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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뽕나무와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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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노자영
1
뽕나무와 나
 
 
2
내가 병으로 성북동 안에서 가장 두메인 산골에 있을 때이다. 북향한 산록(山麓) 밑에 잣나무가 한 그루. 그 외에 밤나무 앵두나무가 우거졌는데, 이 가운데 한채의 초가가 그의 퇴락한 몸을 겨우 지탱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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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가도 사람의 자취는 별로 볼 수가 없고, 더불어 산새들이 와서 뭐라고 울고갈 뿐 ─. 매우 쓸쓸한 집이었다. 나는 이 집에서 병의 요양을 위하여 만 2년을 있었다.
 
4
그러나 이 집에 하나의 오아시스가 있으니 그것은 북쪽 다리 옆으로 4∼5주의 뽕나무가 원형으로 둘러서, 그 원형 가운데 수량이 풍부한 바가지 우물이 있는 것 이었다. 겨울에는 그리 좋은 줄은 알지 못하겠으나, 여름만 되면 이 뽕나무가 손바닥같이 너울너울 잎이져서, 하늘도 보이지 않으리만치 그 주위를 녹색의 포장으로 느리고, 그 아래는 보기에도 시원한 우물이 넘실넘실 맑은 물을 담고 있는 것이 한없이 좋다. 우물 옆으로 꽃장포도멧나무도 있지만은 지면을 곱게 소제(掃除)하고 의자에 누워, 그 뽕나무잎의 그늘에 휩싸여 있는 재미가 여간 유쾌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 그 뽕잎이 두껍고 커서 빈(貧)스러운 것도 좋지않은 미풍이 뽕잎과 마주치며 바스락바스락 비단을 만지는 듯한 고운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더욱 서늘하였다. 물도 푸르고 나무도 푸르고 ── 그 녹색의 리듬이 나의 영혼에 한 없는 젊음과 쾌락과 힘을 넣어주는 듯하여 매우 기분이 좋았다. 내가 중병을 무난히 퇴치한 것도 이 녹음의 덕이 적지 않았다고 보아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손바닥만한 뽕잎이 수천 수만으로 엉키며 그 울창한 리듬이 세상의 온갖 빈약(貧弱)을 삼켜버리고 넓은 공간을 모두 약동의 빛깔로 칠해버리라는 포즈 ─ 더구나 조그만 노랑새들이 수줍은듯이 조용히 와서 나무그늘 속에서 재재거리다가 소리도 없이 달아나고, 혹은 쓰르람이도 와서 울고 가고 ─ 이때 나는 그 나무 그늘에 고요히 누워 작은 새 쓰르람이 등과 함께 극히 무아한, 즐거운 기분에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그늘밑에서 강아지와 장난도 하고 또는 어린 영희와 희롱도 하며 욕심없는 마음으로 지내는 것은 내 마음을 넉넉하고 즐겁게 했다. 그러나 내가 이 집을 팔고 진속(塵俗)이 뒤끊는 성북동 아래 마을로 내려온 후에도, 오히려 그 나무그늘이 그리워 여름마다 몇번씩이나 그곳을 찾아 갔었다. 그리고 그 뽕나무 그늘 밑에서 지나간 옛날을 추억하며, 나 혼자 명상에 잠기기를 좋아했던 것이다.
【원문】뽕나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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