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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화당(白花堂)의 처(妻) ◈
《카탈로그》 본문	1954년 김동인

백화당(白花堂)의 처(妻)

백화당(白花堂) 주인은 영조대왕 때 사람으로 성품이 맑고 시짓기를 좋아하였다. 그러므로 부모님께 여쭙기를 소자의 혼사는 문벌의 귀천도 재산의 유무도 보지 맙시고 오직 글 잘 하는 여자를 택하여 결혼하기를 원하옵나이다 하고 나이 30이 넘도록 장가들지 아니하였다. 하루는 먼 지방에 어떤 여자가 빈한한 집에서 생장하였지만 글을 잘 한다는 소문을 듣고 백방으로 주선 하여 다행히 결혼하였다.

그 여자는 과연 소문과 같이 시격(詩格)이 맑고도 빛나며 성격은 순하고 착하여 가정의 화락한 취미가 진진하게 되었다. 그 주인은 별당 사랑을 그 집 뒤에 따로이 정결하게 백 가지 종류의 기화요초를 많이 심었으므로 그 집 이름을 백화당이라 하고 현판을 써서 붙이고 이상적 가정을 실현 하였더니 불행히도 나이 겨우 40에 세상을 떠났다. 그 안해는 통곡하며 스스로 죽고자 하다가 곁엣 사람의 구원함을 얻어 죽지 못하고 다만 시를 지어 스스로 그 슬픈 마음을 썼었다. 그 시에 가로되

三從無一可從人 [삼종무일가종인]

此死遲遲恨此身 [차사지지한차신]

惟悵百花堂獨在 [유창백화당독재]

鸚啼蠶睡又殘春 [앵제잠수우잔춘]

【원문】백화당(白花堂)의 처(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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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수정 : 2023년 03월 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