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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의 슬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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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상
고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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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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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산 아래 커다란 바위가 하나 서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바위 속에는 세상에도 제일 귀하고 중한 금강석 이 한 개 박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위 속에 있는 이 금강석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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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바위는 어떻게 하든지 자기의 가슴속에 숨어 있는 이 금강석을 끄집어내어 세상 사람에게 유익하게 쓰게 하려고 애를 쓰다 못해서 하루는 자기의 몸을 쪼개려고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원래 단단한 몸이라 웬만한 힘을 가지고는 쪼갤 수가 없었습니다. 공연히 힘은 힘대로 들이고 봄은 쪼개지도 못하고 몸통의 한 모퉁이만 우수수 부서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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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의 한 모퉁이가 부서져서 그 아래서 살던 어린 나무 가지만 꺾어지고 개암과 벌레의 집만 헐렸습니다. 원래 이 바위는 몸이 우툴두툴 험하게 생긴데다가 공연히 한 모퉁이가 부서져서 나무와 개암들을 못살게 하였기 때문에 이제는 이주 마음이 고약한 바위라고 소문이 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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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 바위 아래에는 풀이나 나무도 나지 않고 새 들이나 나비들도 놀러오지 않게 되었으며 예쁜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것도 이 바위 위에는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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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돌아와서 다른 바위 아래에는 풀들이 파릇파릇 싹이 나고 그 옆에선 버들나무는 입이 돋기 시작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예쁜 새들이 와서 재미있게 노래를 부르지만 유독 이 바위에는 나무도 없고 풀도 없이 시커먼 얼굴에 햇볕을 쏘이면서 온종일 혼자 지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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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내 가슴속에는 너희들이 가지지 못한 금강석이 있는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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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바위는 혼자서 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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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보석을 너희들이 보아라. 내가 어떠한 분인 줄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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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바위는 있는 힘을 다해서 몸을 다시 쪼개려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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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바위는 겨우 조금 갈라져서 금이 지고 영영 쪼개지지 않았습니다. 바위는 홀로 긴 한숨을 쉬고는 아무 말 없이 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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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저 못된 바위 보아라. 또 갈라지려고 하는구나. 그 앞에 가지 마라.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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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저편 나무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꾀꼬리가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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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은 바위는 슬프고 쓸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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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 가슴속을 아는 이는 하나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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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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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루는 어디서인지 예쁜 꾀꼬리 한 마리가 황금날개를 펼치고 펄펄 날아와서 그 바위 위에 앉아서 가장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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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험상궂게도 생겼다고 그림자도 안 보던 꾀꼬리가 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거니와 다른 동무들이 떼 지어 앉아 부드러운 버드나무를 버리고 이곳에 홀로 온 것이 더욱 알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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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이 꾀꼬리도 얼마 있다가 저편 버드나무로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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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바위는 생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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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웬일인지 꾀꼬리는 날아갈 생각도 안 하고 정말 고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다른 여러 꾀꼬리들보다 맑고 아름다웠습니다. 굽이굽이 쳐서 저 푸른 하늘 구름 사이로 뚫고 올라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몸은 내려찍는 봄날 햇빛을 받아 황금빛이 찬란히 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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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에 바위는 거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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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시오. 어째서 당신은 저 동무들이 모여 있는 부드러운 버드나무로 가지 않고 이곳에 홀로 와서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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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꾀꼬리는 또렷또렷하고 별같이 반짝이는 눈으로 내려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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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 곳에 가지 못한답니다. 저기 모여 앉은 꾀꼬리들은 매화나라 골짜기에서 태어난 분들이오. 나는 저 바다 건너 남쪽에서 왔답니다. 그래서 같이 앉아 놀지 못해요. 그리고 또 나는 당신에게 와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아요. 아무리 다른 새들은 당신을 욕하고 미워해도 나는 당신이 좋아요. 당신은 쓸쓸하게 혼자 지내시지요? 나도 혼자 지내요. 이제부터는 내가 당신을 위해서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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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꾀꼬리는 다시 고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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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는 정말 기뻤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아무도 자기를 돌아보지 않고 아무도 자기를 알아주지 않고 욕하고 비웃는데 다만 아름다운 한 마리 꾀꼬리가 자기를 알아주고 자기를 위해서 노래를 불러줍니다. 바위는 어찌나 고맙던지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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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바위는 눈물을 거두고 자기의 기막힌 사정을 하소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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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시오 예쁜 꾀꼬리시여. 