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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선희에게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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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
노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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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선희에게(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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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동안 편지 못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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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소지(所地)로 그렇게 되었아오니 허물치 말아 주시요. 병은 좀 나아간다니 무한히 기쁘오. 그러나 병은 나을때 더욱 주의를 가(加)해야되니, 방념(放念)치 마시고 십분 주의하여 하루바삐 완치되도록 힘써 주시요. 나는 늘 적적한 생활을 하고 있오. 모든 뜬 생활을 청산하고 사색의 생활을 하게되니까 오히려 적적한 생활이 유리합니다. 현재 모든 향락을 집어 던졌나이다. 화려한 시정(市井)을 떠나 조용한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힘쓰지요. 일이 끝나는대로 가급적 속히 돌아오는 습관을 짓습니다. 이러다가 노청년이 될까봐요. 결국 이것저것 돌아봐야 끝이없을 뿐아니라 시간과 돈과 힘의 소모 뿐입니다. 나에게는 낭비할 금전도 힘도 아무것도 없어요. 푼돈이라도 아끼고 절약해야 할것을 자각 하였나이다. 점심값을 줄여서라도 당신한테 돈을 넉넉히 보내야 겠고, 부채도 금년 안으로 다 물어야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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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될런지 노력해 보렵니다. 이달은 우선 60원만 보내니 걱정말고 더 청구 하시요. 내가 돈을 벌어 누구를 주겠소. 당신은 오직 나의 하나뿐인 사람이 아니요. 내몸이 성한 동안에는 힘써 벌어 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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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 내가 공부하러 다닐때 당신이 학비를 댓기에, 그 고생하던 일은 죽기전에 내가 잊으리까? 당신이 전에 나를 생각하듯이 지금은 내가 당신을 물가에 아이 세워 놓듯이 생각을 거듭하게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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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거 어느때 보다도 더 생각하고 동정하고 뿐만아니라, 당신의 아름다운 마음과 순정을 잘 알기 때문이요. 부부니 애인이니 하는것은 한 특수한 형식적 결합이나 결국은 인간과 인간의 애정관계 입니다. 사람이 피차간 진실한 사랑을 깨닫게되면 그야말로 모든 관계를 초월하여 절대적인 힘을 가진 굳센 사랑을 갖게 됩니다. 나는 당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당신의 위대한 희생적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이요. 나는 당신을 진심어린 성의로 사랑 할 결심을 굳게 하였소. 이점이 전과 다른 점이라는 것을 기억 하십시요. 오늘 보낸 당신 편지에 쓴 뜻을 잘 알았소. 이런 편지를 안쓰지 못할 그 심정을 살피고는 눈물을 금치 못하였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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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당신의 마음이야말로 기특하오. 나는 거기에 대하여 감동을 받았소. 앓으면서도 나를 생각하고 이런 선물을 보내려고, 내가 쓸쓸해 할것을 위로하는 그 마음 ── 전등갓도 걸어놓고 보고, 그 반짝이는 미소에 당신의 사랑이 맺힌듯 들여다 보오. 그리고 좋은 자켓, 돈주고도 살 수 없는 귀품 ── 당신이 앓으면서도 나를위해 한 바늘 한 바늘씩 사랑으로 엮은 힘을 나는 잘 아오 잘 입겠소만 . 너무 감격하오. 이렇게 크게 짜기에 얼마나 지루하게 한 바늘 한 바늘 짰을까? 고맙소. 선희! 어서 완쾌하여 내 품에 안기오. 전보다 더 힘껏 사랑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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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느때나 당신의 그 아름다운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표현 하렵니다. 그러나 선희! 요사이는 당신의 몸 뿐만아니라 마음까지 분명히 약해졌오. 과거에 강하던 의지를 잃지 마시요. 힘없이 쓴 문구를 볼때는 딱하오. 왜 당신에게 사랑이 있으면 더욱더욱 큰 사랑 주기를 열망하오. 나는 단언하오. 당신을 배반하는 사소한 행동이라도 취하지 않을것을 믿으시요. 자식은 있으면 좋으나 없어도 상팔자지요. 조선 천지에 어린이들을 모두 내어린이로 만들면 그뿐아니요. 조금도 초조할 필요가 없어요. 다시는 그런 걱정말고 2년이되나 3년이되나 신병이 완치되어 생남하고 재미있게 삽시다. 내 뜻을 받아 주시요. 어떠한 경우에도 신외(身外)에 무물(無物)이라는 관념을 굳게 가지고 일로매진(一路遇進)하십시요. 나는 누구보다도 동정하고 애처롭게 생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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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내 이상(異常) 행동이나 언사를 빙자하여 나를 평할것이 아니라, 시종이 여일(如一)하게 해나오려는 나의 실행급위인(實行及爲人)을 신용하십시요. 이것이 내가 늘 하는 말이요. 왜 그리 나를 믿지 못하느냐 함이 항의의 중심점입니다. 일시적인 오락으로 지내는 내 기분까지 오해하신다면 나는 반감을 사겠어요. 당신도 없고 밤에 쓸쓸한 집에 돌아오면 마음을 진정 할 길이 없는 날이 몇 날인지. 이 앞으로 얼마나 이 쓸쓸한 날을 더 보내야 할 생각을 하면 기가 막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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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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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이라도 당신 있는 곳으로 가고싶소. 아마 가깝다면 갔을 것이요. 이밤이라도 ── 아, 그리운 당신이여! 내가 당신을 만난지가 십여년, 그동안 많은 풍파와 고생이 있었어도 지금과 같이 내마음이 저린 때는 없는듯 하오. 바람앞에 켜 놓은 촛불을 바라보는듯 하오. 12월 쯤은 내가 어떻게 해서라도 나갈터이니 그때까지 잘 지내시구료. 그러면 같이 내지(內地)에 와서 뜨거운 바다나, 서울에 가있게 해줄테니. 정말 그리워 견딜수 없어, 밤에 친구들과 술을 따르고 돌아와도 역시 빈집은 견딜 수 없게 쓸쓸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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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희! 내 사진 새로 찍은것 보내니 두고 보십시요. 그리고 의사 선물은 자양해서 하시요. 여기서 사보낸다면 송료도 들고 마음에 안들지도 모르니 마음대로 하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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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주의 하심을 천만번 바라며 그만 쓰렵니다. 돈이 필요하면 어려울것 없으니 편지에 말하시요 . 며칠 있다가 또 편지 쓸때 돈되면 또 보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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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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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일한 사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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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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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서간집 「나의 화환」에서
【원문】아내 선희에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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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영(盧子泳) [저자]
 
  1939년 [발표]
 
  서한문(書翰文)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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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01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