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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를 잊는 구상(構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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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 9.
계용묵
1
자기를 잊는 구상(構想)
 
 
2
역시 가을이면 받는 것이 독서의 유혹이다. 이것은 지식의 욕심에서라기 보다는 취미에서 오는 것이 아닌지 모른다. 자기를 잊는 무아(無我)의 경지(境地)에 있을 때 누구나 거기서 무한한 취미를 느끼게 되거니와 이 무아의 취미가 사람에게는 가장 으뜸가는 취미인 것 같다.
 
3
그래서 이 취미에 한번 무젖어 들기만 하면 거기서 졸연히 헤어나지를 못하게 되는 것이 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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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도 이러한 강력한 취미가 있다. 빠지면 헤어나기가 어렵다. 밥을 굶으면서도 책은 사야 하고 건강은 해치면서도 독서는 해야 된다. 하물며 제 계절을 당해서 받게 되는 이 유혹이랴. 나도 이 유혹에 못 이겨 생량(生凉)과 같이 여름내 곰팡이 쓸은 몇 권의 책에 손질을 해 본다. 그러나 서실(書室) 없는 독서에서는 독서가 지닌 그 알뜰한 취미를 제대로 살릴 수가 없다. 가족이 한 방에 들어앉아 설레이는 그 가운데서 정신이 그 책 속에 똑바로 쏠려 들어갈 리가 없는 것이다. 때로는 손님 때문에도 또 모처럼 들었던 손에서 책이 떠나게도 된다. 손님이 여자일 때에는 곤란한 경우까지 생긴다. 찾아온 손님이니 유쾌하게 마음껏 놀다가게 그의 자유를 위하여 자리를 사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인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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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없이 자리를 떠 다방 신세를 져야 되는 때도 많다. 여자 손님을 대하게 될 때란 또 자리를 사양하기도 실히 힘이 드는 일이다. 우선 입고 앉았던 옷을 벗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어야 하자니 이게 곤란한 일인 것이다. 갈아입을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아 그 짬수만을 살피다가 그 기회가 용이히 얻어질 것 같지가 않아서 부득불 용기를 내어 실례를 범해야 되는 것이다.
 
6
여자 손님은 내복 바람인 내 몸에서 눈을 딴 데로 돌려야 하는 것이 인사요, 나는 그 여자의 눈을 피해 돌아서서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것이 인사이니 말이다.
 
7
이렇게 힘드는 인사도 사람의 생활에는 있다 서실 생각이 간절하지 않을 수가 없다.
 
8
짬짬이 서실을 둔 집을 설계해 보고 그리고 그 서실에 깊이 들어박혀서 독서를 해 본다.
 
9
밤이고 낮이고 그 안에 파묻히고 싶다. 그리하여 자기를 깡그리 잊고 싶다. 그리고 이것은 영원히 그리운 나의 꿈이다. 내가 느낄 수 있는 취미의 전부로 나를 살리자는 이 가을의 나의 구상은 여전히 이 구상 속에서만 또 아름다울 것일까 보다.
 
10
놓고 싶지 않은 책을 안심하고 들어 앉아서 그 페이지의 가생이마다 손때를 새까맣게 묻히며 넘겨 보고 싶은 욕심이여.
 
 
11
〔발표지〕《서울신문》(1957. 9.)
【원문】자기를 잊는 구상(構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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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용묵(桂鎔默) [저자]
 
  서울신문 [출처]
 
  1957년 [발표]
 
  수필(隨筆)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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