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상빈(上賓)용으로는 관객의 인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색별의 의복을 입힘도 가)
20
무대 한가운데 둥그런 연못이 있고 배경은 단지 검정 장막을 둘러쳤을 따름이다.
21
낚시질꾼은 좌수로부터 1 ․ 2 ․ 3 ․ 4의 순서로 빙 둘러앉아 있고 그의 좌수에는 주인 갑이 앉아 있다. 갑은 바로 등뒤에 열린 배경 장막의 안으로 해서 그 속을 연해 굽어다본다.
22
낚시꾼 1은 낚싯대를 가지지 아니하고 물가에 바싹 들어앉아 맨손으로 물 속을 뒤지며 갑과 2의 눈치를 살피며 부러워한다.
23
낚싯대는 2가 네 개를 가지고 있고 3이 두 개를 가지고 있고 4 ․ 5 ․ 6이 한 개씩 가지고 있고 7이 세 개를 가지고 있다. 이외에 그들의 등뒤에는 제각기 준비하여 둔 낚싯대를 여러 개씩 가지고 있다.
24
막이 열리면 낚시질꾼들은 일심으로 낚시질을 하고 있고 무대 뒤에서는 요란한 싸움소리가 들린다.
27
을 나만 살랴는 것이 아니야 이 자식아. 우리가 다 잘 살자는 것이야 이 자식아.
28
병 흥 이 자식아, 광우리 구멍 같은 아가리로 말은 잘한다. 무얼 이 자식아, 다 잘살자는 거야, 이 뻔뻔한 자식아.
29
을 이 자식이 그래도 아니 물러서고 이 지랄이야! 이 자식아. (툭탁거린다)
30
병 이 자식 바라 사람 친다! 이 자식아.
33
정 흥, 녀석들 잘 싸운다. 여보게 우리 이통에 일 좀 꾸미세.
34
낚시질꾼7 (정의 소리를 듣고 싱긋 웃는다)
43
을 망할 자식이 미꾸리 새끼같이 빠져 달어나서 붙잡을 수가 있어야지!
47
을 달어났어! 그 자식 때문에 어떻게 해!
49
을 아니다. 내가 잠자코 있으면 이것도 저것도 다 틀린다. 네가 잠자코 좀 있으렴.
52
병 내가 잠자는 데 때리지 말 것. 그리고 일이 다 되거든 나도 한몫 줄 것.
54
갑 (발길로 1을 툭 차며) 가라 이 자식아.
66
갑 응, 지금 그렇잖애도 이놈 한놈 지금 족치네.
67
을 그따우 것은 천천히 하고 큰놈부터 해요.
71
갑 자네 그만 가게. (다른 낚시질꾼들을 둘러보고) 자네들도 그만들 가고.
73
갑 가라니까 왜들 아니 가고 그래! (7을 보고) 여보게 자네가 먼점 가게. 자네가 제일 맘에 걸려 못견디겠네.
74
7 나도 돈 들인 것이니 돈을 내고 이 자리를 사가게.
75
갑 괜히 남의 것을 제것 만들어가지고는 돈이 들었네 쇠가 들었네해!
76
7 천하없어도 지금은 아니 간다. 나는 인제 갈 때가 되면 가지만.
81
1 (또 물가에 가서 고기를 잡으려 한다)
82
갑 (발길로 걷어차며) 이 자식은 왜 와서 이 지랄이야.
88
갑 (방백) 어데 보자. (등뒤로 대고) 여보게.
90
갑 이 자식들을 좋은 말로 일러서는 아니 되겠네.
94
갑 (등뒤에서 그물을 받아가지고 물로 던지며) 이 자식들아 누가 못 견데나 해보자.
96
2 (성이 잔뜩 나서) 너 이 자식 왜 이래?
98
2 왜 괜히 남이 고기 잡는 데 방해야?
99
갑 내 것 가지고 내 맘대로 하는데 네가 무슨 참견이야?
100
2 암만 네 것이라도 계약이 있으니까 네 맘대로 못해.
101
갑 별 개수작을 다하네! 계약이 무엇 말러비틀어진 거냐 이 자식아.
102
4 (5를 보고) 저 녀석이 저러다가는 야단나지 아니하겠나?!
106
5 자네는 별로 큰 이해상관이 없으니까 그렇다지만 우리야 어데 그런가!
107
갑 (그물을 또 던지며) 보자 이 자식! (그물이 2의 낚싯대 하나를 그러잡아 당긴다)
108
2 (벌떡 일어나 쫓아가서 갑의 팔을 홱 비틀어가지고 때리며) 이 망할 자식.
109
갑 (후덕거리며) 아이고 아야, 아이고 아야.
111
갑 오냐 죽여라. 나는 기운도 없는 놈이고 너하고 마주 싸울 필요도 없다.
