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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변 - 단평에 항의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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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6.2~5
채만식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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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作者[작자]의 辯[변]
 
2
─ 短評[단평]에 抗議[항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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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고 별로이 많이 쓴 일도 없다. 전기 것과 지금의 것까지 보통 합해야 10편 미만일 것이다. 10편 미만의 신통치 못한 작품을 그것이나마 가뭄에 콩씨 나듯이 드문드문 발표하였으니, 평론가의 눈에 그 존재의 인정을 받았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오늘(5월 28일) 조선일보에 염상섭(廉想涉) 씨의 「5월 창작단평」이라는 제목으로 졸작 「산동(山童)이」에 대한 평이 실리었다. 지금까지 좋다 낫다 시비를 하여 주는 사람이 없더니, 처음으로 평(評)의 거리가 된 것을 볼 때에 마음에 퍽 기뻤다. ─ 나의 생각과 평자의 생각을 비교하여 볼 수가 있기 때문에.
 
5
이러한 의미로 위선 지면을 빌린 조선일보와 및 평자인 염상섭 씨에게 고마운 치하를 한다. 그러나 약간의 항의도 있다.
 
 
6
염씨는 그 평의 모두(冒頭)에 “이 작품은 플롯부터 실패하였다. 제1절을 보고서는 김상옥(金相玉)이나 최양옥(崔養玉)이 같은 인물이 나오는가? 하는 호기심과 기대를 가졌으나 끝까지 다 읽고 나서는 양두(羊頭)를 걸고 구육(狗肉)을 판 작자에게 좀 말썽을 부리고 싶을 만치 속은 것이 분하였다” 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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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만일 나의 추측이 어그러지지 아니한 것이라 하면 제1절과 그 이후의 절 사이에 연락이 모호하다는 것이 그 하나인 듯하다. 그것은 남이 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시인하는 바이다. 퍽 모호하다.
 
8
제1절(산동이의 테러 행위)을 맨 끝으로 갖다 놓고 그것을 다시 좍좍 펴서 그가 만주(滿洲)에 가서 어떠한 활동을 하였으며, 단지 한 개의 ‘하인’ 이던 ‘산동이’ 가 어떠한 조직체 속에서 ‘××××과 ××××××의 통일 제휴’ 의 일분자가 되어 ××과 ××을 품고 조선에 들어왔다는 것이며, 또 ××을 사용하여 쾅(신소설에는 오식으로 이 ‘쾅’ 이 ‘◇’ 가 되었다) 하며 인공화산(人工火山)을 만든 것이며, 다시 안동(安洞) 아방궁에서의 활동이라든가를 나의 솜씨가 미치는 데까지 써놓았다면 평자에게 “양두를 걸고 구육을 팔았다”는 누명을 입지 아니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조선에 앉아서 그렇듯한 작품은 작자가 만 개를 썼자 독자의 앞에 한 개도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을 염씨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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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는 제1절의 산동이는 그와 같은 영웅적 테러인데 제1절 이후의 산동이 즉 영웅적 테러의 전신(前身)인 산동이는 일개 보잘것없는 남의 집 하인이요, 애인을 그 주인이 강간하되 눈을 끄먹끄먹 뜨고 있다가 그 집을 나와 버리는, 그러고 그 애인이 우물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것을 구하려고도 아니하는 그러한 못생긴 산동이였으니, 그래서 졸작의 플롯이 실패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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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첫째 나의 의도가 결코 영웅적 테러를 표현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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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한 원한을 머금고 만주로 떠나갔으니까 그 환경이 넉넉히 산동이로 하여금 그만쯤한 것은 할 수가 있도록 만들었으리라고 믿는 까닭이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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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좀 심한 말이나 미국 활동사진국 서부활극에서 얻는 그러한 영웅적 도취기분을 만족시켜 주지 아니한 것을 평자(評者)는 “분하다” 고 하지 아니하였나 하는 생각도 들어간다. 그렇다면 차라리 서부활극 평을 쓸 것이다. 또 “분하다” 고 쓴 것은 문선의 오식 아니면 염씨의 오필(誤筆)인 듯하다. 평자가 말할 때에 문예이론에 입각하여 가타부타는 할지언정 분하다고 한다는 것은 좀 침착을 결한 태도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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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염씨는 “독자의 반감을 산다” 고 하였다. 그러나 만일 그러한 자(者)라면 반감은 말고 나는 뺨을 맞아도 섭섭하게 아니 여긴다. 전(全) 독자 중 천에 하나라도 그 소설을 읽고 그 속에서 자기를 발견 ─ 돈에 지위에 인습에 눌려 자기의 사랑하는 사람을 빼앗기고 눈물을 뿌리며 이를 가는 사람이 그대로 주저앉아 있다거나 사회적 효과를 얻지 못하는 복수로부터 한걸음 더 나아가서 어떠한 수단을 취할 ─ 그러한 자기를 발견할 수가 있다고 하면 나는 차라리 성공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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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쓴다 발표한다. 그러나 내가 읽힌 대상 이외의 사람까지도 고려하려고는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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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염씨는 주제의 평범한 것을 가지고 시비를 하였다. 즉 “신문 로맨스감이라” 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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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산동이」의 주제가 평범하다고 가정하자. 그러나 평범한 주제가 소설의 주제가 되면 실패에 가까울 이유가 어디 있는가? (평자가 “실패라고는 아니하나” 라고 썼기 때문에 나도 “실패에 가깝다” 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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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성이 있는 주제가 평범하대서 그것을 버리고 현실성이 없는 미국 서부 활극식 주제를 선택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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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나는 「산동이」의 주제가 결코 평범하다고 여기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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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에게 시집 보내주기로 한 산지기의 딸을 강간하는 것이 하는 그 사람에게는 항다반(恒茶飯)의 일이요 평범한 일이겠으나 산동이에게는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다. 또 그 소설의 제1절의 활동 내용은 더구나 평범한 일은 아니다. 나는 아무리 생각하여도 「산동이」의 주제를 평범하다고 하여버린 염씨의 심중을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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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염씨는 “노골적 표현은 너무 야비에 흘렀다” 하고 심지어 춘화(春畫)에게까지 간접적 비교를 하였다. 그러나 어떠하니 야비하다는 말은 확실히 하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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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추악면을 폭로시켰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 즉 풍기에 해롭다하며 야비하단 말인가? 혹은 그러한 표현방법을 쓰는 작자인 나의 태도가 야비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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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전자라고 하자. 그렇다면 물론 신사 숙녀 제군은 얼굴을 찌푸리겠지. 문학도 자기네의 생활 그것과 마치 한가지로 품위라는 마스크로써 그 추악면을 가리고 있기를 요구하겠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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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에도 말하였거니와 그러한 신사 숙녀에게는 제발 읽어주지 맙시사고 하는 것이 나의 작품으로써 사회에 대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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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상기 중(上記中) 그 후자의 것이라 하면 그것은 더구나 섭섭한 말이다. 노골적 표현을 하였다고 작자의 태도가 야비하다고 한다면 그것은 문예평을 떠난 인신공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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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의 혐의가 있으나 이왕이니 내가 그와 같이 노골적 표현을 한 이유를 잠깐 말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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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 가지 이유 ─ 보다도 필요로 그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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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쩌른 바 인습과 누르는 무형의 위엄에 로보트와 같은 작용을 하고 있던 산동이로 하여금 반항심이 일어나도록 하느라고 ─ 그리하되 그것이 와락 갑자기 일어나거나 혹은 개념(槪念) 표현으로 써서 그의 반항심이 일어나는 경과의 표현을 피하기 위한 것이요, 둘째는 염씨도 말한 바와 같이 추악한 그들의 현실내막을 폭로시키려는 데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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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 수법이 부족한 때문인지도 모르겠으나 작자의 그러한 의도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평자로서 좀 소홀하지 아니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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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염씨는 그 단(段)에 있어서 논(論)이 매우 모호하게 되었다. 즉 주제가 평범하다는 것과 야비하다는 것의 두 가지 명제를 내세워놓고 그것을 설명하여 나가는 데는 그러한 현실폭로의 필요를 말하여 ‘야비’ 를 시인하였다. 그리하고는 다시 평범하다는 명제를 다시 끌고 나와 “결국 신문 로맨스적임에 흘러버렸다” 고 되짚어 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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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면 “주제가 평범하고 표현이 야비해서 나쁘다. 그러나 야비한 표현으로써 그들을 각성케 해야 하겠지만 평범해서 나쁘다……” 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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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아무리 머리를 썩혀도 이 말의 뜻을 알아낼 수가 없다.
 
