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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시대길(開市大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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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 노사(老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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開市大吉(老舍) [개시대길(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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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라오왕(老王[노왕])과 라오주(老邱[노구])와 셋이서 얼마간의 돈을 모아 가지고 조고마한 병원을 하나 열었다. 라오왕(老王[노왕])의 부인이 간호부 주임이 되었는데 그는 본시 간호부에서 의사 부인으로 뛰어올른 것이다. 그리고 라오주(老邱[노구])의 장인이 서무와 회게를 겸하야 보았는데 만약 그 장인 되는 자가 엉터리 장부를 꾸미거나 혹은 돈을 가지고 달어나 버리거나 하면 나와 라오왕(老王[노왕])은 마치 라오주(老邱[노구])가 그 장인의 보증인이나 되는 것처럼 라오주(老邱[노구])와 주먹으로 셈을 따질 작정이었다. 나와 라오왕(老王[노왕])은 아주 단짝이고 라오주(老邱[노구])는 좀 뒤에 들어왔으므로 우리는 어쨌든지 그를 좀 경게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무슨 일을 하든지 사람이 많으나 적으나 꼭 당파라는 것은 생기는 것이고 어느 정도의 비밀은 없을 수 없으니까. 또 그렇지 않고서는 봄에도 그럴듯하지 않다. 게다가 왕부인도 우리들과 한편이다. 그래서 만약 정말로 라오주(老邱[노구])와 주먹으로 셈을 닺이지 않으면 안될 경우에는 그 장인은 물론 라오주(老邱[노구])의 편을 들 것이나 월래 나이를 많이 먹었으므로 왕부인 혼자서 그의 수염을 끄들러도 될 것이다. 그래도 라오주(老邱[노구])는 매우 솜씨는 있어서 톡 까놓고 이야기한다면 그의 전문인 치질의 수술은 대단히 능난한 것이어서 이 때문에 그를 불러 같이 합작한 것이다. 그러나 그와 주먹으로 셈을 땆어야만 할 경우에는 우리들은 그렇게 사양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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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과를 보고 라오왕(老王[노왕])은 화류(花柳) 전문이고 라오주(老邱[노구])는 치질에다가 외과를 겸하고 왕부인은 간호부 주임에다가 산과를 겸하야 우리들은 모두 합하야 네 과(科)를 가젔다. 나의 내과는 숨김없이 이야기한다면 아무 별다른 수단도 없이 그저 한 푼 한 푼 줏어 모는 것으로 내과의 수입은 불과 얼마 되지 않었다. 엉터리 없이 많이 받는 것은 화류병과 치질로 라오왕(老王[노왕])과 라오주(老邱[노구])에다가 우리들은 히망을 붗이었다. 나와 왕부인은 그저 부축하는 데 지난지 몯하얐다. 왕부인은 본시 의사가 아니고 아이를 낳은 경험이 좀 있을 뿐이다. 그는 제 자신이 아이를 둘이나 낳은 것이다. 접생(接生)의 수술에 이르러서는 내가 만약 안해가 있다면 결코 왕부인한테 접생을 시키지 않을 것이나, 그러면서도 우리는 산과를 냈다. 산과는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무사히 아이를 낳기만 하면 적어도 열흘이나 보름동안 미음이나 힌죽으로 얼렁얼렁하고 하루 있으면 하루치의 돈을 받는다. 만약 무사히 아이를 낳지 몯하면 그 때에는 임시변통으로 다시 또 생각하야 볼 작정이다. 산 사람이 설마 오좀 몯 싸고 죽는 수야 있을까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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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병원을 열었다. ‘대중의원’(大衆醫院)의 네 글자는 이미 큰 신문, 작은 신문에 달반 동안이나 났다. 이름이 좋다. ― 어떻게 하야서 돈을 버는냐 할 때 이러한 시절에는 ‘대중’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않된다. 대중의 돈을 먹지 않고 누구의 돈을 먹겠느냐? 이것은 욱일래야 욱일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자연 광고에는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었다. 왜냐하면 대중이라는 것은 참된 이야기를 듣기 좋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도리혀 이렇게 광고하얐다. ‘대중을 위하야 희생하고 동포를 위하야 행복을 도모한다. 일절을 과학화하고 일절을 평민화하고, 동서의 의술을 관통하고, 차별 대우의 사상을 타파한다.’ 참말로 광고비가 적잔이 들어서 기본금에서도 좀 띠어썼다. 대중을 모은 후에 천천히 그 돈을 수습하기로 하였다. 광고만 보고서는 우리들의 병원이 얼마나 큰가를 아무도 알지 못하얐다. 병원의 도면은 삼층으로 된 빌딩이나, 그것은 이웃에 있는 운송점의 사진까지 빌린 것으로, 실상 우리는 모두 합하야 여섯 칸되는 단층집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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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병원을 열었다. 왕진(往診)도 가고 병원에 앉어서 진찰도 하고 해서 일주일 동안에 얼켜든 사람은 적지 않었는데 그것은 참말로 ‘대중’이었다. 나는 그래도 다소라도 사람 꼴을 하고서 온 자들한테는 모두 각색의 소다수를 조곰식 멕였다. 어떠한 병을 물론하고 이렇게 해서 한 일주일 동안 잡어 껄은 후에 정식으로 비용을 받었다. 그 참말로 본격적인 대중에게는 그 멀건 소다수도 주지 않고 집에 돌아가서 세수를 하고서 다시 오라고 그들에게 권하얐다. 얼굴이 흙 투셍이면 약을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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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뿐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우리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순전히 대중만을 위해서 한다는 것이 틀린 수작이니까, 무슨 새로운 방법을 베풀어 제 이의 대중을 찾지 않으면 않되었다. 우리는 모두 후회하얏다. ‘대중의원’이라고 한 것부터가 몯 쓴다. 대중이 있으면 귀족이 오지 않을 것이니 어데서 돈 구경을 할 수 있겠느냐? 의원은 석유(石油) 회사가 아니다. 진작 알었으면 서슴지 않고 ‘귀족의원’이라고 하였을 것을 ─. 라오주는 메쓰를 몇 번인가 소독수에 담구어 보았지만 똥구멍을 어 오는 놈은 단 한 놈도 없는 것이다! 