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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석 군의 『직업노동문예작품』을 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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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12.10
권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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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 군의 『직업노동문예작품』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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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서 문제 삼으려 하는 포석 군의 글은 이것이 일전에 중외보에 실린 것인데 너무도 산문적이요, 단편적인 만치 그 내용에 있어서도 제목보다는 아주 충실성을 잃은 혐이 없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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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대체의 요령만은 문예의 상품화를 고조로 한 글인가 싶다. 이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군의 말과 같이 ‘쓴다는 일’도 다른 상공업과 마찬가지의 즉, 생활 자료를 얻기 위한 직업이라는 의미 아래에서 문인도 곧 상인인 동시에 그 작품도 또한 상품이라 하였다. 그리고 결론으로는 그러나 자본주의가 발달되지 못한 조선에서는 아무리 상품을 만들어 놓아도 팔리지를 앉는다. 따라서 문단 상인들은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니만치 군 자신도 이 상업 수단을 써 가며 상품을 팔아서 살아가던 사람의 하나로 이제 와서는 지치고 지쳐서 쓸 용기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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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물론 계급예술을 부정하는 「부르」문사의 말 같으면 다시 문제도 삼을 것이 없거니와 적어도 계급문학을 주창하며 계급적 투쟁적 사실을 시인하는 포석 군의 입으로 예술의 상품화를 말한다는 것은 너무도 그 책임상 무성의한 말일 뿐 아니라 차라리 어떠한 의미로 보아서는 계급예술의 의의를 모르는 군이라고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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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은 가사사회운동자(假使社會運動者)가 그의 생활 자료를 얻기 위하여 직업적으로 운동을 한다면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것을 건전한 주의자로 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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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는 계급투쟁이라는 「프로그램」아래에서 운동자와 「프로」작가는 동맹자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다시 말하면 같은 조약 하에 입각한 자로 그 방향과 목표가 같은 것이다. 다만 여기에서 다른 것이 있다 하면 그것은 도전형식뿐이니 즉, 전자는 직접임에 반하여 후자는 간접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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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루나찰스키의 말과 같이 「프로」문학이라는 것은 무산군(無産群)의 대변문학인 동시에 선전문학이요 또 전투문학인 것이다. 표현 형식과 기교는 아무래도 좋은 것이다. 극단으로 ××을 고조하는 역(力)의 작품임에서 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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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군의 말과 같이 문인이 되기 전에 상품을 쓴다(이 구절은 누가 한 말인지 모르나 포석 군이 긍정하는 의미에서 썼기에 그대로 군의 말과 같이 취급 함)하면 즉, 바꾸어 말하면 생활수단으로 팔아먹기 위하여 쓴다 하면 다른 것은 그만두고라도 그 작품만이 가지는 생명이 본질상 온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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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즉 영리본위로 글을 쓰게 된다 하면 다른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벌(資本閥)을 상대로 하지 않으면 아니 될 것이다. 그렇다 하면서 저네들 즉, 자본벌에게 유익을 주는 한도 내에서 써야만 될 것도 또한 사실이니 여기서 벌써 군의 말에는 군의 근본주의와 모순이 생기게 되지 않는가? 너무 곱살스런 말 같다만 욕하며 물건 사달라면 강제로나 모르되 부처님 아닌 인간으로서는 누구나 다 아니 살 것은 군도 알 사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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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프로」문학을 말하며 안 팔리는 것을 탄한다는 것이 무슨 어리석은 말이랴? 군은 일본의 문단상인과(군의 독창적 술어를 편의상 그대로 인용함) 조선의 문단상인을 삼월오복점(三越吳服店)과 구멍가게에 비하여 말하였으나 소위 일본의 문단상인도 상인 나름이다. 「부르」작가를 망라하여 된 문예춘추 일파는 최하가 월수 천원을 산(算)하게 되며 동 주필인 국지관(菊池寬)쯤은 월 오천원 수입을 평균 계산으로 따진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프로」지 문예전선 동인 중에는 일간두옥(一間斗屋)을 소유하기는 고사하고 그날 그날의 「빵」거리가 없어서 허덕이며 「한뎅」을 어깨에다 걸치며 날품팔이 하는 사람이 몇인지 모른다. 이것이 결코 저네 문예춘추파에 비하여 문학상 역량이 부족한 탓이 아니다. 위에도 말한 바와 같이 전자는 자본벌에게 이(利)를 주는 까닭이요 후자는 해를 주는 까닭이니 이것은 아마 현대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 있어서는 전 세계를 통하여 마찬가지일 필연의 현상일 것이다. 