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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원(寺院)을 무대(舞臺)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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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최남선
1
寺院[사원]을 舞臺[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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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가 支那[지나]로부터 다시 동방의 여러 나라로 전도함에 따라서, 용왕과 여의주의 관념도 그대로 모든 국민의 사이에 퍼져 나갔읍니다. 이를테면 〈三國遺事[삼국유사]〉(卷二[권이] 元聖大王[원성대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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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서울 皇龍寺[황룡사]에 智海[지해]라는 고승이 있어, 궐내에 들어가 華嚴道場[화엄도장]을 五○[오공]일 동안 거행하는데, 그의 상좌 妙正[묘정]이란 沙彌(사미)가 항상 鉢(발)을 金光井邊[금광정변]에서 씻을새, 큰 자라 한 마리가 항상 井上[정상]에 부침하므로, 妙正[묘정]이가 남은 밥을 먹여 기르더니, 道場[도장]이 파하게 되매 妙正[묘정]이 자라더러 이르기를, 「내가 네게 끔찍하게 굴던 공을 갚아야지」 하니, 수일 뒤에 자라가 一小珠[일소주]를 토하여 놓으므로 妙正[묘정]이 그 구슬을 집어서 허리끈에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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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로는 大王[대왕]이 妙正[묘정]을 한없이 총애하셔서 內殿[내전]으로 불러들여 좌우에서 떠나지를 못하게 하시고, 마침 높은 벼슬한 이가 唐[당]나라로 사신을 갈새 역시 妙正[묘정]을 사랑하여 함께 가기를 청하매, 왕이 억지로 허락하셔서 사신과 함께 唐[당]으로 들어갔더니, 唐[당]나라 임금이 또한 妙正[묘정]에게 반하여 총애가 대단하고, 조정 일판이 죄다 實心[실심]으로 존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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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에 한 相士[상사]가 임금께 아뢰기를, 「가만히 보오니, 저 上座僧[상좌승]이 아무 잘 생긴 相[상]이 없는데, 보는 이마다 믿고 사랑함은 필시 이상한 물건을 지닌 성싶습니다」 하여, 사람을 시켜 몸을 뒤지매 허리띠 끝에서 구슬이 나왔다. 唐帝[당제]가 보고는 「옳지, 여의주 넷을 두었다가 연전에 하나를 잃었더니, 그것이 어째 네게로 갔더란 말이냐」 하고 친히 上座僧[상좌승]에게 내력을 물은즉, 帝[제]의 구슬 잃은 날이 꼭 상좌의 구슬 얻은 날이므로 帝[제]가 그 구슬을 빼앗고 내보내매, 이로부터는 이 상좌를 신애하는 이가 없었다.
 
 
6
하는 것이 있읍니다. 반도에도 龍蛇[용사]의 유가 寶珠[보주]를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는 옛부터 꽤 널리 행하여, 이를테면 童話[동화] 중에 「개와 고양이가 서로 마땅치 못하게 알게 된 내력」 이야기가 이미 그 적례의 하나요, 또 〈芝峰類說[지봉유설]〉의,
 
