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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령전(南靈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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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1년 6월
이옥(李鈺)
조선 후기에 이옥(李鈺)이 지은 한문소설. 의인소설(擬人小說)로서 천군소설(天君小說)의 일종이다. 이 작품은 김려(金鑢)의 ≪담정총서 藫庭叢書≫ 중 이옥의 <매화외사 梅花外史>에 수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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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령전(南靈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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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李鈺)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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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령(南靈; 담배)의 자는 연(烟)이다. 그의 선조에 담바고(淡巴菰)라는 자가 있어서 숭정(崇禎) 연간에 의술로써 알려져 일찍이 구변(九邊; 明代에는 북쪽 변방을 아홉 구역으로 나누었다.)에 두루 노닐며 수자리 살고 있는 변방 군사들의 상한(傷寒; 寒, 熱 따위의 邪氣로 인하여 생기는 병.)을 다스려 심히 신효를 보았다. 그 공로로써 남평백(南平伯)이 되었더니 그 자손들이 드디어 성씨로 삼았다. 남령은 그 한 갈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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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됨이 체구는 단소(短小)하나 정치(精緻)하면서도 사나웠고, 거무틱틱하면서도 누런 얼굴빛에 성품은 매우 억세고 사나웠으며 병서를 익혀 화공(火攻)을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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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天君; 마음)이 나라를 다스린 지 32년 여름 유월에 큰 장맛비가 내려 달이 넘도록 그치지를 않았다. 이에 영대(靈臺; 天君이 있는 곳.) 땅의 도적 추심(秋心; 愁의 破字로 근심을 가리킴.)이 군사를 일으켜 반란을 꾀하여 격현(鬲縣; 가슴을 가리키는 膈자를 의미.)․ 제주(齊州; 배꼽을 뜻하는 臍자를 의미.) 등지를 잇달아 함락시키니 방당(方塘; 주희가 어릴 적 글을 읽던 곳. 여기선 마음이 있는 곳.)을 지킬 수가 없게 되었다. 천군을 몇 겁이나 에워싸서 그 한가운데(垓心; 項籍이 垓下에 에워싸였던 일과 연관시킨 듯함.)에서 곤경에 처하게 되자, 모든 장수들을 불러들여 구원하도록 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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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권(黃卷; 원래는 서적을 뜻하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담배.)이 은해(銀海; 담뱃대의 대통을 가리키는 말.)로부터 지름길로 구곡하(九曲河; 담배통과 물부리 사이의 담배설대.)로 넘어 들어오려 했으나 도적이 불을 놓아서 태우는 통에 황권이 미산(眉山; 눈썹)에서 웅크린 채[눈썹을 찡그린 채] 들어오지 못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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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남령(南靈)을 장수로 삼을 만하다고 천거하니 천군이 이에 화정(火正; 고대에 불을 맡은 벼슬. 火官.) 벼슬의 여(黎는 藜로 명아주로 만든 부지깽이인 듯.)로 하여금 부절(符節)을 가지고 남령을 찾아뵙고 신화장군 평남후(神火將軍平南侯)로 삼아 화속(火速)히 싸움터로 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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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령이 명령을 받들어 병부절(兵符節)을 차고서 군중(軍中)에 임해서 금대(金臺; 여기서는 대통.)에다가 봉수대를 설치하고 운당(篔簹; 왕대, 곧 담배설대) 골짜기의 구멍길을 따라 석성(石城; 물부리)을 지나 화지(華池; 사람의 입 안)를 건너고 인후관(咽喉關; 목구멍)을 넘어서 도적을 격현에서 만나 불살라 달리면서 영대 아래에까지 진군하여 적군과 더불어 크게 싸웠다. 불길은 사납고 바람은 사나워 연기 기운이 적의 요새 쪽으로 휘몰아치자 추심(秋心)은 불에 뛰어들어 스스로 불타서 죽고 남아 있는 무리들도 몽땅 항복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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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군이 대단히 기뻐해서 사신을 보내서 남령을 서초패왕(西楚霸王; 項籍의 王號. 南草의 대구로서 西楚를 사용한 듯.)으로 책봉케 한 후에 구석(九錫; 공이 있는 신하에게 임금이 내리는 車馬․ 衣服 등 아홉 가지 恩典.)을 더해 주었다. 그 책문(冊文; 策文이라고도 하는 바, 임금이 詔令으로 신하를 封할 때 쓰는 문체의 하나.)에서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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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적에는 짐이 덕이 없어 스스로 뱃속의 근심을 끼쳤더니, 도적 추심(秋心)이 그 무리 장백발(長白髮; 백발이 길어짐. 곧 愁心이 깊어짐.)․ 몽불성(夢不成; 잠을 못 이룸. 역시 근심으로 인한 것.) 들과 더불어 크고 작은 고을들을 침식해 들어와 그 기세가 대단히 치열하고 성대했다. 마침내 그 칼날은 방의(防意; 조심스러움.)의 성채에까지 다다르고 화살은 신명(神明; 정신)의 집에까지 미치는 데에 이르렀지만, 수족과 같이 떠받들던 고을들도 서로 구원할 수 없었고 가장 측근에 있던 신하들조차도 스스로 힘쓸 길이 없어서 자고 일어나 나라 일을 생각하면 오직 위태하고 미약할 뿐이라서 경(卿)만을 의지하고 바랐던 바이오.…이에 서초패왕을 명하고 은 꽃잎을 새겨 넣은 철염(鐵奩; 담배 서랍) 한 개를 주어 경의 제택(第宅; 담배 서랍, 弟와 第는 음이 같음.)을 삼고, 누런 기름종이로 된 갑(匣) 하나[담배쌈지]로 경의 의복으로 삼으며, 녹색 구슬 주머니 하나로 경의 절모(節旄; 임금이 勅使에게 내리는 깃대.)를 삼으며, 흰 널판으로 된 네모진 상자 하나로 경의 채읍(采邑; 食邑) 을 삼으며, 청동화로 하나로 경의 봉토(封土)를 삼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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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령은 비록 서초(西楚)의 봉함을 받았으나 그때 추심(秋心)의 무리인 우심(憂心; 걱정)이 오히려 기해(氣海; 배꼽 아래 한 치쯤 되는 부분의 급소.)에 숨어 매복해 있었으므로 남령이 자신의 나라로 가서 부임하는 것을 허치 않았다. 이에 남령은 조정에 벼슬하여 진향사(進香使; 예불 담당관), 각다사(榷茶使; 茶에 대한 과세를 맡은 벼슬.), 주천태수(酒泉太守)를 겸하여 권세가 일세를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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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씨(花史氏; 梅花外史의 이칭으로 史記의 太史公曰을 본딴 논평자를 가리키는 표현)는 이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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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한모려(韓慕廬) 담(菼; 淡巴菰의 淡과 같은 음을 이름자로 이용했음)이 남연(南烟)과 국생(麴生; )으로 더불어 망형(忘形)의 벗을 삼았더니[형체가 서로 다르므로 忘形이란 말을 썼음] 어떤 사람이 묻기를, ‘두 사람을 겸하여 벗할 수 없다면 마땅히 어느 쪽을 버리겠소?’」하였더니, 한공이 속으로 깊이 생각하고 한참 있다가 말하기를, ‘둘 다 버릴 수 없겠지만 만약 부득이할 경우엔 국생을 버릴 수밖에 없겠소. 연(烟)에 이르러서는 죽을지언정 버릴 수가 없소(有死不可去).’ 라 하였다.…
【원문】남령전(南靈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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