112
2 (갑의 팔을 비틀어쥔 채) 가만 있어 이 자식아. (낚싯대를 다뿍 집어다가 갑이 앉았던 곳을 비롯하여 죽 담가놓는다)
113
1 (싸움통에 툭툭 치며 뒤로 물러섰다)
114
갑 아이고 아야 아이고 아야. 여보게 이 자식이 사람 죽이네.
116
갑 이 자식이 사람을 막 치고 지금 야단났어, 이 사람아.
119
을 저 자식! (발을 구르는 소리) 네 이 망할 자식!
120
4 (5 ․ 6을 돌아보며) 저거 안됐는걸! 낚싯대를 너무 많이 담거놓았어!
124
을 여보 우리 같은 계원끼리 이걸 가만둔단 말이요?
125
4 (5 ․ 6 ․ 3을 보고) 저거 불러다가 싸흠을 말려야지? 무엇보담도 (2를 가리키며) 저 자식이 혼자 먹을랴고 하니까.
129
갑 (7을 보고) 여보게 자네도 이런 것을 보고 가만 있나?
131
을 저 자식을 마구 그저 죽여놀 테야! 이 자식 어데 해보자.
138
4 우리끼리 다 그리지 아니하기로 아니했나? 다 좋도록 하세그려.
140
4 (3을 보고) 자네도 같이 이야기하세그려.
142
4 그렇지만 가다가 좋은 의견이 있거든 이야기해 주게 응?
144
갑 대관절 이 자식이 이 비튼 팔을 놓아주어야지!
155
2 내가 너무하긴 무얼 너무해? 나는 우리가 약조한 대로만 하는데.
158
4 (3을 보고) 우리끼리 합력해서 이 자식을. (2를 가리키며) 좀 뚜드려줄까?
160
7 (3을 보고) 저 자식은 객(客)군이 왜 덤벼서 저래! 승겁게.
162
7 나는 아모 참견도 아니하고 지금 형편만 보고 있다.
164
7 흥! 죽겠지? 녀석이 속이 다뿍 켕겨서.
165
4 저 녀석이 (7을 가리키며) 이 위인(갑을 가리키며)하고 부동이되야서 덤비면 어떻게 하노!
166
3 그때야 우리가 다 달려들어서 해내지.
170
4 그거 우리가 합심해 가지고 이 자식을 (2를 가리키며) 두드려 주는 게 제일이야.
172
4 그러면 일 잘되고 또 이 자식이 (2를 가리키며 앉았던 자리를 우리가 나누어 먹지 안하겠나?
175
3 멍텅구리! 글쎄 우리가 합심해서 이 자식을 (2를 가리키며) 쫓아내면 저 위인들이 (갑을 가리키며) 우리한테 이 자식에게 (2를 가리키며) 하듯이 하려들 것 아닌가?
177
5 그 말이 옳으이. 옳은 것이, 이 위인이 (갑을 가리키며) 아까 우리더러 다들 가라고 아니하던가? 제딴에 우렁속 같은 속은 있어서 명색 제것이라고 도루 다 찾으려는 수작인 듯싶데.
178
4 그도 그렇기는 하지만 지금 당장……
179
3 그러니까 그래도 두어두고 보게. 보아가다가.
180
4 그렇지만 이 자식이 (2를 가리키며) 가만 내버려두면 자꼬만 더해요.
182
4 그 배라먹을 것을 우리가 아주 벗어부치고 나서서 다 차지해 바릴까?
185
3 뼈가 너무 굳어져서 인제는 깨물어지질 아니해요.
186
5 그 말이 옳네. 연전에도 나누어 먹으랴다가 코를 다치지 아니했나?
187
3 그러니까 내 말대로 좀더 두어두고 보아요.
188
4 그래 볼까. 그러면 가서 (갑과 2를 보고) 너희 멋대로 해라.
189
2 거 잘 되었다. (갑의 팔을 더욱 비튼다)
190
갑 아이고 아야! 이 자식들 괜히 어쩌네 저쩌네 하더니 이 모양이야! 망할 자식들.
193
을 저런 저 자식이 아직도 저러고 있어요! 저런 망할 자식이.
194
2 아직 멀었다. 이 팔때기를 부질러놓아야 한다. 이 자식아, 네가 나를 이렇게 때리면 나는 그저 있을 줄 아니! 견데봐라. (발로 2의 낚싯대를 툭툭 걷어찬다)
195
2 흥 잘한다, 이 자식. (팔을 더욱 비틀며 낚싯대를 더 많이 집어다가 아직 비었던 자리에 늘어놓는다)
205
2 잘못이라도 이밖에는 더 할 도리가 없데.
206
5 정 그런다면 우리도 가만 있지 아니할 테니 생각해서 하게.
208
갑 오냐, 나도 인제는 악이 났다. (바둥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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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3을 보고) 우리가 나선다면 이 자식 (2를 가리키며) 어쩔꼬?
213
4 그렇다면 문제야! 호통에 고개가 쑥 들어가야 할 텐데!
215
5 우리가 실상 나선댔자 수고만 많고 소득은 그다지 없을 테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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