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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편지 안 드린 것은 여러 가지로 심경이 복잡한 까닭이었습니다. 제가 불행을 당한지도 벌써 석 달은 넘어 넉 달째 잡아듭니다. 고인에게 대한 죄송한 마음과 비감을 지금껏 잠시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여러 가지로 사랑을 많이 받아온 편이라고 생각하오나, 그 중에서 단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같이 지금 생각하면 뼛속에 젖어드는 것은 없습니다. 세상에 남자같이 다욕(多慾)하고 횡포한 것이 있을까요. 늘 아내에게는 허물을 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것을 생각할수록 깊게 반성되며 간 사람에게 대한 애감(哀感)이 더욱 가슴을 파고 듭니다. 저 이외의 사람에게는 쓸데없는 말이오나 허물하시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이런 말을 씁니다. 나날이 얼마나 쓸쓸한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저는 고적한 사람인데 이번에 그 고독감을 한층 더 깊게 맛보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사람이 죄악에서 구원될까 ― 가 아니라, 고독에서 구원될까 하는 것이 제게는 하나의 종교적인 초려(焦慮)가 됩니다. 참으로 쓸쓸해 못 견디겠어요. 좀 허랑하게 범속하게 살아 보면 덜 쓸쓸해질까 생각해 보아도 헛것입니다. 서울 놀러 간다고 벼르고만 있지 또 간들 무엇하랴 생각하면 언제까지나 주저만 됩니다. 그러나 한번은 가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