치질을 알는 부자 영감이 누가 ‘대중’의원으로 똥구멍을 어 올가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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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왕이 꾀를 내었다. 내일 고장이 안난 자동차를 한 대 빌리어가지고 우리가 몇 차레고 타고 돌아단기며 외조모를 불러와도 좋고, 고모를 태워와도 좋다. 문에 도작만 되면 간호부들이 빨리 안으로 모시어 드린다. 게속해서 이렇게 삼사십번만 하면 이웃 사람들은 당연히 우리에게 감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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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우 라오왕의 의견에 감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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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고장 난 차를 몇 대 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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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왕은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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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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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반문하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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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회사와 상의해서 아즉 수리 중에 있는 차를 몇 대고 빌리어다가 병원 문 앞에 하루 왼종일 놓아두고 조곰식 있다간 뿌빠뿌빠 소리를 낸다. 병원 안에서 병을 보고 있는 사람들은 늘 밖에서 뿌빠뿌빠하는 소리를 듣기는 하나 자동차가 몇 대 왔는지는 모르게 된다. 또 밖의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 병원 앞에 자동차가 몇 대식 놓여 있으니 어찌 감복하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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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계획대로 하얐다. 이튼날은 친척들이 모두 연달어 왔다. 그들에게는 차를 한 잔식 대접하고는 돌려보냈다. 두 간호부는 손님이 오기만 하면 하나식 끄들어 들어갔다 나왔다 하야 왼종일 앉어볼 사이도 없었다. 그 운전은 않되나 뿌빠 소리만은 낼 수 있는 몇 대인가의 자동차는 날이 새자 바로 운반해다 놓고 오분만에 한 번식 뿌빠거리었다. 해가 돋으니까 어린아이들이 한 패 몰려와서 자동차를 둘러쌌다. 우리는 그 자동차의 사진을 찍어 사람을 싷겨 석간에 내게 하였다. 라오주의 장인이 팔고문(八股文[科擧[과거]볼 때 쓰는 文體[문체]])을 지어서 자동차의 왕래가 빈번함을 형용하였다. 그 날 밤에는 우리는 모두 밥을 잘 먹지 몯하였다. 자동차의 뿌빠 소리가 너무나 요란해서 모두 머리가 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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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왕에는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흘 되는 날 병원 문을 열자마자 자동차가 군관(軍官)을 하나 실고 들어왔다. 라오왕은 급히 나와 맞어 딜어었다. 군관은 방문이 그렇게 얕은 줄을 몰르고 머리를 부디처 큰 혹만치 툭 불어났다. 화류병이다. 라오왕은 머리 우에 혹은 돌아다보도 않고, 마치 또 부디처 혹이 일고여덜 개 된대도 관게 없다는 듯이 얼굴은 우슴으로 한 떨기 장미화와 같었다. 두세 마듸 말을 건네고 육공육호(六0六號)를 한 대 주었다. 두 간호부가 덤비어 군관의 제복을 뺏기고 네 개의 힌 팔이 그의 팔을 부뜨렀다. 왕부인이 와서 먼저 통통한 둘 손구락으로 침 줄 데를 가볍게 두어 번 짚은 후에 비로소 라오왕이 침을 주었다. 군관은 왼 영문도 잘 몰르고 간호부만 바라보며 그저 “옳지! 옳지! 옳지!” 하였다. 나는 옆에서 한대 더 주라고 말하얐다. 라오주는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아주 환이퉁해서 주사침을 준비하얐다. 향편(香片[茶名[차명]])을 한 대 주었다. 우리 병원에서 쓰는 차는 좋은 것뿐으로 언제나 향편과 용정이다. 차침 두 대와 육공육호 한 대로 우리는 이십오원을 받었다. 월래는 한 대에 십원 식으로 세 대를 노았으니까 오원 감하야 준 셈이다. 우리는 그가 게속하야 오면 열 번이면 근치할 것을 보증하였다. 그러나 아무리 하야도 우리가 가진 것은 차뿐이라고 나는 속으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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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칠우고서도 군관은 바로 가지 몯하였다. 라오왕과 나는 그와 잡담을 시작하였다. 나는 그가 병을 숨기지 안는 것을 칭찬하였다. ― 화류병은 빨리 곤처야 하는데 우리한테 와서 곤치면 결단코 위험이 없다. 화류병은 위인병(偉人病)으로 공명정대한 것이며 바로 낫는 병으로 육공육호 몇 대만 맞이면 아무 일도 없는 것이다. 상점의 점원 나부랭이나 중학생 같으면 병을 감추고서 몰래 몰래 엉터리 의사한테 보이거나 혹은 소매자락에서 소매자락으로 비밀리에 거래되는 사약(私藥) ― 그 광고를 공동변소 속에다가 붗인다. —을 찾어서 우물주물하다가 일을 그릇처 버린다. 군관은 나의 의견에 찬동하며 자기는 이미 한 이십번이나 병원을 단기었으나 이때까지 이번처럼 유쾌한 적은 없었다고 말하였다. 나는 연달어 그의 말을 받어주지 몯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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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라오왕이 말을 이었다. ― 화류병은 근본적으로 병으로 칠 것이 아니고 가끔 육공육호를 맞으면 된다. 군관은 대단히 라오왕의 의견에 찬동하며 게다가 사실로써 그것을 증명까지 하였다. 그는 언제나 완전히 나키를 기달리지 않고 연하야 나단기는데 그런데도 몇대 맞으면 고만이다. 라오왕은 대단히 군관의 말에 찬동하며 그 우에 늘 오는 손이 되어달라고 원하였다. 군관은 장기(長期)로 맞는 이야기를 하며 약값을 반으로 감하야 한 대에 오원식 하여 달라고 청하였다. 아주 달게산으로 해서 몇 대를 맞든지 한 달에 백원식으로 하면 ―. 군관은 대단히 이 생각에 찬동하며 그러나 언제든지 오늘처럼 접대하여 달라고 말하얐다. 