다소의 차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자본주의 발달 여하에 의하여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계급적 각성 여하를 설명하는 사실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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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 와서는 세계적 문호의 이름을 듣는 투르게네프나 도스토예프스키 같은 사람은 일생을 더할 수 없는 빈곤에서 지내다가 죽을 때에도 거의 굶주려 죽다시피 하였다. 그 속에는 다른 원인도 있다고 하겠지마는 제일 큰 이유는 러시아 제정과 당시 특권계급에 대한 극단의 반역자였기 때문이다. 조국을 다 등지고 이태리로 망명한 고리끼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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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물론하고 그 시대 그 사회에 대하여 반기를 드는 자로서는 추호한 행복이라도 바랄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이것을 꿈속에라도 생각을 한다 하면 그것은 벌써 추락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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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등일부(加藤一夫)의 말과 같이 「프로」문사가 글을 팔아서 밥을 먹게 된다 하면 그때는 벌써 「부르」문인들이 봇짐을 싸고 돌아서는 때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문사가 회색 의(衣)를 입는 때다. 더 말할 것 없이 ×× 전후기의 사회상태 하에 있어서는 진정한 의미의 「프로」작가로서는 소위 예술가라는 독립적 칭호를 그대로 보존하려고 하는 것이 도시(都是) 오해인 것이다.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이용하든지 그저 투쟁 이것 하나만을 위하여 노력한다면 우리의 임무는 이에서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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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 군의 말한 바와 같이 쓰기 싫은 글을 억지로 쓴다면 즉, 직업적으로 먹고살기 위하여 다시 말하면 예술을 상품화하는데 의하여 과연 참된 예술이 산출될는지 나는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피와 열(熱)을 주사하지만 예술품에 어떠한 생명이 있으리라고 나는 믿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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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끝으로 이런 말을 하였다. 자기는 지금까지 쓰고 싶은 것을 써 본 적이 없으며 따라서 자신 있는 작품을 내 놓아보지 못하였다고 그러면서도 군은 먹고 살기 위하여 안 쓸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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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경만은 나도 동정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왕 툭 털어놓고 생활을 위하여 붓을 든다 할 것 같으면 이게고 저게고 다 치워 버리고서 누구의 작인지도 모른다만 무한애의 금상(金像)이나 처녀의 화환이라든지 사랑의 불꽃 같은 것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면 모르면 몰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아마 생활의 보장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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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게 나는 끝으로 한 말 충고하노니 문예의 상품화라는 말은 앞으로 두번 하지 말 것은 물론이거니와 쓰기 싫은 글도 억지로 쓰지 말기를 바란다. 그렇다고 창작을 위한 노력을 부정하는 말은 아니다. 쓰지 못할 자식을 백을 낳으면 무엇 할 것이냐? 단 한 자식을 낳더라도 쓸 것을 낳는 것이 옳은 도리가 아니냐? 일생에 한 번을 쓰더라도 쓰고 싶을 때 써서 자신있는 작품을 보여 달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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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리의 생활 자료는 다른 길에서 구하는 것이 떳떳한 노릇이다. 두루마기를 벗어 젖히고 공장이나 거리에 나서서 노동이라도 할 것이오 그것도 할 수 없다면 최후 수단으로 ×××이라도 하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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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라도 스스로 보들보들한 손을 만져보며 내가 과연 무엇을 후벼 파먹고 요만치라도 자라났나 생각을 할 때에는 우리가 노래 삼아 부르는 저 노동자들 보기가 참으로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른다. 우리는 우리의 작품이 팔려서 우리의 생활이 안정될 때까지는 손에다 보습과 괭이라도 들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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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으로 직업적 사회주의자를 매장하여야 하는 동시에 직업적 「프로」작가들 또한 매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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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부언해 두는 것은 작품을 낳아서 파는 것과 팔기 위하여 작품을 낳는 것과를 혼동해서는 아니 된다는 말이다.
【원문】포석 군의 『직업노동문예작품』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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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10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