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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人[시인]을 異端視[이단시]하는 것은 조선에서만의 現象[현상]이 아니다. 詩[시]가 있는 곳이라면 어느 時代[시대] 어느 場所[장소]를 勿論[물론]하고 이 習俗[습속]은 따라다녔다. 그런 意味[의미]에서 詩人[시인]은 永遠[영원]한 異端兒[이단아]로 運命[운명]지워졌다. 이 事實[사실]은 슬픈 事實[사실]인지 기쁜 事實[사실]인지는 덮어두고 적어도 한 時代[시대]의 『異端[이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은 平凡[평범]한 일이 아니다. 그 사람의 言行[언행]이라던지 生活[생활]이 비록 구름을 먹고 살지는 못 할망정 다른 사람과 무엇이 달라도 달라야 할 것이다. 지난날 佛蘭西[불란서] 浪漫派詩人[낭만파시인]들의 그야말로 浪漫的[낭만적]인 行動[행동]과 生活[생활]과 같은 그것이 있던지, 道學者[도학자]들의 구역질을 挑發[도발]시키는 데카단스가 있던지 무엇이던지 左右間[좌우간] 平凡人[평범인]으로는 걷지 못하는 길을 걸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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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社會的[사회적] 倫理[윤리]의 尺度[척도]보다도 그 自體[자체]의 容積[용적]과 體積[체적]의 質量[질량]에서 評價[평가]될 것이다. 삼승보선을 신고 진흙 속을 걸어 다녀도 제멋이 있다는 말과 같이 低俗[저속]한 世間[세간]의 評價[평가]에 구애하여 一投足[일투족], 一擧手[일거수]를 주저하고도 어떻게 한 時代[시대]의 異端兒[이단아]로 自處[자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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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例[예]이나 거리에서 만나는 詩人[시인]들은 鐘路[종로]나 本町[본정]의 장사치들과 무엇으로 區別[구별]하려느뇨. 服色[복색]이 그렇고 머리카락이 그렇고 신발 넥타이 帽子[모자]가 그러하지 않은가. 이러한 日常的[일상적] 生活[생활] 態度[태도]로 그의 全部[전부]를 評價[평가]할 수는 없으나 너무 지나치게 平凡[평범]한 日常[일상] 속에 어찌 凡人[범인]의 想[상]이 이르지 못하는 이메 ― 지의 世界[세계]가 있으며 남이 부를 수 없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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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조끼를 입고 孔雀[공작]의 날개를 등에 붙이고 다녀도 좋다. 俗輩[속배]의 눈에 이상하게 보이던 말던 그것은 相關[상관]할 것이 없다. 오직 벌거숭이로 低俗[저속]한데서 떠나보려는 努力[노력]과 그것을 拒否[거부]하는 精神[정신]이 물탈 수 있는 곳 ― 거기가 異端兒[이단아]의 즐겨 살 수 있는 곳이다. 穩健[온건] 着實[착실]한 中庸[중용]을 崇尙[숭상]하는데 어찌 남이 到達[도달]치 못한 새로운 自己[자기] 境地[경지]가 남었겠는가. 이는 우리의 朝鮮[조선]이 몇 千年[천년]동안 걸어온 길이였으며 새 것에의 希求[희구]를 抹殺[말살]시켜 오던 길이다. 異端兒[이단아]의 걷는 길은 文學[문학]과 生活[생활]의 徹底[철저]한 溶合[용합]에서 一切[일절]의 評價[평가]와 體制[체제]를 無視[무시]하고 前人未踏[전인미답]의 깊이를 가진 日常性[일상성]속에서 尊嚴[존엄]한 自己[자기]를 發見[발견]하는데 놓여있지 않을까. 조고만한 辭讓[사양]도 必要[필요]치 않다. 無限[무한]한 깊이를 파고 自己[자기]를 赤裸裸[적나라]하게 나타내며 모든 것을 輕蔑[경멸]할 줄 아는 日常生活[일상생활]과 포 ― 즈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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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日報[조선일보]》(1937.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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