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성숙(星宿)은 내 우에, 도덕적 율법은 내 안에.”
4
이것은 괴닉스벨히라는 철인의 금명(金銘)이다.
5
“창공(蒼空)은 내 우에, 살냐는 힘은 내 안에.”
6
이것은 내의 금명이다. 제군이여, 이 두 금명의 비교에 엇더한 차이가 잇는가.
7
그 이상주의 철학자는 창조와 이성과 완전을 어드려고 살고, 나는 살냐고 창조와 이성과 완전을 구(求) 한다. 이것은 파라독스가 아니다. 손쉽게 다시 말하면 법칙 밋헤 생(生)이 잇는 게 아니라, 삶의 밋헤서 법칙이 생긴다. elan vital(생(生)의 류(流))의 생각은 이천년 전 희랍철학자가 짐쟉하엿고 십구세기에 염세 시인이 Wille zum Leben(생(生)의 의지)으로서, 이십세기 초에 불란서 철학자도 약동하는 생으로서 각각 생각하엿다. 우리는 이졔 ‘살냐는 힘’을 늣긴다. 그러나 생은 유동(流動)이고 법칙은 고정(固定)이다. 흘으는 물이 약하면 약할수록 고정되여 가든 법칙은 더욱 고정되여 간다. 도덕에 곰팽이 실고 관념이 시드러지고 율법과 제도에 빈틈이 버러진다.
8
생명의 힘에 눈뜨랴면 스스로가 졔멋대로 되지 못한다. 누어서 쟈면서 눈 뜨지 못하고, 눈뜨지 못하야 보지 못하는 것갓히.
10
‘생명의 의식’은 세계의 파괴요 또는 창조다. 창조가 아니고 개혁이 아니다. 상상할수 잇는 시간과 공간 안까지는 되푸리하는 창조다. 그러닛가 개조라는, 개혁이라는 말 우에 머물너 서지 마라.
11
‘생명의 의식’, 나는 이것에 희망을 둔다. 져거도 우리는 이곳에 운명의 전환을 보아야 한다.
12
물론 생명의 원동력인 그 무엇에도 관계는 잇겟지. 즉 철학자가 일으는 바 Ding an Sich(물 자신(物自身)), 혹은 ‘본체’에도 운명의 탯줄은 달렷겟지.
13
그러나 Ding an Sich나 본체는 우리의 가지계(可知界) 이외의 그 무엇이다. 이 그 무엇을 알 필요는 업다. 보라. 초목이, 암석이, 나는 새나, 다름질하는 김생이 이 그 무엇을 알녀고 애써 보아서 보다 더 행복을 어든 젹이 잇는가. 또는 이 인세(人世) 이상(以上)으로 자연스럽게 사러간 젹이 잇나. 자연스럽다는 말은 졔 손으로 만드러 노은 질곡 밋에 헤매이지 안는다는 말이다.
14
“내 우에 창공(蒼空), 내 안에 살냐는 힘.”
15
그러기 때문에 살냐는 힘을 구속하는 모든 것은 제이의적(第二義的)이다. 제이의적이기 때문에 죄악이다. 부자연이고 부정의다.
16
이 부자연하고 부정의하고 죄악인 것을 바라지 안거든 ‘생명의 의식’이 잇서야 한다. 이곳에서 인생이라는 유동이 잇고 인생의 무단(無斷)한 정진이 잇다.
17
생명의 발동기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삼천세계(三千世界)의 중생들까지) 창조자의 손 안에 영구히 감추어 잇다. 그러나 ‘생명의 의식’만은 우리 자신의 손안에 드러 잇다. 보라. 의식 업시 무슨 힘이 잇섯는가. 무슨 꼿이 핀 젹이 잇섯는가. 무슨 의식 잇는 생활이 잇섯는가. 제군은 이 원리를 역사에서 발견할수 잇고 주위의 민중에셔, 무엇보다도 제군 안에셔 발견할 수 잇다.
18
“내 우에 창공, 내 안에 살냐는 힘.”
19
창공은 직선(直線)이고 힘은 곡선(曲線)이다. 곡선 업는 곳에 무슨 힘이 잇스랴. 힘 업는 생이 어디 잇스랴. 곡선 잇는 생이기 때문에 영원한 되푸리의 싸홈이다.
20
직선인 모든 것을 버려랴. 지금은 생명의 물굽히가 한번 더 힘잇게, 더 세게 이러나야 할 시대다. 이천여년간 양으로나 질로나 다시 비례가 업섯슬만콤 큰 곡선의 시대가 왓다. 모든 직선의 생활을 피하라. 이상이나, 관념이나, 절대나 다 지버 치워라. 그리고 생명의 흐름에 기회(機會) 타라.
21
그리쟈면 몬져 ‘생명의 의식’ 에 돗대 잡어라. 죠 ― 지 버 ― 나드 쇼 ― 가 “천국은 항해(航海)이고 지옥은 표류(漂流)” 라고 말햇다. 이럴테면 본능을 쥭이지 말고 나침반으로써 그 본능의 양해상(洋海上)에 헤염쳐 나가라는 말이다. 이것이 진실한 천당이다. 또 본능의 물결에 방황 표류하야 천지회명(天地晦暝) 다만 정처 업시 허덕거리기만 하면 곳 지옥이다. 그러닛가 천당에 드러가랴거든 하늘을 쳐다보지 말고 내 속에 엉켜 잇는 구지구지한 생의 나체 (裸體)를 충실(忠實)히 아러라. 그리하면 그 앎으로서 큰 생명의 샘물이 구비구비 흘너 나오리라.
22
『SociééMai』창립의 날에, 1925. 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