세적인 캄캄한 문화의 몽매(蒙昧)를 뒤이어서 참아온 36년간의 지긋지긋한 탄압의 밑에서 그러나 문화의 싹은 자라났고 이룩되었고 사회의 동정(同情)과 혹은 냉시(冷視) 가운데서 희생적인 노력은 남모르게 지속되어 왔다. 혹독한 검열, 집회 금지, 검속(檢束), 투옥, 사살 ― 세계 어떤 나라의 문화인들보다도 못지않게 우리들은 이 부단(不斷)한 위협과 말발굽과 총칼 속에서 때로는 용감히 때로는 끈기 있게 투쟁을 계속하여 온 것이다. 사내(寺內)에서 비롯하는 조선문화의 탄압정책, 소위 제등실(齊藤實)의 문화정치 운운으로부터 갱신(更新)된 문화의 위축정책, 무모한 군벌의 중국에 대한 파렴치한 약탈전쟁이 강화됨을 따라 차츰 뻔뻔스럽게 되어간 내선일체의 간판(看板)에 숨은 남차랑(南次郞)의 기만과 조선문화말살정책, 대미전쟁(對美戰爭)의 격렬화와 한껏 강화된 동근동조(同根同祖), 소기국소(小磯國昭)의 가일층의 민족 문화 말살 정책, 그를 인계한 아부신행(阿部信行)의 암혹 그대로의 문화 기술의 누열(陋劣)한 악용정책 ― 이러한 36 동안의 총독정치의 감방 속에서 하마 잃을 뻔하였던 우리 새로운 문화의 싹은 보지(保持)되어 기식엄엄(氣息奄奄) 오늘에 이른 것이다. 캄캄하고 숨막힐 듯한 태양을 잃은 긴 세월이었다. 동지들이여 우리들은 지금 이러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다. 해방된 것이다. 그러나 민족의 독립과 함께 문화의 해방이 이루어졌다고는 하여도 일본 제국주의적 문화반동에 대한 우리들의 투쟁이 종식된 것은 아니다. 장구한 시일 동안 우리들의 투쟁력이 상대적인 미약(微弱)으로부터 유래된 총독정책에 가한 방기(放棄) 상태는 단시일로서는 뿌립봅을 수 없는 각양각색의 반동적인 요소가 우리 민중의 대다수의 생활과 심리와 의식과 정신의 속에 깊이 침윤되고 있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이것은 금후로 족히 상정할 수 있는 친일적인 정책 이론의 전개와 일본주의적인 문화적 정신적 요소의 대두와 악질의 파괴적 책동과 더불어 가책(苛責) 없는 전쟁의 대상이 되지 않아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친일적이고 자기폄하적인 파괴적 이론의 전개가 중요한 전쟁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무리 민족 자체의 의식과 생활 속에 침윤되어 있는 일체의 억압적인 총독정치의 문화적 정신적 잔재가 또한 용서 없는 투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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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투쟁과 동시에 우리 문화의 진정한 해방을 위하여는 우리는 문화에 있어서의 중세적이고 봉건적이고 특권계급적이고 반민주적인 관념의 요소와 잔재의 소탕을 위하여 광범한 투쟁을 전개하지 않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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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1945. 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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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주의는 조선민족을 억압하고 그의 착취정책을 교묘하게 진척시키기 위하여 조선의 봉건계급과 토착대지주와 고리금융업자와 결탁하는 것을 이익으로 삼았다. 문화가 조선 민중의 다대수의 가운데 보급되는 것이 권력 유지에 위협이 되는 까닭에 문화에 있어서의 누열(陋劣)한 봉건적 특권계급적 관념과 요소를 조장 옹호하여 문화를 토착 지주와 자본가를 포함한 특권 계급의 향유에 즉단(卽斷)시켜버리고, 문화로부터 일반 대중을 완전히 격리하여, 드디어 기백 만의 소수를 제(除)한 삼천 만의 다수가 문맹 채로 방기되고 미신과 폐풍(弊風)과 비위생의 구렁텅이 속에 묻혀버리고 만 것이다. 이러한 일본 제국주의의 문맹정책이 실로 조선의 특권계급과 토착지주와 자본가의 이익과 일치하였다는 것을 우리는 일순이라도 망각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것은 제일로 특권의식의 유지와 향유에서 둘째로 소작인과 노동자의 자각을 봉쇄하는 데서 오는 착취의 유지에서 셋째로 모든 출판기관, 극장, 영화기업 등 광범한 문화 기업의 독점과 그 독점에서 오는 막대한 이익의 달성의 면에서 일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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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하여 이들의 결탁과 야합에 의하여 인민적인 신문화가 억압되고 문화를 어떻게 해서라도 널리 보급시키기 위한 사업의 성원(成員)이 총칼의 위협 속에 줄어들므로 조선 문화에 있어서의 군국주의적 사상과 봉건적 관념과 복고사상과 비계급사상과 ○○○○이 ○○○○함이 조금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 조선에 있어서의 봉건적 특권적 세력이 신문화를 멸시하고 이에 종사하는 모든 문화인을 냉시(冷視)한 데는 상당한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문화인에게 대한 이러한 반민주적 관념에 대해서도 투쟁을 전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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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여서만 우리는 문화를 인민의 다대수로 하여금 향유케 하고 동시에 인민의 대다수로 하여금 문화의 창조의 면에서 거대한 저수조(貯水漕)가 되는 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동지 제군이여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호미를 든 농민의 하나하나가 낙토(樂土)를 보며 아코디언을 울릴 수 있고 노동의 휴식 속에서 근로하는 부녀자가 고급소설을 즐길 수 있고 거리마다 촌락마다 도서관과 미술관과 극장과 영사장(映寫場)이 준비되어 있다면 그리고 이들의 하나하나가 모두 시를 짓고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통틀어 문화의 향유와 창조의 길이 이들 인민의 다대수의 앞에 열려진다면 아마 그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축복 받은 일이 아닐까 보냐. 