우리는 아무 말도 않고 그저 웃으며 머리만 끄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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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관의 자동차가 떠나자마자 또 자동차 한 대 맞어드렸다. 네 몸종에게 부축되어 늙은 마님이 하나 나리었다. 나리자마자 다섯 주둥이가 일제히 물었다. ― 특별실이 있읍니까. 나는 몸종 하나를 떼밀고 은근히 늙은 마님의 팔을 부뜰어 병원 안으로 인도하고 운송점의 삘딩을 가르치며 말하였다. ― 저기 있는 특별실은 모두 찼읍니다. 그래도 잘 오신 셈입니다. 여기는 ― 나는 우리의 몇 간의 방을 가르치며 말하였다. ― 그래도 일등실이 두 칸이 있으니 잠시 동안만 참어 게십시요. 사실은 이 두 칸이 이칭보다도 더 맘이 편합니다. 오르내리는 수고가 없는 것만 하여도 안 그렇겠읍니까 마님? 늙은 마님의 첫 번 말 한 마듸로 나의 마음속은 꽃처럼 환히 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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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여기도 또 똑같은 의사겠지. ― 병자의 맘을 불편케 하는데 병원에 와서 무었하겠오? 동생의원(東生醫院)의 의사라는 것들은 도통 사람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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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 마님께서는 동생의원에 입원하셨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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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잔이 놀래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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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거기서 나오는 길이오. 그런 우라질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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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늙은 마님이 동생의원을 욕하는 틈에 ― 양심적으로 말하면 그 병원이 이 근처에서는 제일 크고 또 좋은 병원이다. ― 나는 그를 조그마한 방 안으로 인도하얐는데 만약 동생의원을 욕하게 만들지 아니하면 그는 결단코 이 조고마한 방에 머물러 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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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께서는 거기 몇일이나 게셨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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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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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이요. 이틀 동안에 자칫하면 목숨 달어날 번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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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마님은 침대 우에 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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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리로 침대를 떠 밫이었다. 우리 병원의 침대는 모다 좋기는 하나 오래되어서 잘 잡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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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거기로 가셨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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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입은 쉴 새가 없다. 늙은 마님은 잔득 나의 다리를 주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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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기가 막히지요. 여보 의사 양반! 내가 알른 것은 위병인데 그 녀석들은 나한테 도모지 먹을 것을 주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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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은 뚱그래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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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인데 먹을 것을 안 주어요? 엉터리 의사 같으니! 마님이 이렇게 연만하신데도! 마님께서는 한 팔십은 되시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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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마님은 금시에 눈물을 걷우며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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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즉 젊지. 쉬인여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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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어머니와 동갑이십니다. 