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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발표되는 시를 읽으면 누구의 작품을 막론하고 우선 정치색이 앞선다. ‘또야’ 소리를 연발하며 읽게 되는 것은 거개가 정서와 감동이 통일되지 못하고 또는 무재주와 관념과 추상과 모호가 혼유하기 까닭이다. 대체 무엇을 썼느냐, 또 어느 것을 말하고자 하였으나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작문 공부다. 대부분이 작문 공부도 안 한 조선의 시인들 한동안은 예와 의를 가지고 의논하던 이들이 시를 쓰면 거개가 정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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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이 노래하는 정치시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작품에 나오는 강한 정치성인 것은 우리와 같이 긴박한 정세하에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시는 생활의 반영이다. 새삼스러이 말할 필요도 없다. 한동안 문학의 특수성을 위해서 나아간다는 청년문학가협회까지가 작품에 강한 정치성을 띠고 있다. 우금까지 한 개의 변변한 기관지조차 갖지 못하고 김지(知) 이지(知)의 축사와 격려조차 내던지 오늘에 있어 그들의 작품이 되레 강한 정치성-그 내용이야 여하간에-으로 싸여졌다는 것은 눈뜬 소경들을 위하여 재미있는 일이다. 뻔뻔스런 단독정부 설립운동으로 자칫하면 세계의 화약고가 될 뻔한 남조선에서 민족을 팔아먹는 놈이니 인민을 위하는 사람들이 나가 노래를 부른다면 대체 어떠한 노래일 것인가는 묻는 편이 어리석다. 근간에 『문학』 제3호와 『문화』 제1호를 읽고 완연히 갈리운 두 개의 방향의 시작품을 저상에 올려 한때 문맹과 문협의 강령이 무엇이 다르냐고 의심하던 층에게 대답코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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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필가협회 조선청년문학가협회 이처럼 굉장한 간판을 걸고 소위 요인들의 축사는 물론 하지 중장의 축사까지 받은 영예의 단체에서는 그간 두 해째나 되어도 기관지(돈이 없어 그런 것은 아닐 텐데) 하나 갖지 못하더니 이번 어느 친구의 묘안으로 좌우의 잡지 홍수가 나고 이 틈에 끼어 『문학』1호가 나왔다. 이 창간호가 문학 특집으로 이분들의 명표를 박은 기관지는 아니라고 하여도 그와 유사한 것이므로 같은 길을 걷는 나로서는 우선 동축(同祝)의 뜻을 가졌다. 평론부에는 「사상과 현실」 이란 어마어마한 제목에 실상은 남의 등 뒤에서 주먹질하는 구상유취(口尙乳臭)배의 객담이 들었나 하면 수필란에 모윤숙 여사는 「시베리아로 유형 간 조카에게」를 써서 『문화』라는 좋은 잡지 이름에 『이북통신』같은 느낌을 주었다. 다체다난하다. 이곳에 일상 자기가 내세우는 『백조』의 동인 진영에서 말하는 위대한 민족시인 박종화 씨는 무엇을 노래 하였나 「고려 천년의 비애」는 한 번만 읽어도 이 시인이 심혈을 경주하여 노래한 듯 우리 조선의 좋은 것이면 풍경이건 습관 행사이건 미술 공예이건 모든 것을 다 틀어 진열한 느낌을 준다. 그러기에 “평화를 사랑하는 민족은 태고로부터 예(禮)를 알아 살았다”(1연 4행,5행)고 다시“이족은 이 고장을 부르기를 ‘신선의 나라’라 했다”(3연 9행)고 “이족은 이 나라를 향하여 침을 흘렸다”(4연 6행)고 연이 날 때마다 찬사를 결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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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먼저로 조선의 시인들이 작문 공부를 못했다고 개탄하였지만 이 대학에 있어서도 의아한 것은 한창 조상을 추켜올리는 도중에 그만 작가가 자기도취하여 “도적을 지키는 힘찬 개소리 천리에 연했다"(2연 3행)는 말을 넣은 것이다. 나는 구태여 선배의 작품을 꼬느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막힌 것은 이 위의 말이 나오면 우리의 고려는 얼마나 도적이 많으면 힘차게 개 짖는 소리가 천리나 뻗쳤을까 하여 낙담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상급학교에서 논리학을 배우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조그만 보통학교에서만이라도 작문 공부를 똑똑히 하였던들 설혹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자기의 목적한바 효과를 해치는 이 행을 넣지를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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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전삼백 흰 눈이 이 강산 푹 쌓였을 때 아들과 딸들은 삼동에 글공부가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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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 백리벌엔 무덤마다 금관총을 이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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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성강 맑은 물가엔 집집마다 청자 항아리가 새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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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4연을 인용한다. 