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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공일날, 사무실에서 한창 바쁘게 일을 보고 있는데 집에서 아이들이 몰려와 어디로든지 놀러 가자고 졸라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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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나를 자기네 동무 가운데 그 중 친하고 그 중 만만한 동무로 알므로 그날도 나는 그들의 청을 아니 들어 줄 수 없어, 장충단으로 가서 미끄럼도 타고 흙장난도 하고 재미있게 놀았습니다. 나는 다시 그들을 이끌고 산골 응달진 곳으로 들어가서 아직 덜 녹은 눈덩이를 찼습니다. 눈덩이를 들고 보니 눈 밑에서 새파란 풀이 솟아 나오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눈 속에서 풀이 나왔다”고 이상해서 떠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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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자연의 교육을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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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암, 봄이 오면 언제든지 겨울은 쫓겨 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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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으레 풀이 나지. 하지만 이 풀은 겨우내 눈하고 싸웠단다. 뿌리를 땅속에 든든히 박고 겨우내 눈과 추위와 싸워서 이제 눈이 지고 ‘내가 이겼다’ 소리를 치며 눈을 뚫고 풀이 나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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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를 듣고 그들은 좋아서 저이들이 이긴 것처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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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누나. 꼬리치누나” 하고 노래를 부르니 큰 아이가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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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얼었을 때는 고기가 어디 있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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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밑 바위틈, 혹은 흙속에서 겨우내 자고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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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서로 쳐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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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는 게 아니란다. 얼음과 찬물과 싸우느라 참고 있었단다. 아까 눈 속 풀처럼 오래 동안 참고 힘 있게 싸웠으므로 이제 얼음은 녹고 고기는 ‘내가 이겼다!’고 꼬리를 치며 여기서 노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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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오래 참고 힘껏 싸우면 무엇이든지 이기는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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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손뼉을 치며 저희가 이긴 거나 다름없이 기뻐하였습니다. 온종일 즐겁게 뛰어놀다가 저녁 때 손에 손들을 맞잡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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