제 어머니도 각금 위병을 알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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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을 비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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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께서 여기 입원만 하십쇼. 지가 그 병은 꼭 잘 곤쳐 디릴 테니까. 이런 병은 잘 보양하는 게 제일인데 그저 잡숫구 싶은 것은 무었이든지 잡수십쇼. 잡술 것을 잡수서야 맘도 편하고 병도 딸아서 좀 났지요. 안 그렀읍니까 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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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마님은 또 눈물을 흘리었다. 이번에는 나의 말에 감격하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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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양반 여보! 나는 도모지 좀 딱딱한 것이 먹고 싶은데 그 녀석들은 죽만 멕이러 드니 이것이 일부러 내가 골을 내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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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은 이가 좋으시니까 응당 딱딱한 것을 줍수서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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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손히 말하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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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곰만 있으면 배가 곺은데도 그 녀석들은 시간이 되기 전에는 한사코 멕이지를 안는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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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몯난 자식들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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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중에 내가 막 잠이 들만하면 그 녀석들이 유리 말둑을 가지고 와서 내 입 속에다가 넣고 몇 도ㄴ가 도수를 본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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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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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뒤를 보겠다고 말하면 그 놈의 간호부ㄴ가 무었인가가 ― 기달려 주셔요. 의사 선생님이 오십니다. 선생님이 병을 보시거던 말슴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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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뻗을어지고 말 잡것들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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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겨우겨우 참구서 일어나 앉어있으면 그 놈의 간호부가 누어 있으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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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귀찮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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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늙은 마님은 말을 하면 할수록 서로 맞어 들어가서 만약 우리 병원이 좀더 좁더라도 대개 나가지는 않을 것 같었다. 분명히 나는 떠는 다리로 침대를 떠밪일 필요가 없었다. 잘몯해서 침대가 쓸어진다 하여도 그는 능히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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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한테도 간호부가 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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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마님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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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지요. 아무 관게 없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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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으며 말하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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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께서 몸종을 넷이다 다리고 오시지 않으섰읍니까. 그네들이 모두 병원에 머물러도 좋읍니다. 마님이 다리고 온 사람들이 더 일을 잘 보아드릴 것이니까요. 나는 간호부는 애당초 불르지 않을텐데 그것이 좋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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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참 좋지요. 머므를 데는 있오?”
 
