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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5일 이전에 있어서 우리의 문화, 예술의 발전을 저해하여 온 결정적인 조건이 일본 제국주의 지배였다는 것은 우리들이 누누이 지적하여 온 바와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일본 제국주의는 조선에 대한 그의 통치권을 확립한 이래 갖은 교묘하고도 또 야만적인 문화교육 정책을 통하여 우리들의 민족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극도로 억압하고 저해한 것으로서, 특히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기간 중에‘내선일체’와‘황민화 운동’을 통하여 취한 그들의 조선 민족문화예술 말살정책은 세계에 그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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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발악에 가까운 이러한 야만적인 말살정책이 실행되기 전, 주로 3ㆍ1봉기 이후 검열제도를 통하여 실시된 그들의 문화정책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근소한 활동의 자유가 허여(許與)되어 있었던 만큼 그 음흉한 본질이 은폐되기 쉬우므로, 우리는 그것의 의도하였던 보다 더 교묘한 노예적, 식민지적 정책에 대해서 주의하지 않으면 아니 되겠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우리들은 출판이나 상연(上演)이나 상영 같은 것이 검열을 통하여서나마 어느 정도 그 자유가 허여(許與)되어 있었다는 점에 기만되어 이 검열제를 통한 그들의 정책의 본질에 대해서 등한하기 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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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3ㆍ1봉기로써 얻은 문화활동의 근소한 자유를 통하여 총독정치가 실시한 정책의 가장 본질적인 면을 적기(摘記)하면 다음과 같은 것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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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그들은 해방과 독립을 위한 모든 건전한 의욕을 억압하였습니다. 이면에 있어서의 그들의 검열의 혹독함과 활동에 대한 구속은 우리들이 친히 체험한 바, 야만주의 그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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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둘째로, 그들은 봉건적이요 전근대적인 문화의 유물에 대해선 원조와 조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민족생활의 발전상 하등 기여함이 없는 봉건지주층의 문화, 예술과 전근데적인 미신, 신앙은 방임 내지 조장되어, 봉건적인 낡은 테두리를 깨뜨리고 전진하려는 근대적 발전을 위한 모든 민족적 욕구는 저해되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봉건적인, 전근대적인 문화의 조장이 마치 민족문화 발전을 위하여 도움이 되는 듯한 환상을 일부 문화예술가와 토속취미의 전문가에게 주어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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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셋째론, 자본가적인 시민문화의 저속하고 야비하고 퇴페적인 부류에 대해서는 오락이니 순수예술이나 하는 명목 밑에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방책을 썼던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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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리하여 허다한 다방과 뒷골목 방황의 문학청년의 배출을 조장하였고 청년의 심혼 을 (心魂) 좀먹는 저속한 연예오락물을 우리들의 생활 속에 범람시켰던 것입니다. 총독정치가 이러한 정책이 자신의 전쟁강행 정책에 유해하다는 것을 깨닫고 전쟁 중 이러한 방임정책을 수정한 것 자체가 종래의 그들의 방침이 무엇을 꾀하였던가를 충분히 증명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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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모든 점은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 민족문화의 발전을 극도로 저해하였던 결정적인 조건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들이 저 역사적인 8월 15일을 맞이하였을 때 새롭게 전개할 민족문화예술의 재건을 위한 활동의 규범으로서 일본 제국주의 잔재의 청소, 봉건적 잔재의 청산, 그리고 외국 문화의 섭취와 고전계승의 정당한 방법을 세우기 위하여 국수주의를 배격할 것 등을 내세운 것은 당연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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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은 조선의 문화사상 획기적인 의의를 지니는 날이 되었습니다. 일본 제국주의의 지배가 남겨 놓았던 모든 독소와 잔재를 일소하고 단일적인 민족문화의 건설과 완전한 근대적 의미의 예술적ㆍ문화적 창조를 저해하고 방해하더 봉건적, 전근대적인 유물을 깨끗이 청소하고 시민문화의 퇴폐적이고 저속한 조류를 가시어 버림으로써, 우리들의 문화예술의 발전을 커다란 희망을 가지고 책정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우리들의 눈앞에 벌어졌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의 퇴진과 함께 그 비호 하에 유지, 배양되어 오던 봉건적인 전근대적인 모든 요소는 지극히 약체화된 상태로서 고립되었기 때문에 민족문화예술 발전의 무한한 가능성은 유사 이래의 가장 정당하고 또 유효한 조건 밑에 놓여졌던 것입니다. 