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러나 수중에 있는 異物[이물]의 세계로 가장 굉장한 것도 용궁이요, 또 조선에서 가장 많이 행하는 이야기도 용궁에 관한 그것입니다. 용은 우물에도 있고 못에도 있고, 무릇 물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다 있다고 하는 것이지마는, 용궁이라 하면 이것은 바다에 있는 줄로 생각함이 통례입니다. 바다에는 새우의 나라, 자라의 나라 등 여러 물건의 나라들이 있지마는, 그 중의 큰 것이 용의 나라와 및 그 궁전이요, 이 용궁은 동서남북 사방을 중앙까지 넣은 오방에 있어서, 각기 한 면씩을 分掌[분장]하는 줄로 알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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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도 임자가 있고 그것이 용이라는 관념은, 조선 고래의 고유한 것이지마는, 이렇게 바다를 사방 혹 오방에 나누고 굉장한 용궁과 및 어수선한 官制[관제]를 마련하게 된 것은, 대개 인도와 및 지나로부터 수입된 일입니다. 특별히 용 숭배가 대단한 인도의 신앙으로 불교에 덧묻어 들어온 것이 많음을 가릴 수가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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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천지 간에 인류 이외의 八[팔]종 生類[생류]가 있다 하여, 첫째는 提婆[제파](Deva 天[천]) 일월성신의 따위요, 그 다음을 那伽[나가](Naga 龍[용])라고 하니, 이 那伽[나가]가 번역하여 용이라는 것입니다. 용은 强大[강대] 神異[신이]한 능력을 가지고 水邊[수변]에 거주하여 雲雨[운우]를 일으키며, 인생의 화복에 중대한 소임을 맡았다 합니다. 또 불교의 속에 들어가서는 正法[정법], 곧 진리를 보호하는 중임을 가지고 있는 자라 하게 되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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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간에는 무수한 용이 있고, 그 중에서 큰 것은 용왕이라 하여 大池[대지]나 대해의 속에 궁궐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도 여덟이 우뚝하여 八[팔]대 용왕이라 하는 말이 있고, 八[팔]대 용왕의 중에도 大海水[대해수]의 밑에 縱廣八萬由旬[종광팔만유순]이나 되는 큰 궁궐을 가지고 있는 娑竭[사갈] 용왕과 雪山[설산]의 阿耨達池[아누달지] ── 곧 인도 四大河[사대하]의 發源處[발원처]로 신앙상 크게 신성시되는 이 영지에 있는 阿那婆達多[아나파달다] 용왕은 處神力[처신력]이 크기로 가장 유명합니다. 이네들의 용궁은 죄다 금 ․ 은 ․ 유리 ․ 頗梨(파리) 등 四寶[사보]니 七寶[칠보]니 하는 귀중한 보배로 構造[구조]되고, 奇花瑤草(기화요초)와 神禽異獸[신금이수]가 온갖 쾌락한 化景[화경]을 나타내고 있다고 합니다. 또 용궁에는 佛陀[불타]님이 말씀하신 허다한 경문을 간직하여 두고, 이 세상에 필요한 대로 사람이 내어다 쓰게 하며, 인간 세계에 진정한 佛法[불법]이 없어질지라도 용궁에 갖추었던 경전이 나와서 이를 부흥케 한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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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서는 龍樹菩薩[용수보살]이란 이가 일찌기 용궁에 들어가서, 인간에 없는 經文[경문]을 내어다가 퍼뜨렸다고 하며, 반도에서는 신라 적에 元曉聖師[원효성사]가 용궁으로부터〈金剛三昧經[금강삼매경]〉을 내어다가 그 玄義[현의]를 講釋[강석]하였다는 말이 있읍니다. 조선 후세에 있는 용궁의 관념은 이러한 인도 고대의 사상에 물든 것이 많음은, 당시의 문화 기구상 固當[고당]한 일이었읍니다. 이를테면 옛날에 단순히 수신을 의미하는 「미리」로써 일컫던 것들이 죄다 佛經[불경] 중에 나오는 용의 탈을 뒤집어써서, 저〈三國遺事[삼국유사]〉(卷三[권삼] 魚山佛影[어산불영])에 전하는 慈成山[자성산] 萬魚寺[만어사]를 비롯하여, 寺刹[사찰]의 緣起[연기]에 나오는 용이란 것은 대개 옛부터 그 지방에 전해 오는 水神[수신](미리) 관계의 사실인 것을, 혹은 명칭의 유사와 혹은 사실의 相近[상근] 등 이유로써, 그냥 인도의 어느 전설에 附會[부회]해 놓은 것 같음이 그것입니다. 여하간 불법이 성행한 신라 시절로부터 용과 및 용궁 관계의 전설이 꽤 많이 생겼음은, 전 수차에 소개한〈三國遺事[삼국유사]〉 중의 여러 설화에서도 그 대개를 짐작할 수 있음과 같습니다. 또 신라 시절에는 해상으로 唐[당]을 교통하여 피차의 항해가 頻數[빈수]했던 만큼, 불교를 떠나서도 신라 해상을 무대로 하는 용 관계의 이야기가 꽤 많이 있읍니다. 이를테면 〈唐國史補[당국사보]〉에,
7
元義方[원의방]이란 이가 신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鷄林洲[계림주]로부터 배를 타고 돌아올새, 해상에서 한 섬을 만나서 샘이 있으매 船人[선인]들이 다 내려가서 물을 떠 오더니 홀연 小蛇[소사]가 泉中[천중]에서 나오니, 선장이 가로되, 용이 노한 것이라 하고 드디어 行船[행선]하였는데 數里[수리]를 가지 못하여 風雨雷電[풍우뢰전]이 쉴새 없이 야단하기를 三[삼]일 三[삼]야를 하고 및 비가 개이고 遠岸[원안]에 城邑[성읍]이 보이거늘, 어디냐고 물은즉 萊州[래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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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도 그 일례입니다. 그러나 이야기로의 용궁은 의연히 인도의 맥락을 끄는 것이 많으니 후세에 토끼타령으로 발달된〈三國史記[삼국사기]〉의 「龜兎談[구토담]」같은 것도 또 이 불경에서 끄집어내다가 쓴 것에 불외함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9
여하간 조선 고금의 일반 민중에게 용궁이란 것의 존재를 친절하게 인식시킨 근본은 무엇보다도 이 토끼타령의 보급성에 힘입은 것이 사실입니다. 근세에 와서 明[명]나라 瞿佑(구우)의〈剪燈新話[전등신화]〉가 굉장한 기세로써 일국에 보급됨과 한가지로, 그 첫머리의 水宮慶會錄[수궁경회록] ── 潮州[조주] 士人[사인] 余善文[여선문]이 남해 용왕의 초청을 받아 가서, 용궁에서 신축한 靈德殿[영덕전]의 上樑文[상량문]을 짓고 큰 대접을 받고 나오는 이야기가 거의 독서인의 사이에는 無人不知[무인부지]가 되다시피한 것도 큰 사실이지마는, 그대로 일반 민중이 용궁을 생각함은 언제나 토끼타령을 기대서의 일이요, 그렇기까지 반도 인민의 용궁은 밤낮 인도 사상의 지배하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야 동양 고대 민족의 신앙 중에 江[강]에 江[강] 임자의 나라가 있는 것처럼, 바다에 바다 임자의 나라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임은 명백한 증거가 많은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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