실로 이것 없이는 우리는 문화의 진정한 해방을 짓거릴 수 없으며 이러한 모든 것의 설계 없이 우리는 문화의 참된 건설을 운위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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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화의 이러한 해방과 건설의 설계는 구체적으로는 어떠한 성격을 띠어야 할 것인가. 또 그것은 그 건설의 단초(端初)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향과 조류를 경계하여야 하며 어떠한 장애물과 싸우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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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본 제국주의의 문화정책에 의하여 싹 채로 매몰되어 있는 일체의 민족문화를 발굴하고 계발하고 앙양시키지 않으면 아니 되고 진정한 민족문화의 유산의 상속을 과학적으로 획책(劃策)치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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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1945.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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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 퇴치의 대중 계몽을 위한 모든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하며 각 방면에 걸쳐서의 민족문화의 고전적 연구와 조선문화의 앙양을 위한 일체의 설계에 열성을 가지고 참획(參劃)치 않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리하여 광범한 인민층으로 하여금 지식의 혜택과 문화의 향유에 참여케 하는 동시에 인민층 그 자체 내에서 발효(醱酵)하는 지식욕을 배육(培育)하고 보호하여 그들로 하여금 문화의 창조가 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주는 데 전심(專心)치 않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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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화의 계발과 앙양에 있어서 그러나 우리는 응당히 생기(生起)할 수 있는 몇 가지 위험성에 대하여 경계함이 없이 이 사업이 순조로울 수 없을 것을 알아야 한다. 우선 우리는 문화에 있어서의 국수주의와 협착한 지방주의를 경계하여 진정한 민족문화의 계발의 사업이 이러한 것과 무연(無緣)하다는 것을 망각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 다음으로 우리는 참된 민족문화의 전통이나 유산의 상속이나가 모두 전통주의와 복고주의와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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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미 이러한 그릇된 문화정책과 문화정신으로 하여 나치스 독일과 파시스트 이태리와 군국주의 일본이 여하한 운명을 초래하였는가를 알고 잇으며 그들의 이러한 정책이 궁극에 있어 민중의 어느 층을 위하여 기도된 것인가도 소상히 경험하고 있다. 일본 제국주의의 이러한 문화의 고색창연한 비과학적인 전통주의와 복고주의와 국수주의적 지방주의적 정책은 일본의 다대수의 인민을 우창(愚昶)과 미신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자본가와 군벌을 위하여 우둔(愚鈍)스럽게 기도된 약탈전쟁에 대하여 하나의 건설적인 발언까지를 완강히 거부하는 대신 오직 지도(指導)계금에 대한 맹종과 무비판적인 복종의 미덕을 강요하여 실로 일본 인민의 다대수는 일본 정신이니 신도니 신주(神洲)불멸이니 일본 문화의 정신적 우월이니 하는 하등의 내용없는 구두선(口頭禪)에 깊이 취하였다가 하룻날 뜻하지도 못하였던 항복의 라디오 앞에 끌려나왔다는 것이 실정이 아닐 것이냐.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 문화의 일환을 이룰 수 있는 조선 문화가 국제주의적이고 인민적인 내용을 가질 수 있는 민족 문화의 창조와 형성이어야만 진정한 문화 해방이나 건설 사업의 명칭에 해당한다는 것을 깊이 명심치 않아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민족적 차별이나 민족적 편견에서 떠나서 국제주의적인 높은 입장에 섦이 없이 참된 민족문화는 이룩되어질 수 없는 것이다. 