한말의 개화운동으로써도 또는 3ㆍ1의 혁혁한 봉기에 의하여서도 해결되지 못하였던 진정한 근대적 의미에서의 민족문화와 예술은 비로소 그 자유로운 발전이 보장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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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연합군의 진주 이래 남조선을 뒤덮은 정치적, 경제적 모든 정세는 우리 문화건설의 앞에 거대한 곤란을 초래하였으니 이로 말미암아 우리 예술문화발전의 가능성에 대한 보장은 전혀 뜻하지 않았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단적으로 다음과 같이 지적할 수 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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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새로운 외래 금융독점자본의 국제적 반동세력은 우리 민족문화 발전의 결정적인 조건이 일본 제국주의의 독소를 일소하는 사업을 곤란케 할 뿐 아니라 그것을 소탕하려는 우리들의 대립물로 화하여지고 있는 것, 다시 말하면 물러간 일본 제국주의 대신에 그와 방불한 정책으로서 우리에게 군림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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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일본 제국주의의 퇴진으로 인하여 고립되었던 전근대적인 봉건적인 유물이 특히 반동적 지주층과 외래 국제반동세력과 새로이 야합함으로써 민족문화와 민족예술의 건설을 위한 가능성의 조건을 무력하게 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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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일본 제국주의의 퇴진으로 인하여 일거에 청소될 저속한 오락정책이 모리배와 친일재벌과 외래 반동세력의 노예화, 식민지화 정책과 야합하여 민족문화 발전의 가능성을 박탈하려고 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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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로, 외래 반동세력과 국내 친일파, 반동지주, 친일재벌과의 연합세력으로 장악된 남조선의 반인민적 정권은 문화와 예술과 교육의 민주주의적 건설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되는 언론, 출판, 결사, 집회의 모든 보장을 박탈하여 드디어 우리 문화의 앞에 이 이상 참을 수 없는 위기와 위험을 초래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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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이미 우리들 민족문화건설을 위하여 주소(晝宵)를 가리지 않고 싸우고 있는 남조선의 예술가, 과학가, 교육가, 학생, 언론, 체육인이 머리 위에는 바바리즘과 테러리즘과 그리고 희대의 문화적 위험과 문화적 위기가 도래되고 있는 것입니다. 민족문화 건설의 최대의 보장이 되는 민주개혁은 실시되어 있지 않으며 민주정권의 유일의 국제적인 방도요 정당한 노선인 막부(幕府)삼사 결정에 의한 미소공위는 반동파와 친일파와 국제반동세력의 반탁음모에 의하여 중단되어 있으며, 이러한 극도의 혼란 속에 외채와 크레디트는 늘어나가고 외국의 식민지화 정책은 강행되는 일방 민중생활은 도탄의 구렁에 빠져, 드디어 위대한 10월 인민항쟁의 길만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기본적인 서광으로 우리들의 앞에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봉건제도에 대한 치열한 반항과 제국주의에 대한 부절(不絶)하고 일관한 혈투 속에 생후 발전하여 온 우리들의 새로운 문화는 8월 15일 이후의 해방된 하늘 밑에 있어서도 의연히 자유와 독립과 그리고 그들의 정권을 위하여 항쟁을 전개하는 전인민대중과 함께 싸움으로써만 민족문화 발전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비장한 현실에 부딪히고 만 것입니다. 우리가 얻었던 자유는 다시금 예속과 노예화의 자유로 화하고 있으며 우리 문화의 앞에 찬연히 빛나던 해방과 건설의 태양은 위험한 파시즘과 테러리즘과 바바리즘의 구름장으로 인하여 흐리어져 있습니다. 지금 우리의 머리를 누르고 있는 무거운 구름장은 일찍이 히틀러리즘이 구라파의 천지를 위협하고 있던 저 야만적인 문화의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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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발전의 기본조건이 되는 민주주의적인 보장은 하나하나 우리들의 옆으로부터 떠나가고 말았으니 집회의 자유는 상실되었고 언론, 출판의 자유는 출판물 허가제, 신규 정기간행물 불허가 방침으로 제한되는 일방, 정간처분과 신문인과 카메라맨의 체포, 투옥이 일상사가 되었으며 하지 중장의 누차의‘의사표시의 자유’에 관한 성명에도 불구하고 남조선에 있어서는 반동 분자의 의사표시의 자유는 있으나 민주주의자의 비판과 건설을 위한 의하표시의 자유는 완전히 상실되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정당등록법의 실시에 의하여 결사자유의 보장은 유명무실화하였고 문화단체는 자유로운 문화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구속을 받고 있는 현상입니다. 