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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화(梅花) 옛 등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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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2.11
최서해
1
梅花[매화] 옛등걸
 
2
─ 새봄을 맞으면서
 
 
3
梅花[매화] 옛등걸에 春節[춘절]이 돌아오니
4
예 피던 가지에 피염직도 하다마는
5
春雪[춘설]이 亂紛紛[난분분]하니 필똥 말똥 하여라.
 
 
6
이 시조는 평양 기생 매화의 읊은 것이라고도 하고 松都三絶[송도삼절]에 드는 황진이의 읊은 것이라고도 전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읊은 이가 누구라는 것을 알아내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무러한 문제도 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읊은 이가 보통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주의를 끌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문제이다. 나는 이 시조를 생각하는 때마다 기생인 그 작자를 생각지 않을 수 없이 된다. 나는 그를 모른다. 그와 나는 시대가 멀다. 다행히 동시대라 하였더라도 동서에 멀리 갈리었으니 어찌 보았으리라고 꼭 보증을 하랴. 나는 그의 얼굴을 모른다. 나는 다만 그가 남기고 간 이 시조 한 장을 통하여 그의 가슴속을 그윽히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몇 줄 되지 않는 이 글을 쏟아 놓던 그 가슴속이 어쩐지 나에게 알 수 없는 느낌을 주어 마지않는다.
 
7
이 시조는 그가 분분이 쏟아지는 춘설에 덮인 窓前寒梅[창전한매]의 即景[즉경]을 읊은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을 읊은 것이라고 믿는다. 그가 어쩌다 춘설에 덮여서 피지 못하는 매화 봉오리를 보고 읊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 신세를 거기서 느끼고 읊은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이 시가 그처럼 사람의 가슴을 찌를 리가 없을 것이다.
 
8
인간의 설움 가운데서 가장 큰 설움이 있다 하면 그것은 자기를 발휘 못하는 설움일 것이다. 같은 사람으로서 하면 할 수 있는 역량을 드러내지 못하고 세상의 모욕과 천대 가운데서 청춘을 값 없이 보내는 것같이 슬프고도 원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 인도에 어그러지고 용납치 못할 죄를 지어 차마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지 못하게 된 사람으로서도 그러한 슬픔을 가지는 일이 있거든 하물며 俯仰天地[부앙천지]에 부끄럼 없는 몸을 가지고서 자기를 드러내지 못한다면 그의 가슴이 어떠 하랴! 드러내지만 못 할 뿐 아니라 도리어 한 걸음 들어가서 일생을 모욕과 천대 속에서 보낸다면 그의 가슴이야말로 苦[고]니 痛[통]이니 憤[분]이니 寃[원]이니 하는 따위의 형용사로써는 삼분의 만족도 못 느낄 것이다. 여기에 사람의 슬픔이 있는 것이다. 크나큰 슬픔이 있는 것이다. 어찌 매화나 眞伊[진이]의 슬픔만이 되랴. 그것은 때아닌 춘설에 피지 못하는 일만 봉오리의 슬픔이 될 것이다. 내가 九原[구원]에 그의 가슴을 엿보고 엿보려고 하고 또 엿보여지도록 되는 것도 오로지 이럼으로써이다. 이 시조를 쏟아 놓은 가슴은 벌써 塵土[진토]가 되었다. 그러나 그 가슴은 살았다. 때아닌 춘설이 이 인간에게 뿌리는 날까지 그 가슴은 만인의 가슴이 될 것이다.
 
9
새봄을 맞는 내 가슴은 몹시 슬프다. 나로도 형언할 수 없이 슬프다.
【원문】매화(梅花) 옛 등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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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서해(崔曙海) [저자]
 
  # 중외일보 [출처]
 
  1929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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