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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문학의 반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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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고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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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학의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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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15와 “사상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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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8·15가 되면 으례「민족문학」의 반성이니 과제니 하여 논의되는 것인데 역사적인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면 뜻깊은 일이라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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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좁은 지면이나마 최근의 우리문단에 퍼진 새로운 기운과 접촉하면서 이 문제의 색다른 방향을 더듬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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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표제한 「사상의 문학」이 갖는 어의에 대하여 밝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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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에 앞서 주목할 사실은 금년도 「동인문학상」 당선작인 선우휘 씨 소설 「불꽃」에 붙여진 심사위원들의 논평과 일반독자들의 직접적인 반향이 우리문학의 새로운 저류를 형성할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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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현대적 문학에 대하여 사상성의 빈곤을 말하지만 「불꽃」의 작가에게 사상의 문학을 기대해도 좋을 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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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백철씨의 추천사(문학예술 7월호)에 든 말인데 여기서 처음으로 「사상의 문학」이란 말을 얻어보게 된다. 또한 “외국소설과 비교하여 우리나라의 작품이라고 내세울 수 있는 작품이 「불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민족문학이라는 용어를 한때 많이 썼지만 민족적 체취가 풍기지 않은 한 어찌 민족문학이란 말을 쓸 수 있을 것인가” (조선일보 8월 7일부)라는 같은 심사위원이던 박영준씨의 소감에 접해보면 이른바 「사상의 문학」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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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의견을 종합한다면 기왕의 일반적 「민족문학」이 발전한 것이 바로 「사상의 문학」인데 「민족문학」은 안에서만 인정되었을 뿐 도저히 「우리나라의 작품이라도 내세울 수 없었음에 반하여 「불꽃」은 능히 “우리나라의 작품」으로서 밖에서까지도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똑같이 「우리나라의 작품」으로서 우리의 민족성을 띠고 있건만 이러한 차질이 발견된다는 것은 무슨 증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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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이후 현재에까지 범람하는 소위 「순수문학」까지 포함한 춘원 및 월탄 중심의 「민족문학」이 명실 「우리나라의 작품」이 될 수 없다는 단정엔 상당한 비평적 보족이 요구되지만 구태여 나는 「불꽃」의 파문을 일석이조의 이득으로써 이해하고 시은 것이다. 그 첫째론 소위 「민족사상」에 속박된 춘원 및 월탄의 「민족문학」에 비하여 「불꽃」에선 훨씬 달라진 「민족 」개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요, 둘째론 순수문학(백철씨는 현대문학이라고 범칭함)에 있어서의 심리적 수법에 강렬한 의식성을 부여함으로써 심리발상을 언제나 역사 또는 상황과의 의식적인 교섭 중에서 보족하려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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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불꽃」은 국척당한 두 가지 「딜레머」를 함께 지양하려는 거시적인 중용을 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선 앞에 든 두가지 중 첫째의 문제 즉 춘원 및 월탄의 「민족문학」에 비하여 「불꽃」은 어떠한 「민족」개념을 우리에게 지어주느냐에 관하여 사족함으로써 나머지 여백을 메꿀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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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춘원과 월탄의 「민족문학」에선 어디까지나 민족이 주요 문학의 종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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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달리 민족보다 민족에게 부하되는 사상이 언제나 비문학적인 사상(계몽주의 내지는 인도주의 등의)이었다는 반증이 되며 이들 소설의 주인공들이 왕왕히 