극장은 모리배의 손에 들어가 있으며 극장취체령에 의하여 일제시대의 간섭이 재생되어 있으며 검열, 삭제, 간섭, 위협 등 문명한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극도의 억압이 해방된 이 땅에 재현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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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할 이상의 문맹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학생들의 계몽운동은 통제, 억압하고 이 인민대중의 문화적 맹안(盲眼) 위에 반동적 반인민적인 지배의 토대를 닦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학원의 자유와 연구, 발표의 자유는 찾아볼 수 없으며 배움을 찾아 모여든 학생들은 책상을 등지고 교문을 떠나고 있습니다. 50여 개 학교 4만여 명이 맹휴를 단행하고 한결같이 반대하는 국대안(國大案)을 기어코 강요하고자 하는 그 힘은 대체 어떠한 힘입니까. 그 까닭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남조선에는 가르치는 자유도 배우는 자유도 없는 것입니다. 오직 수 개인(數個人)의 친일재벌과 반동지주의 파견인에 의한 무한대의 지배와 억압의 자유가 남용되고 있을 뿐입니다. 온 인민 대중을 무지와 비위생과 정감록에 붙들어 매어 놓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반인민적인 친일파의 정권을 세우려는 야망 이외에 이러한 사태를 해방할 이유는 발견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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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체의 회관은 가는 곳마다 추방당하고 시인은 박해를 당하여 한편 시낭독에 1년 징역을 달게 받아야 되며 박물관과 고적은 쓰레기처럼 버림받아 그 위에 병사(兵舍)건축이 강행되어야 하는 현상입니다. 극장에서는 건전한 민족예술이 아니라 키스와 째즈와 넌센스와 비속과 우열(愚劣)하기 비길 데 없는 악극(樂劇)이 강제 상연되어 있으며 이것은 당국의 오락정책에 의하여 조장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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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민주주의적인 계몽을 위한 연극과 음악과 무용은 사상선전의 명목으로 상연금지를 당하고 , 그 대신 민족생활을 좀먹고 애국심을 마비시키는 불건전한 퇴폐적인 오락물은 보호ㆍ조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일체의 민주주의적 상연물이 억제되는 반면에 봉건적인 반민주적인 모든 기획과 상연은 조장되고 있는 것입니다. 요컨대 이로서는 전형적인 노예화, 식민지화, 시장화의 정책이 부끄러움도 없이 노골적으로 강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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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 1월 30일 흥행에 관한 고시는 2월 11일부 문교, 경무, 검찰 3회의의 결과로 발표된 맹휴에 대한 경고와 함께 문화와 교육과 예술과 민주건국을 위하여 생각하는 양식 있는 이에게 극도의 불안과 위협을 주는 것이니 이 고시와 경고는 벌써 남조선의 문화와 문명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바바리즘과 테러리즘의 천지요, 해방과 더불어 우리들의 아니 보았던 문화 발전의 가능성에 대한 보장을 최후의 한 조각마저 유린하는 것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니다. 1월 30일 고시로 인하여 예술가에 대한 야만 테러리즘은 합법화ㆍ정상화되었으며 식민지적 오락정책은 노골적으로 정당화되었으며 민주주의적 계몽에 대한 우리의 열렬한 염원은 완전히 봉쇄당하였으며, 그 대신 극장의 모리행위와 불건전한 퇴폐적인 오락물과 특히 외국영화의 강제 상연은 경찰력에 의하여 완전히 보호되는 결과를 지은 것입니다. 진시황의 세계나 히틀러 나찌스의 세계에나 일본 제국주의의 세상에 있어서도, 일개의 임석경관이 민족예술의 판단을 좌우한다는 염치없고 몰상식한 법령은 발포된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2월 11일부 경고에 의하여 배우는 자유를 얻기 위하여 학생이 요구할 수 있는 최후의 민주주의적 보장은 완전히 박탈되었으니, 실로 경고문은 여하한 이유에 의하여서든지 맹휴를 하는 학생에게는 엄벌에 처한다는 놀라운 내용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맹휴는 학생들의 제국주의와 식민지화 정책과 노예화 정책과 싸우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입니다. 일제하 조선학생의 운동은 맹휴로 인하여 장식되었으며 반동과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하여 세계의 약소민족 내 학생들이 여하히 싸우고 있는가를 보아, 이 경고는 제국주의의 식민화ㆍ노예화 정책에 대한 굴복과 투항의 강제적 요구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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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문화와 예술과 교육과 언론이 그의 발전을 위하여 일제에게서 탈환하였던 모든 가능성은 완전히 상실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남부 조선이 하늘에는 문화반동의 검은 구름장이 모든 문화인, 예술가, 지식인의 위에 무겁게 내려뜨리우고 있습니다. 이 위기와 위험에서 문화를 옹호하고 신장시키기 위하여 일찍이 한말과 3ㆍ1봉기와 그리고 위대한 10월항쟁에 있어 이 땅의 백성들이 각오하였던 결심을 우리 지식인이 자기의 것으로 하지 않으면 아니 될 중대한 시기에 봉착하고 있는 것입니다. 암흑이냐, 광명이냐. 남조선의 민족문화 건설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습니다. 양심 있는 전 민족의 심심한 결의가 이곳에 집중되어야 할 시기에 도달한 것입니다. 문화를 옹호하자. 문화의 적은 민족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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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투쟁과 창조적 실천의 문제(『문학』3호, 194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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