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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 9
이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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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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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꽃이 제일 좋으냐 물을 때, 이‘제일’이 가장 대답하기 곤란하다. 미인들을 늘어 세우고 누가 제일 마음에 드느냐 묻는다면 조금도 후회 없을 무리한 대답을 할 사람이 드물 것과도 마찬가지다. 장미를 제일이라고 대답할 사람이 튤립이나 카네이션의 여태(麗態)를 보고 애틋한 뉘우침이 없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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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방의 왜소한 한 포기 채송화에겐들 마음을 혹하지 않을 것인가. 다 좋은 것이다. 꽃에 관한 한 공연한 투정을 부리고 기호를 까다롭게 선언함같이 어리석은 짓은 없다. 꽃에 관한 한 일원적 귀결의 필요는 없는 것이며 박애주의가 반드시 취미의 범속됨의 좌증도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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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잔뜩 가스러져서 그른 것을 보나 좋은 것을 보나 반드시 한마디 이치를 캐고 공격을 해야만 마음이 시원한 현대인의 교지(校智)에 대해 화초에의 순진성이 하나의 교정역(矯正役)이 되기를 바란다. 왜곡된 교지 앞에 무엇인들 아름답고 좋은 것이 있으랴. 다 흠이 있어 보이고 차지 않아 보인다. 아름다운 것을 헐어 보고 완전체를 바늘 끝으로 따짝거려 흥을 발견해 내기란 누구나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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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슬픈 일인 것이다. 그런 말소적 교지란 제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그릇된 산문정신으로 행여나 마음의 순결성까지를 몽땅 잃지 말 것이다. 솔직하게 감동할 수 있는 마음만이 참된 대지(大智)를 낳는다. 화초를 바라보고 바보같이 감동할 수 있는 심정을 배움이 좋다 ─ 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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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리아를 5,6년째 심어 오는 것은 이 꽃이 제일이라고 생각한 탓은 아니나, 그러나 또 장미 같은 꽃보다 못하다고도 생각지 않는 까닭이다. 일년생의 초목이요, 초본과의 꽃으로 세상의 화당(花黨)은 그다지 귀하게 치지는 않는 것이나 카카리아의 감각은 버릴 수 없이 아담한 것이다. 신선한 잎새가 식욕을 느끼게 하고 가느다란 대궁 위에 점점이 피는 붉은 꽃은 여인의 파자마의 보풀보풀한 붉은 단추를 생각케 한다고 할까. 왕가새(薊)의 일종으로 말하자면 그것의 양종이다. 야생의 거칠고 빛도 변변치 못한 왕가새에 비길 바가 아니다. 깨끗하고 선명하고 조금 화려한 것이 뭇 꽃에서 가히 상줄 만하다. 푸른 꽃 ─ 가령 시차초 등속도 좋으나 ─ 속에 이 꽃을 섞어 심어 가을 늦게까지 그 붉고 푸른 대조를 바라봄은 유쾌한 일이다. 나는 이 꽃을 내 집 뜰 이외에서는 본 적이 없다. 아마 이 종자의 보지자(保持者)는 이 고장에서는 나 혼자일는지도 모른다. 절종을 겁내 가을이면 반드시 씨를 받아서는 간직해 내려오는 중이다. 소설책을 낼 때 화가 C는 장정에 이 꽃의 모양을 뜨려고 화첩을 가지고 와서 여러 장의 세밀한 스케치를 해 갔다. 결국 쓰이지는 않았으나 언제나 한번 이 꽃의 찬(讚)을 쓰고자 한다. 나무 꽃도 좋기는 하나 좁은 들을 치장하는 데는 역시 일년생의 초본화가 적당한 듯하다. 평범은 하나 나는 해마다 심는 그 꽃 그대로를 계속해 온다. 카카리아에 프록스, 샐비어, 프리뮬러, 시차초, 애스터 등속을 족생시킨다. 흰 꽃이 피는 장미와 라일락은 되려 이를 옮겨 뜰 구석쟁이로 귀양 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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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필드는 단편 속 여주인공으로 하여금 라일락은 꽃이 아니라고 말하게 했다. 나도 동감이다. 향기가 좋을 뿐이지 훌륭한 꽃은 못 된다. 담자색의 빛깔은 그윽하다느니 보다는 우울하고, 첫째 꽃의 모양이 분명하지 못하다. 맺힌 데가 없고 난잡하게 헤벌어져서 꽃의 옳은 모양을 잃어버렸다. 품 있는 꽃의 할 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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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홍의 줄기장미를 심어 뜰에 문을 만들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은 있어도 나무꽃을 심어 보고 싶은 욕심은 없다. 잡초 속에 키 얕은 화초 우거진 것이 가장 운치 있는 것이다. 뜰 한구석에 고사리 포기나 우거지고 도라지꽃이나 사이 사이에 피어 있다면 여름 화초의 아취 그에 지남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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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 1940. 9
【원문】화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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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李孝石) [저자]
 
  조광(朝光) [출처]
 
  1940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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