34
다음에 “에로틱한 장면을 친절히 묘사한 데 비(比)하여” 라고 하여 정작 골자가 될 장면을 소홀히 표현하였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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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평자는 그 ‘노추(老醜)’ 에 대한 추악을 어느 장면에서 발견하고 하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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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씨는 “길 떠나려던 산동이가 뛰어들어갔다가 얼마 뒤에 뛰어나왔다” 는 말을 두 군데나 써놓았지만 소설 「산동이」에는 그러한 장면은 없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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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들어갔다는 것은 순천(順川)영감의 방에 산동이가 복수를 하러 뛰어들어갔다는 의미이겠는데 산동이는 결코 그리하지 아니하였다. 참고삼아 「산동이」의 맨 마지막의 일부를 여기에 옮겨놓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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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자리에 박힌 듯이 꾹 서서 한참이나 생각을 하다가 주먹을 가죽이 터져라고 불끈 쥐고 눈이 찢어지도록 사랑방을 흘겨보았다. (중략……자연묘사이므로) 산동이는 발길을 돌려 기운차게 대문 밖으로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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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다. 이상에 어디 산동이가 순천영감의 방으로 뛰어들어간 것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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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산동이로 하여금 아무런 사회적 효과가 나타나지 아니하는 다만 개인적 분풀이에 지나지 못하는 복수를 시키지 아니하였다.
 
42
그는 위선 만주로 간다. 갔다가 ××과 ××을 가지고 돌아왔다.
 
43
돌아온 그는 제일로는 ‘인공화산(人工火山)’ 으로 자기의 사회적 임무를 하였다. 다음에 그는 ‘탕’ 으로써 안동(安洞) 아방궁에 ‘피’ 를 흘렸다. 후자는 사회적과 개인적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44
이러한 활동을 더 자세히 쓰지 못한 것이 어쩔 수 없는 사정이라는 것은 위에서도 말을 하여 두었다.
 
45
작품을 자세히 읽지도 아니하고 왕청 뛴 단평(斷評)을 내리었으니 그 무슨 소홀인가?
 
 
46
끝으로 염씨는 “산동이가 왜 한사코 아니 나가려는 옥섬이를 내어보냈는가. ‘고만 두어라, 내가 가마’ 하고 이불을 번쩍 들고 나가서 무슨 핑계든지 대면 될 것이 아닌가?” 라고 하였다.
 
 
47
<朝鮮日報[조선일보] 1930. 5. 31, 6. 3∼5>
【원문】작가의 변 - 단평에 항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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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만식(蔡萬植)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30년 [발표]
 
  평론(評論)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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