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가을철이 되어서 하늘이 높아지고 기운이 쓸쓸하여지면 새들이 이리저리 살림을 옮깁니다 우선 . 봄철에 와서 여러분의 집 처마 끝에 집을 짓고 온 여름 동안 드나들던 제비들이 가을만 되면 다시 따뜻한 남쪽으로 옮겨가 버리지 않습니까? 제비는 추운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조선에 겨울이 와서 눈이 덮였을 동안은 따뜻한 곳을 찾아서 남양 섬으로 가는 것이랍니다.
3
제비들이 섭섭하게 날아가는 대신에 기러기들은 가을이 되면 북쪽에서 조선으로 날아옵니다. 가을날 서늘한 저녁에 저물어가는 하늘을 쳐다보면 기러기들이 체조 배우듯이 나란하게 열을 지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날아가는 것을 누구든지 볼 수 있습니다.
4
제비는 가을이 추워서 남쪽으로 가는데 기러기는 가을에 날아오니까, 누구든지 기러기는 추운 곳을 좋아서 찾아 오는 줄 알지마는 그런 것이 아니랍니다. 기러기는 여름 동안 저 북쪽 나라 러시아의 시베리아 지방에 살고 있는데, 겨울에는 그 곳이 너무 추워서 겨울 동안 따뜻이 지내려고 따뜻한 곳을 찾아가는 길에 조선에도 오는 것이랍니다.
5
날아가는 것을 보면 작아 보이지만, 몸뚱이가 두 자 오 촌이나 되고, 끼룩이고 우는 소리는 가을밤에 퍽 처량스럽게 들립니다. 날아갈 때는 병정보다도 열을 잘 짓는데 반드시 한일 자로 늘어서서 갑니다.
6
그러고, 가다가 중로에 땅에 내려, 먹을 것을 찾을 때에는 반드시 한 무리는 파수 병정처럼 따로 떨어져서 적이 오는 것을 지킨답니다.
7
이렇게(제비나 기러기와 같이), 철을 맞춰서 옮겨 다니는 새들을 후조(철새)라 합니다.
8
〈《어린이》6권 5호, 1928년 9월호, 삼산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