 
7
옛날에 조선서 明[명]나라 가는 사신이 해로로 다닐 때에 員役[원역] 한 사람이 병이 나서 죽게 되매, 海島[해도] 無人處[무인처]에 幕[막]을 묻고 調理[조리]하게 하고 돌아오는 편에 실어다 주마고 약속을 하였다. 그 사람이 島中[도중]에 있어서 밤마다 쏴 ── 하고 풍우 지나는 소리가 나면서 산으로부터 해변으로 내려갔다가 새벽이면 도로 올라가는 것이 있거늘, 괴상해 하다가 병이 좀 나으매 소리 나던 곳을 찾아가 보니, 길 하나가 산으로부터 해변으로 나서, 무엇이 오르내리는 자국이 현연하므로, 큰 나무를 베어 못을 만들어서 길바닥에다가 창대같이 조로록 벌여 꽂았더니, 그 날 밤에는 그 소리가 나더니 내려가서는 올라가는 소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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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가서 보니, 큰 구렁이가 배가 갈라져서 죽고, 큰 구슬이 두 말턱이나 쏟아져 있거늘, 찬찬히 거두어서 자루 속에 넣어 두었다가, 몇 달 만에 사신의 배가 돌아오매 홈빡 가지고 還回[환회]하였는데, 뒤에 「商胡[상호]」 ── (外國[외국]) 서양의 장사아치가 보고 가로되, 이것이 죄다 야광주라 하고 重價[중가]를 주고 사서 재물 累巨萬[누거만]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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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 따위, 말하자면 支那[지나]의 어느 것을 본뜬 듯한 이야기는 더욱 허다히 있읍니다. 그러나, 여의주란 이름은 역시 불교에 덧묻어 들어온 것이요, 따라서 반도에 관계되는 여의주의 이야기는 아까 〈三國遺事[삼국유사]〉의 그것과 같이 寺院[사원]을 무대로 하였읍니다. 華嚴[화엄]· 法華[법화]· 楞嚴(능엄) 등 經[경]은 고금을 통하여 불교 공부하는 이 치고는 누구나 다 한 번 보는 것인데, 우선 이 經中[경중]에 다 여의주에 관한 말이 보이고, 더욱 〈楞嚴經[능엄경]〉은 내용과 문장이 다 아름다움으로써 불교인 이외에도 널리 읽는 經[경]인데, 그 중에는 사람마다 佛性[불성]을 가지고 세상 마음에 가려서 스스로 깨닫지 못함을 비유한 말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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如人於自意繫如意珠[여인어자의계여의주], 不自覺知[불자각지], 窮露他方[궁로타방], 乞食馳走[걸식치주], 忽有智者指示其珠[홀유지자지시기주], 所願從心[소원종심], 致大饒富[치대요부], 方悟神珠[방오신주], 非從外得[비종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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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 한 대문이 있어, 여의주의 말은 佛經[불경]과 함께 더욱더욱 일반의 상식을 이루어 갔읍니다. 그래서 頭尾[두미] 없는 여의주의 민간 전설에 끼여 있는 것도 一[일], 二[이]에 그치지 않게 되었읍니다. 이를테면, 〈筆苑雜記[필원잡기]〉(卷二[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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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부 慶州府[ ]에 一[일]村媼(촌오)가 혼자 있는데, 밤에 홀연 천둥 번개에 큰 비가 오다가 한참 만에 개더니, 庭中[정중]에 무엇인지 둥그렇고 환하여 광채가 눈이 부시거늘 나가 보니 큰 구슬이 닭의 알만한 것이라, 집어다가 방중에 두니, 밤에는 광명하기 등촉과 같아서 가는 머리카락도 보이므로 할미가 큰 보배임을 알았다. 이웃에 一惡女[일악녀]가 있어 늙은이를 꾀어서 빌어 가지고는 나중에는 말하여 가로되 관가에 바쳤노라 하였다. 후 六[육]년에 할미가 관가에 呈訴[정소]하여 조정에서 관리를 보내어 劾問(핵문)한대, 惡女[악녀]의 말이 「前府尹[전부윤] 鄭發[정발]의 때에 관가에 바쳤노라」 하는데, 鄭[정]은 그런 일 없노라 하여 마침내 간 곳을 모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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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鄕人[향인]의 말에는 그 惡女[악녀]가 본디 구차해 빠지더니, 그 구슬을 얻은 뒤로부터 날마다 세간이 늘어서 부자가 되었으니, 이것은 필시 구슬의 조화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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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도 가위 밑도 끝도 없는 여의주의 하나요, 또 더 내려와서는 〈溪西野譚[계서야담]〉(卷一[권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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橫城[횡성] 읍내에 한 여자가 있어 출가해 살더니 홀연 一丈夫[일장부]가 들어와서 몸을 범하는데, 百般[백반]으로 防塞[방새]하여도 도리가 없으며, 밤마다 꼭 와서 남들은 다 모르고 여자만이 보며, 비록 남편이 있어도 조금도 서슴지 아니하며, 매양 몸을 범하면 고통스럽기 이를 길 없으므로 여자가 귀신의 짓인 줄로 알건마는 물리칠 방책이 없어 애를 쓰는데, 그것이 차차 심해져서 나중에는 주야없이 와서 사람이 있어도 관계하지 아니하며, 다만 그 여자의 五寸叔[오촌숙]을 보면 그만 피해 감이 이상하였다. 그래서, 여자가 五寸叔[오촌숙]에게 이런 말을 갖추 말하니, 그 叔[숙]이 가로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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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일에 그 놈이 오거든 몰래 綿絲[면사]에 바늘을 꿰어 그 옷깃에 꽂아 놓으면 가히 그 물건의 去向[거향]을 알리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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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그 말대로 하여, 이튿날 바늘실을 옷자락에 꽂은 다음에 그 叔[숙]이 불쑥 들어가니, 그 물건이 깜짝 놀라 뛰어나가는데 실올이 가는대로 풀려서 어디까지 따라갔다. 그 叔[숙]이 실 간 데를 밟아 간즉 앞 산 나무숲으로 들어가서 땅속으로 들어가버렸거늘, 땅을 파헤지고 보니 썩어빠진 방아공이 하나가 있어, 한쪽 끝에 바늘이 꽂히고 그 머리 짝에는 紫色珠[자색주]의 彈子[탄자]만한 것 한 개가 있어 색채가 눈이 부시거늘 그만 그 구슬을 떼서 주머니에 넣고 왔더니 이로부터 다시는 그 폐단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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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밤에 그 사람의 집 대문 밖에 웬 사람 하나가 찾아와서 애걸해 가로되 제발 그 구슬을 도로 , 「 내어주면 부귀공명을 당신 소원대로 해드리리다」 하거늘, 그 사람이 듣지 아니하매 밤이 되도록 애걸애걸 하다가 가고, 날마다 이리하기를 四[사], 五[오]일이나 하며, 하루는 또 와서 하는 말이, 「그 구슬이 나에게는 매우 긴절한 것이로되 당신에게는 소용이 없는 것이니 내가 다른 구슬을 대신 드리고 바꿀 텐데, 이 구슬은 당신에게 썩 유조한 것이외다」 하거늘, 그 사람이 대답하기를, 「어디 좀 봅시다」 한즉, 그 물건이 문 밖에서 黑色珠[흑색주] 하나를 들여보내는데, 크기나 모양이 그전 것과 똑같거늘, 그 사람이 마저 빼앗고 주지 아니하매 그 물건이 통곡을 하고 가서 이내 形影[형영]이 없어져 버렸다.
 
19
그 사람이 이 구슬을 가지고 항상 남에게 자랑을 하되, 무엇인지를 모르고 당초에 소용처를 묻지 아니한 것이 可惜[가석]한데, 뒤에 그 사람이 출타하였다가 술이 잔뜩 취하여 노상에서 자더니, 깨어 보니 兩珠[양주]가 간 곳 없이 없어져버리니, 필시 그 물건이 뒤를 밟아 다니다가 도로 빼앗아간 것인 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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橫城邑[횡성읍] 사람이 와서 전하는 대로 여기 적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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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도 말하자면 조화 붙은 구슬, 곧 여의주 이야기로 보임직한 것의 하나입니다.
【원문】사원(寺院)을 무대(舞臺)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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