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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피고 비오는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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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노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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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고 비오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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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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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십 춘광(春光)을 저혼자 만난듯이 천자만홍(千紫萬紅)으로 야단스럽게 피던 꽃도 한줄기 비바람에 모두 떨어지고, 이제는 빛바랜 낙화가 쓸쓸히 휘날리고 있읍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더니 어여뿐 그 영화가 이렇게 빨리 떨어져 버립니까? 우는듯 호소하는듯 궂은 빗방울이 줄줄이 낙화를 적시나이다. 가시는 님의 발자욱을 눈물로 적시는듯. 아, 무상한 시의 한 구절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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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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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나 버림을 받고 무엇에나 패배(敗北)를 당한 아우는 눈물로써 그 낙화를 보고 있읍니다. 먼 옛날에 치마자락을 발끝까지 끌며 눈물지우며 돌아가시는 님을 뵈온듯 ── 아, 나도 저 비와 같이 흐느껴 울고 싶습니다. 30의 고운 고개를 넘고보니 사랑이니 이상이니 하는것도 한갓 지난날의 푸념같고, 모든것이 내 앞에서 신비와 감격을 버린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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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형!
 
7
형도 알다시피 한동안은 세계적 진출을 꿈꾸고 영어와 독어를 배우며 영원불멸의 세계적 명작을 써 본다고 하였으나 모두가 한가지 하품에 불과하였고, 또는 조선의 문학계를 진흥시킨다고 선조의 유업까지 모두 팔아서 잡지니 무엇이니 하였으나, 그것 또한 한낮 장난에 불과 하였나이다. 이제 희망과 이상을 잃고보니 마음의 창문에는 어름이 얼고 궂은비가 부딪히는듯 합니다. 아 쓰라린 생의 회색(灰色) 고개 ── 중이되어 산으로 갈까? 혹은 바다로가서 한낮 무명의 어부가 될까! 내 마음에도 이미 눈물의 비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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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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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의 목탁! 아 그 산비들기를 벗하여 목탁을 치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아, 구슬프게 내리는 비 ── 오늘밤이 새도록 궂지게 내려라. 나도 그 비와함께 울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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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형의 집을 한번찾아 가겠읍니다. 찾아가서 형의 인생철학을 듣고져하오니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소서. 그럼 뵈옵는 날까지 안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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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仁[인] 浩[호] 아우드림
 
 
12
──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원문】꽃피고 비오는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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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영(盧子泳)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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