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말로만 들어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봄을 맞는지 봄이 사람을 맞는지 분간하기 어려운 일이다.
4
내 생각 같아서는 아직도 혈관에서 붉은 피가 소용돌이를 치니까 봄을 맞는다는 말이 나오나 보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도 죽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고 죽고 나서 “중생은 무궁무진한 것이니라” 한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라도 우리는 우리의 경험으로써 사람의 끈이란 억천만대의 꿰어 놓은 한 구슬 꾸러미인 것을 알 수 있다. 가고 오고, 오고 가는 봄의 생명이 별다를 것 없다.
5
이렇고 보면 봄 맞는다는 말은 사람이 봄을 맞는지 봄이 사람을 맞는지 더욱 분간하기 어렵게 된다.
6
그러나 그것은 우리에게 큰 문제는 아니다. 봄이 사람을 맞든지 사람이 봄을 맞든지 그것은 아무렇든지 상관없는 일이다.
7
봄은 시절의 젊은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큰 충동을 준다. 우리는 젊었다. 젊은 우리는 우리를 싸고 흐르는 시절의 젊은이와 마주치는 때마다 가슴에 잠겼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8
흔들리는 그 마음은 지향 없는 어지러운 물결은 아니다.
9
젊은 그 마음의 움직임은 새싹과 같은 움직임이다. 그것은 장차 바위라도 뚫고 푸른 하늘, 빛나는 햇발을 향하여 솟아오르고야 말 것이다.
10
“봄은 단술과 같이 사람을 취하게 한다.”
11
그렇다. 봄은 우리를 취케 한다. 그러나 그것은 술맛은 아니다.
12
우리의 뇌를 마비시키는 그런 것은 아니다.
13
우리는 봄에 취함으로써 한치한치 자라간다. 한 걸음 두 걸음 앞을 그리워 한다. 겨울 나뭇가지 같은 앙상그런 신경에 기름이 돌고 갇히었던 마음에 싹이 튼다.
14
미래를 향하여 싹트는 마음은 새로운 것이다.
15
앞길을 생각하고 조리는 마음은 옛날을 생각하고 조리는 마음과는 같이 말할 것이 아니다.
17
봄은 우리를 맞으라. 우리는 그대를 맞으려고 한다.
19
우리는 그를 그렸거니와 그도 우리를 그렸을 것이다. 젊은이가 젊은이를 그렸을 것이다.
20
그리던 그 봄이거니 그리던 그를 어찌 기쁨으로써 맞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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