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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암행어사(暗行御史) 있던 것이 500년이나 되는 긴 세월이다. 한 해 건너서 갔다 하더라도 한 번에 팔도 또는 큰 데는 좌우도(左右道)를 갈려 보냈으니 그 수효가 얼마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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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으로도 많으면 7∼8차 적어도 2∼3차를 다님은 보통이니 수령들도 좀체 배겨나지 못하였을 것이다. 더구나 어사는 과거한 초급관(初級官)이 단신으로 나가서 어명(御名)을 빙자하고 상급관(上級官)을 때려 부수는 까닭을 아마 탐장(貪贓)이나 불치(不治)는 하나도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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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암행어사로는 특별히 박문수(朴文秀)를 제일로 치며 어사로 유명한 이야기 다 박문수가 하였다 하여 장난의 유명한 것을 모두 오성(鰲城) 한음(漢陰) 하던 노릇이라 함과 같이 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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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문수의 후손의 말에 의하면 문수가 어느 해 흉년이 몹시 들어서 경상도(慶尙道) 감진(監賑) 어사로 내려간 일 하나 밖에 없다 하니 역대(歷代)에 수천 번이나 된 어사 또는 여러번 다니며 고생하고 애쓰던 여러 명관 어사(名官御使)를 능가하고 영명을 독차지한 까닭은 어디 있던가? 비상한 때가 아니면 비상한 인물이 아니 나며 비상한 일이 아니 하면 비상한 공적을 끼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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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역대에 여러 유명한 어사는 박문수처럼 경상도 전체 백성을 구원 하는 비상히 큰 일을 못한 까닭이며 또는 박공은 영걸(英傑)한 기안(氣岸)과 호협(豪俠)한 수완이 누구보다도 뛰어난 점이 있는 까닭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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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문수가 아마 영걸한 기안으로 그 넓은 재민(災民) 구역을 골고루 돌아다녔으며 호협한 수완은 강리(强吏)와 작폐와 세민(細民)의 은고(隱苦)를 잘 살펴 선선히 보아 주었으므로 놀랄 만한 기적(奇蹟)도 많을 뿐 아니라 경상전도(慶尙全道)에서 죽게 된 백성이 구원을 받으며 곳곳이 박 어사가 이러이러 하셨다고 떠들어 준 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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