여기를 읽고 생각나는 것은 어쩌면 우리 박종화씨가 이처럼 애교를 부리는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어디까지 들여다보이는 음모를 하는 것일까 하고 재삼 탄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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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흔히 읽히는 백남운 씨의 『조선사회경제사』 하나만 읽었던들 아니 그보다도 흔한 팜플렛이나 사리를 판단할 수 있는 사고력 하나만이라도 있었던들 삼동에 글공부를 하고 있는 아들과 딸들이 전부 쳐야 얼마나 되며 또 그것이 누구의 자식이라야 되는가를 짐작할 것이며 ‘서라벌 금관총’은 누구의 무덤이기에 그것이 흡사 신라인 전체의 생활인 것처럼 과장하는가? 인례(引例)는 무진장하고 또 유치한 정도다. 물론 해방이 되었다는 첫 기쁨을 노래한 시에도 자기를 혁거세 거서우(居西于)의 유전하는 성골의 부스러기라도 되는 것처럼 ‘삼한갑족’―중앙문화사 간행 『해방기념시집』을 보라-을 지금도 내세우는 그로서는 응당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끝까지 그의 박식을 존경하고 싶은 나는 그가 왜 천창만창이 되는 글을 모아가면서 무엇을 호소하려는가에 유의하고 싶다. 차라리 5연은 절구요 애교덩어리다. 여기서 모든 주제는 해명되고 결론으로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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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해 동안 이리떼에게 짓밟힌 쓰라린 상처가 아직도 아물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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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또다시 앞문 뒷문으로 호랑이와 사자가 뛰어드는 것을 새파란 눈동자로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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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그렇다. 새파란 이 두 눈동자로 빠안히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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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4280. 2. 20.으로 끝을 맺는다. 이 대작품의 탁미는 얼핏 보면 장중하고 숭엄한 느낌을 줄 것 같다. 그러나 요마적의 재빠른 민주 청년이면 코방귀를 맞을 격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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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서 흡사 일정하의 학병 권고문 같은 감을 느낀다. 대체 누구더러 무엇을 부시라는 것인가? 자기는 삼한갑족의 고귀한 몸이라 많이 앉아있고 젊은이 보고는 너희들은 청년이기 때문에 피를 흘리라고 호령하는 것인가? 유래로 시는 명령서도 아니요 격려문도 아니고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을 지나치게 앞자락이 넓은 일이요, 그렇지 않다면 작문 공부도 못한 사람의 것이라고 일축하는 소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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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또 하나의 희곡 조선청년문학가협회 그 단체의 공동 추천인 작년도 조선시인상의 수상 그리고 과거 학병출정장려시 「춘추」를 쓴 유치환 씨의 작품 「용시도(龍市圖)」이다. 이 작품은 완전히 정신착란자의 글이다. 한편 이 진영에서 대표적인 시인으로 추상(追賞)하기에 언급한다. 이 시에 표현된 것은 무엇이고 구체가 없고 모든 것이 가공과 몽상과 윤색의 신화 비슷한 협잡뿐이다. 그래도 이 시의 목적은 우리 민족성과 또 넓게 잡으면 인간성과 또는 이름다운 옛날을 꾸미려는 노력이 있다. 소위 신비라는 연막까지도 구성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자기가 살고 있는 세태는 속일 수 없어 지금 서울 한복판 명동 거리에서 매국상품을 팔고 사던 군자도 0000 속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건달꾼 협잡꾼 오사리잡놈들이 들끓으며 화려한 채색 자줏빛 연기에 풍악 소리 계집들의 환대의 웃음소리. 이 시인은 다시 봉건사회를 동경하고 예찬하는 것인가. 