58
늙은 마님은 어쩐지 미안한 모양이다.
 
59
“녜 있습니다. 마님께서 아주 여기를 통으로 빌리십쇼. 몸종 넷하구 게다가 요리 만드는 아범을 불러도 좋습니다. 잡숫구 싶은 것은 무었이든지 맘대로 잡수십쇼. 나는 마님 한 분치만 게산하겠어요. 몸종과 요리 만드는 아범 여럿이 머물러도 마님치 하루 오십원만 게산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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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마님은 한탄하는 말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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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얼마나 들든 그것은 관게치 않지요. 그대로 칠우지요. 춘샹(春香)! 너는 집에 가서 요리 만드는 아범을 불러오너라. 올 때에 오리를 두어 마리 잡어가지고 오라고 일러라.”
 
62
나는 후회하얐다. ― 왜 겨우 오십원이란 말이냐? 참으로 제 주둥이를 비벼놓고 싶다! 다행히 나는 약값을 그 속에 말하지 않었음으로 좋왔다. 약값에다가 잘 찍어매어 놓으면 된다. 암만해도 이렇게 하는 것을 보면 이 늙은 마님은 적어도 아들 하나은 사단장(師團長)이 되었을 것 같다. 하물며 게다가 매일같이 불에 끄슬린 오리 고기를 먹으면 대개는 삼사 일로는 퇴원 몯할 것이라, 일이 길어질 것 같다.
 
