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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3
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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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
 
 
2
썩둑, 전협(剪鋏)에 잘리어 되는대로 땅 위에 떨어져서 아무렇게나 이리 저리 굴러다니면서도 제대로 싱싱하게 기름기가 눈이 부시도록 흐르는 새파란 이파리를 피우는 버들가지를 보고 그 장쾌한 생명의 힘에 감탄을 하며 머리를 주억시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봄만 접어들면 잊히지 않고 먼저 머리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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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부여는 그 어느 나무나 화초가 꼭같이 받았을 것이오. 또 봄뜻을 저대로 다들 느낄 것이나, 이 버들처럼 봄뜻을 그렇게 집요하게 느끼며 생 명을 위하여 성실한 나무는 별로 없을 것이다. 아니, 이렇게 잎을 피우며 굴러다니다가 진흙땅에 몸이 부딪히기만 하면 부딪히는 대로 어디에서나 뿌리를 내어 땅 속을 파고들어 가지를 뻗어서 제대로 한 그루의 나무 구실을 한다는 게 이 버들이다. 또 봄을 가장 민첩하게 느끼고 먼저 눈이 트이며 봄이 왔다는 것을 앞서 전해 주는 것도 역시 이 버들이다.
 
4
그러나 사람들은 버들의 그 장한 봄마음을 상 주려기보다는 그저 샛노랗게 아름답기만 하려는, 그리고 새빨갛게 아름답기만 하려는 개나리나 진달 래 마음에 비로소 춘흥(春興)을 느끼며 상 주기를 인색해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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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나리와 진달래의 노랗고 붉은 마음에 춘흥을 못 느끼는 나는 역시 봄마음이 아름다운 것임을 느낄 줄 모르는 둔감한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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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와 진달래꽃 가지를 한 지게씩 져다가 거리에다 받쳐 놓고 봄뜻을 전해 주는 장사치가 요즘 피뜩피뜩 눈에 띄이나, 그 진달래와 개나리가 온 실 안의 주반 알이 사람들에게 춘의(春意)를 강매하려는, 개나리나 진달래 그 꽃이 지닌 본래의 춘의의 생리를 모독한 꽃임을 알음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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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개나리와 진달래꽃을 한 아름씩 안고 택시를 잡아타는 젊은 여인네들이 또 있다. 필시 입원을 한 어떤 친지의 입원실 문턱에 가져다 놓음 으로 봄뜻을 전해 주는 데서 환자를 위문하잠이 아니면, 애인의 안두(案頭)에 가져다 꽂고 너도나도 그 꽃의 아름다움에 봄뜻을 함께 느끼며 마음이 즐거워 보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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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여인네들을 볼 때마다 봄뜻에 왕성한 버들가지를 연상하고, 그 개나리나 진달래의 꽃묶음이 버들가지와 바뀌어 들이었으면 얼마나 그 환자와 애인에게 거짓없는 진의가 깃들이게 될 것일까 하고 혼자 안타까워함은 이 역시 봄뜻이 아름다운 것인 줄을 모르는 둔감한 소치에서만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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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지〕《동아일보》(1961. 3.)
【원문】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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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용묵(桂鎔默) [저자]
 
  동아 일보(東亞日報) [출처]
 
  1961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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