이러한 행간을 넣어 지금 민주여성연맹을 그만두고라도 애국부녀동맹에서도 이 말을 들으면 케케묵은 놈이라고 안면에 가래침을 뱉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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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의 대표적인 두 분이 그러할 때에 박목월의 “서산 마루 찬란히 이는 강물에” 하고 김달진의 “나는 어느새 오후를 걸어가고 있었다” 한들 이들은 보통학교 다닐 때 조선어 작문 시간이 없었다면 그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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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의식하고 썼든 의식하지 못하고 썼든 그들의 작품에서 나오는 자기네들의 위치와 정치성은 자연 요즈막에 한동안 뒤끓던 단독 정부설에 결부되고 또 이것이 깨어지자 25세 이상이 선거권을 갖기로 하자고 완강히 주장하며 친일파 숙청보다도 총선거를 먼저 하자는 무리들과 배경을 같이함을 알 수가 있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구각(口角)에 거품을 내어가며 이 땅에 맞지 않는 민족주의를 고창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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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비하면 『문학』 3호에 작품을 실은 시인들은 약속이나 한 것 같이 모두가 10월을 노래하였다. 회합이 있을 때마다 수만의 아니 수십만의 군중이 깍지를 끼고 발을 구르며 부르는 노래 “원수와 더불어 싸워서 죽은 우리의 죽음을 슬퍼 말아라” 이처럼 시작하는 열광적인 노래 이러한 감정 속에서 각개의 시인들이 날카로운 감격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자는 우리의 10월을 3 ‧ 1 이래의 큰 폭동이라고 하였다. 그럴 것이다. 이런 것들에게는 10월이나 3 ‧ 1이나가 저희들 이해상 본질에 있어서는 동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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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오의 노래를 들으면 이러한 무리는 펄쩍 뛸 것이다. 말할 것도 없이 곱게 빗은 하이칼라 머리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다 썩은 권력이 무서워하고 싶은 말들은 심키는 사람이 많은 이때에 진오는 서슴없이 이러한 노래를 하였을 뿐만 아니라 다시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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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은 너의 것이다. 저승까지 너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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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기 위해 우선 죽어야 한다고 진오는 몸소 부딪친다. 나는 『문화』의 시인들의 몽유병적 경지에서 이 시를 읽고 처음으로 숯 냄새를 맡다가 맑은 공기를 마시는 것 같으다. 여기가 나 사는 곳이다. 숨가쁜 우리들의 땅이다. 하며 「l0월」을 읽은 나는 어느덧 진오가 되어 주먹을 쥐고 벽을 치며 부르르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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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구백사십육년 가을 항쟁한 영웅들의 겨레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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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무엇인고. 언어에는 의사 표시를 적확히 전달하는 것이 최상급의 것이다. 우물쭈물들 하지를 마라. 요새같이 혼란한 때에 목적 의식을 똑바로 표현하라. 구렁이 담 넘어가듯 우물쭈물하여도 누구나 속지를 않는다. 이것이 시의 표현에 있어 형식에 치중하려고 하는 유장무상의 자칭 순수 사이비 순수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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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오, 산운, 남령 등 약관 시인들의 작품을 읽고서 되레 나는 넘쳐나는 감격을 걷잡을 수 없다. 이 중에도 진오의 「10월」은 감격과 분노와 희열을 가지고 노래한 10월 이후 10월의 시 30편 가운데 제일급의 것이라고 추상(追賞)하고 싶다. 수많은 동지 시인들이 대상에 겉돌고 있을 때에 진오는 이것을 꿰뚫었으며 그의 정열과 의지와 박력은 일찍이 애상에 근간을 두고 있던 우리 조선 시단에 새로운 건강을 초래한 것으로 일정하의 시인들이 이상화 씨와 그 외 수삼 인에 불과하고 모두 애조가 떠올랐으며 현금에 있어서도 청년 박산운이 아직도 애조를 근간으로 하고 청년 남령이 몸짓만을 보일 때 진오는 홀로 뛰어나게 씩씩하고 용맹하다. 한 호에 실리는 시편만을 가지고도 우리는 『문화』와 『문학』의 가는 길을 알 수가 있다. 같은(비슷한의 동의어로) 강령을 갖고 어째서 문학자들의 회가 두 편으로 쏠렸느냐다 같은 민주주의인데 어째서 서로 화목하지 못하냐 사물의 실체를 보지 못하고 모든 것을 선의 -이러한 선의는 일종의 무지이기도 하나-로 보려는 층에게는 이 두 잡지의 시를 잠깐 비교하여도 그 회답은 확연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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