이리하여 우리는 민족 문화 조선문화의 건설사업의 기본적 성격이 형식에 있어서는 민족적인 것으로 남으면서 내용에 있어서는 국제주의적 인민적인 민족문화이어야 한다는 것을 능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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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선의 문화가 세계문화에 통한다고 할 때에 다시 말하면 형식에 있어서는 민족적이고 내용에 있어서는 국제주의적 인민적인 민족문화라는 우리 문화의 기본성격을 비속되게 오해할 때에 그러나 우리는 그다지 우리의 생활에 깊은 기초를 갖지 못하면서 헛되이 서구적인 것 아메리카적인 것 내용 없는 세계주의적인 것 등등에 도취하였던 과거의 일부의 과오에 대하여 언급치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하고냐 하면 문화에 있어서의 외래적 향락 사상과 서구적 퇴폐와 난삽한 심리주의 등등이 우리 문화의 건설 사업의 진전에 있어서 지대한 장애물이 될 뿐 아니라 문화의 교육적인 역할을 생각할 때에 이러한 경향과의 투쟁을 조금치라도 완만(緩慢)히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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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1945.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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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총독정치에 의한 문화의 야만적 정책에 의하여 사회적 외부적 관심으로부터 봉쇄를 당한 우리의 문화는 쉽사리 자기의 내부에 거(居)하여 서구적인 심리주의의 탐색과 순수주의적 고립적인 문화의 도취 속에 침잠(沈하였고 건전한 민족생활의 潛) 건립이 식민지적 지배하의 위협이 될까 하여 모든 건설적인 것을 극도로 억압하는 반면에 외래적 향락사상의 비속한 조류와 현상에 대한 파격의 방임정책의 시류에 휩쓸려 우리들의 문화의 싹은 적지 않은 불건전한 퇴폐적 향락사상에 침윤되었다. 우리는 문화의 교육적인 부면(部面)을 높이 평가하고 종래 지식인의의 일부와 가두적(街頭的)이고 상층계급적인 일부의 계층만을 대상으로 하였던 문화의 불건전한 독점적 향유로부터 문화를 해방치 않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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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우리는 문화의 상업주의적 비속화의 경향과 싸움이 없이 우리의 건강한 문화를 건설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쟁을 빙자한 군국주의적 통제정책과 문화기술의 졸렬한 악용정책 때문에 비속한 시국 편승의 출판물, 연극, 영화, 음악, 무용, 미술 등 각 부문에 걸친 도도한 비예술적 비속하기 그지없는 상업주의의 탁류는 그것이 우리 내부의 일이니 만치 철저적으로 박멸하지 않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우리는 문화의 진정한 해방과 자유가 이러한 조류에 대한 강력한 통제와 박멸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을 생각하고 가장 준엄한 투쟁의 화살이 이 방면에 집중되기 요망하여 마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비속물이 문화 정도가 비교적 얕은 농촌과 도시의 인민층에 광범한 영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에 이에 대한 대책은 우리 문화 부문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실로 전국가권력의 규모에 있어서 논의되어야 할 것을 일순이라도 잊어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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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새로운 문화의 해방과 건설을 위하여 정신(挺身)하려고 생각하는 동지 제군이어. 조략(粗略)하게나마 제시하는 서술로서 보는 바 문화의 해방과 건립의 사업이 전인민적 협동의 확립 위에 진척되기 위하여 모든 진보적인 문화예술가와 문화종사자가 일치단결 강력한 통일전선을 짜야 할 것에 대하여 우리는 다시 노노(呶呶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 우리의 전도(前途)는 양양하고 희망에 차 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앞길이 탄탄(坦坦)한 네브스키의 대로인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제군! 강력한 합심(合心)과 협동단결이 없이 이 사업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싸고도는 활발한 우의적(友誼的) 논의야말로 일층 요망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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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1945. 11. 5)
【원문】건국과 문화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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