63
병원이 제법 병원다워젔다. 네 몸종이 베 짜는 북처럼 나왔다 들어갔다 하고 요리 만드는 아범이 병원 담 밑에다가 콕크탁을 쌓고 마치 무슨 혼인 잔치라도 벌린 것 같다. 우리도 사양하지 않고 늙은 마님의 과일을 임의로 집어먹었다. 오리 요리도 마님은 몇 점밖에 먹지 않었다. 언제나 누구 하나 마님의 병은 생각지도 않었다. 관심이란 관심은 오로지 그가 또 어떠한 맛있는 음식을 사가지고 왔나에만 쏠렸기 때문이다.
 
64
라오왕과 나는 어쨌든 그래도 개업한 셈이다. 그러나 라오주는 좀 체면상으로도 재미가 적은 모양이다. 그는 언제나 손에 메쓰를 움켜쥐고 았었다. 나는 그가 나한테 시험하러 덤빌가 봐서 늘 피하였다. 라오왕은 그에게 조급하게 서들 것이 없다고 권하얐다. 그러나 그의 승벽이 대단해서 병원을 위하야 몇 십원 벌지 않고서는 만족 몯하얐다. 나는 그의 이러한 정신에 감복하였다.
 
65
점심을 먹고나서 그여히 왔다! 치질 병자다! 사십 세가 넘은 뚱뚱하게 살이 찐 배ㅅ대기가 불룩한 자다. 왕부인은 그가 애를 나러 온 줄 알었다가 후에 그가 남자인 것을 발견하고 겨우 라오주한테로 돌려보냈다. 두세 마듸 말을 건네자 라오주의 메쓰는 서슴지 않고 비어드러 갔다. 사십 세가 넘은 아래ㅅ배 알는 사나이는 단번에 소리를 질르며 라오주에게 마수약(麻睡藥)을 붗여달라고 애원하얐다. 라오주는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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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수약을 쓴다는 이야기는 않했지요! 써도 좋지만 십원은 더 치러야겠오. 쓰겠오 않 쓰겟오? 빨리 정하슈!”
 
67
아래ㅅ배 알는 사나이는 머리조차 흔들지 몯하였다. 라오주는 그에게 마수약을 질르고 한 차레 메쓰를 휘둘렀다. 그리다가 메쓰를 멈추고
 
68
“당신은 여기 구멍이 났는데 우리는 구멍을 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었오. 그래로 연하야 겠오? 안 겠오? 겠다면 삼십 원을 더 치러야겠오. 안 겠다면 그만 다 됏오.”
 
69
나는 옆에서 가만이 대강을 짐작하고 ― 참으로 라오주다운 짓이다! 차춤차춤 껄고 나가서 돈을 짜내는 것이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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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세가 넘은 아래ㅅ배 알는 사나이는 대답이 없다. 나는 그가 대답을 몯하는 것으로 인정하였다. 라오주의 수술은 능난하고 이야기도 효과적이어서 일변 구멍을 면서 일변 선전한다.
 
71
“당신한테 말아지 이렇게 하면 당신한테는 이백원 가치는 있을 것이오. 그러나 우리는 남의 돈을 짜내자는 것이 아니니 병이 낳거던 이름이나 전해 주기를 바라오. 내일 틈나는 대로 와서 보이면 됨니다. 나는 이 기게에 사만오천 배나 되는 현미경을 사용했는데 아무리 적은 미생물일지라도 비쳐지지오!”
 
72
아래ㅅ배 알는 사나이는 말 한 마디 몯하고 그저 멍멍 ― 하니 있다.
 
73
라오주가 또 오십원을 벌었다. 그 날 밤에 주석을 베풀었다. 늙은 마님의 요리 만드는 아범을 식혀서 채소 요리를 몇 가지 만들게 하였는데 요리의 재료는 태반 늙은 마님의 것을 이용하였다. 일변 먹으며 일변 우리의 사업을 토론하였다. 우리의 타태(墮胎)와 계연(戒烟[阿片[아편]을 끓게 하는 方法[방법]])을 설치할 것을 결정하였다. 라오왕은 몰래 신체검사도 선전하자고 주창하였다. 대개 상급학교 시험에나 보험에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이미 송장의 옷을 만들고 미리 관을 준비하는 셈이니까 우리는 신체검사표는 덮어놓고 좋도록만 써주고 그저 오원이란 검사료만 받으면 된다. 이 안도 어이없이 통과되었다. 라오주의 장인이 최후로 제의하였다. 우리는 몫몫이 돈을 몇 원식 내어 자기 편액(扁額)을 걸자는 것이다. 노인이 돼서 퀘퀘 묵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러나 요컨대는 우리 병원을 애호하는 것이라 우리도 반대하지 않었다. 늙은 장인은 이미 편액의 글을 인심인술(仁心仁術)이라고 하려 하였다. 좀 구식이기는 하나 그래도 합당하기는 하다. 우리는 이튼날 새벽에 늙은 장인이 시장에 나가서 흰 편액을 구해오도록 결의하였다. 왕부인이 보태어 말하였다. ― 편액에다가 옷칠을 하면 좋다. 그리고 문 앞에서 혼인 잔치가 있기를 기달리든지 혹은 남의 악대(樂隊)를 슬적 빌리어 그들이 뚱땅 거릴 때에 우리는 그 편액을 내걸자는 것이다. 참으로 여자의 생각이란 세밀하다. 라오왕이 특별히 억개가 으씩하여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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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개시대길(開市大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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