내 말을 들어주시오. 나의 가슴속에는 세상에도 귀중한 금강석이라는 보배가 있습니다. 언제든지 이 보석은 세상 사람을 위해서 유익하게 쓰일 것이지만 이것을 알아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알리려고 나의 몸을 쪼개려고 애썼지만 보시는 바와 같이 지금도 이렇게 금이 갈라졌을 뿐이오. 쪼개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새들과 벌레들은 험하고 무섭다고 욕하고 비웃을 뿐이었습니다. 아,어느 때나 나의 가슴속을 세상이 알아주려는지 쓸쓸하고 기막힐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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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은 예쁜 꾀꼬리는 두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고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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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래도 이제 당신의 마음을 알아줄 때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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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다시 바위를 위로하려는 듯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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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편 버드나무에서 노래를 부르는 다른 꾀꼬리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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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것 봐라. 그 고약한 바위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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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웃고 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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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꾀꼬리는 들은 척 만 척하고 노래만 부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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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났습니다. 하루는 마음 사나운 시골 사람들이 총을 가지고 꾀꼬리 사냥을 나왔습니다. 이곳저곳 다니다가 이곳에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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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큰일났다. 우리를 잡으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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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저편 버드나무에 있던 꾀꼬리 들이 푸르륵 날아갔습니다. 그렇게 친하고 기쁘게 놀던 버드나무라도 사냥꾼을 보고는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버드나무는 혼자서 쓸쓸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위 위에 홀로 노래를 부르는 꾀꼬리는 여전히 앉았습니다. 사냥꾼이 오거나 무엇이 오거나 그대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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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시오. 당신을 잡으러 오니 빨리 달아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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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바위는 소리쳤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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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나는 잠시라도 쓸쓸히 지낼 당신을 버리고 가기가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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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꾀꼬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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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신은 여기 있으면 반드시 죽을 터이니 제발 달아나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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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바위는 목 메인 소리로 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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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나는 죽어도 좋아요. 당선을 위해서 아무데도 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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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꾀꼬리는 조금도 두려움 없이 노래만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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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를 다 잃어버린 사냥꾼들은 휘휘 둘러보다가 이 바위를 보았습니다. 그 위에 이상하게도 예쁜 꾀꼬리 한 마리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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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저기 한 마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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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사냥꾼은 무참하게도 총을 들어 한 방 탕!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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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불쌍한 일입니다. 예쁜 꾀꼬리의 부드러운 가슴을 총알이 바로 뚫고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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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는 새빨간 피를 줄줄 흘리면서 날개를 퍼덕퍼덕 하다가 쓰러졌습니다. 쓰러져서는 바위의 갈라진 틈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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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는 자기의 가슴으로 예쁜 꾀꼬리를 안고 슬피 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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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꾼들이 다가왔습니다. 보니까 꾀꼬리 는 반쯤 갈라진 바위의 틈에 끼여 있었습니다. 어찌나 잔뜩 끼여 있는지 도저히 꺼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바위를 쪼개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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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쪼개지지 않았던 바위도 사냥꾼의 손으로 반을 갈랐습니다. 그러니까 그 속에서는 눈부시게 번쩍이는 금강석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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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것 봐라. 그 험하고 못난 바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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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들은 입을 딱! 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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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의 가슴속에 깊이깊이 파묻혀 있던 귀하고 중한 보석도 이제는 아름다운 꾀꼬리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세상에 유익하게 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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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골 사람들은 또 있나 보려고 바위를 깨트리고 깨트리고 해서 나중에는 험상한 바위도 영영 없어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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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사람이나 꾀꼬리나 벌레들이나 험하고 못났다고 그 바위를 비웃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비웃고 욕하던 것이 잘못인 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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