문학 자체내에서 행동치 못하고 문학아닌 영역에서의 행동요강으로서 사상의 강요를 받아 왔다는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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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서의 사상을 떠나서 오로지 사상으로서의 문학만을 고취한 것은 「카프」 문학과의 대립적 조건에서 불가피한 일이겠으나 원칙적으로 역사 소설에 대한 동시대적 비평관이 부족했던 까닭으로, 예컨대 위악적 인간성이 위선적 인간성에 의하여 은폐당하든가 아니면 영웅숭배의 국수주의에 사로잡혀 세계성을 이탈해서 위축된 전형들만을 등장시키며 그들의 현대적인 기능을 전혀 마비시켜 버린 따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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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탈고된 「임진왜란」에 대하여 작가인 월탄선생은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장군이 패주하는 적의 유탄쯤에 싱거웁게 넘어질 분이 아닌 것을 작자는 확고하게 파악하고 판단한 대문이다. 삼가 독자의 양해를 구하는 바이다.” (「필생의 대원을 풀다」) 이는 두말할 것 없이 이순신 장군의 최후를 자결로써 실사한 작자로서의 변명이다. 사실 이 대목은 내가 가장 유의해서 읽은 부분인데 생각키론 「임진왜란」의 결정적인 실패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적어도 「우리나라의 작품」이라는 이름하에 외국에 내세울 때에 있어서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어느 정도로 양해될 수 있을 것인가가 자못 의구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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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비평가들의 「정사운운」하는 비문학적인 착오를 넘어서라도 이순신 장군의 인간적 비극엔 복잡다기한 심리적 갈등과 모순이 지배하고 있었음이 사실일진대 “싱거웁게 넘어질 분이 아니다”라는 과장된 민족적 열정에 대하여 약간의 불감증이 앞서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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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비한다면 「불꽃」의 세계는 완연히 다르다. “땅 위에 가득찬 이 몇백배의 아픔 이만한 아픔이면 기꺼이 받고 수월히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살아서 먼저 가까운 사람들에게 조용히 내가 지내온 얘기를 들려 주어야 한다.” 아무렇게나 뽑은 한 귀절은 임종에 달한 「현」이란 주인공의 의식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미루어 작가 자신의 상태, 즉 「사상의 문학」이 내다보는 관점의 표현이라고도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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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적인 사고형태를 박차고 나서 역사와 상황의 접선에까지 충분히 미칠 수 있는 거시적인 방법에 입각한 「역사적 감상」(엘리어트)이 절로 흘러넘친다. 그런 점에서 「불꽃」은 일반적 「민족문학」이 헤매고 있는 낡은 테두리를 얼마든지 쇄신할 수 있었으며 진실로 「우리나라의 작품」이라는 현대적 만족을 거침없이 누리게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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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의 기교적 부족과 어슬픈 균형유지에 대해선 흠잡지 못할 바도 아니겠으나 문제는 이 작가가 「무엇을 어떻게」 적으려 하였는가에 치중해서 논의된 것이 사실인것 같다. 전후의 싸르트르가 「소유의 문학」을 「실행의 문학」으로 대치시킨 것은 그만큼 의식적 행동성을 자극하려는 목적에서였다고 보는데 참된 「민족문학」엔 참된 민족적 행동성이 발로되어야 하며 그것은 또한 「자유」라고 불리우는 현존적인 의식으로서 구축되어야 함은 췌언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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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행동하며 실행하는 현존적인 의식이야말로 「불꽃」의 새로운 「민족」개념이 되며 「사상의 문학」의 사상을 형성하게 이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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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사상의 문학」이 우리문학에의 어떠한 전기를 초래할 것인가에 대해선 미리 단정하기 어려우나 재래식의 범민족적인 고정관념을 시정하고 역사상황과 부단한 교섭 중에서 행동하며 의식하며 현존할 수 있는 민족적인 진실을 포착하여 전개하는 사상으로 익어진 「우리나라의 작품」이 속출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며 상하고 이즈러진 오늘의 정신의상을 조용히 무마하고 나가서 민족구원의 등불이 될 훌륭한 작업이 나타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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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일과 같은 감격의 8·15를 당하매 민족 민족하는 추상적인 구호에 휩쓸리지 말고 면면한 민족의 내부에 파고들어 감식하며 조리할 수 있는 작가 정신의 무제한한 발동과 함께 세계성에의 지양을 위한 노력이 바로 지금부터라고 확신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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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국제신문》
【원문】민족문학의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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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석규(高錫圭)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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