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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회 미전 인상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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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6.2-7
김복진
1
제4회 미전 (*조선미전) 인상기
 
 
2
<라일락꽃花)> 이승만 씨 작
 
3
이 분의 작품은 소품이지만 온실(溫室)한 정취가 가득히 넘친다. 그러나 1, 2의 결점을 발견하게 된 것은 작자를 위해서 가엽게 여기는 바이다. 책(冊)의 중미(重味)가 부족한 것 (색조가 빈약하므로) 같은 것이다.
 
 
4
<정물> 백남순 씨 작
 
5
이 분의 작품은 초대면이다. 이 까닭으로 좀더 친절히 보여드렸으면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지마는 시간의 여유가 없어서 일별하여 버릴 수밖에 없었다. 막설하고 이 분은 여자이기 때문에 그런지 난 알 수 없다마는 몽롱하게 하여버리려고 한 점이 좋지 않다. 잘 그리려고 한 모양이나 잘 되지 못한 것은 잘 보지를 못한 것이란 말이다. 이렇기 때문에 몽롱하게 되었다는 것 이다. 물체와 물체의 관계를 평범하게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더 좀 추구하라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실재감이 희박하게 된 것이다 전체로 보아 통일은 되어 보인다.
 
 
6
<금어(金演)와 임금(林橋 *능금: 사과)> 김창섭 씨 작
 
7
이 분의 작품은 단 한 점밖에 출품하지 않았으므로 장황하게 쓰려고 하지않는다마는 대체로 작자는 좋지 못한 눈[안(眼)]을 가진 화가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 분의 작품은 어떤 것이든지 데생이 기어코 틀리고 만다. 눈이 좋지 못하다고 한 것은 이것 때문이다. 이번 출품한 <금어와 임금>에도 소묘가 대단히 틀리고 말았다. 아카데미적 색채로 감추려고 무한히 힘을 쓴 듯하다만 아무러한 효과를 얻지 못하게 된 것이다. 어항과 대접 거기다가 금붕어 이 모든 것을 부분부분이 그리기 때문에 이와 같이 데생이 틀리게 된 것이다. 책상의 후미(厚美)가 없게 된 것과 금어가 어항밖에 돌아다니게 될 것 같은 것은 미소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작자에게 충고하려고 하는 것은 자연을 친절하게 관조하라는 말이다. 소묘 같은 것은 문제가 아니라 하면 또한 문제될 것이 없겠지마는 내가 말하는 것은 형상[사형(寫形)] 의 정확만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임금과 대접의 관계라든지 어항과 책상의 연락 같은 것을 힘있게 잡아내라는 말이다.
 
 
8
<대묘(大廟)부근> 황영진 씨 작
 
9
이 분의 그림은 중학생의 도화와 다를 것이 없다고 하여 버리겠다. 동양화식의 세묘법 같은 것을 써 보려고 한 모양이다마는 이것도 아무러한 공과가 없게 되고 말았다. 대체로 수채화는 수채화의 영역이 따로 있다는 것만 말하여 두고 그만두겠다.
 
 
10
<풍경> 길진섭 씨 작
 
11
이번 작품은 협전 때 것보다도 퍽 떨어져 보인다. 색채의 생동이라는 것을 생각하여 주었으면 하는 주문이나 하여 보자. ‘돔’ 에 ○화(○化)가 적은 것도 이 까닭인지.
 
 
12
<여> 이제창 씨 작
13
‘현실에서 직접 받은 감홍이 없는 것은 아카데미적이라’ 는 말이 있다. 겉으로 흐르는 기품과 정제(整齊) 이것들에게 잔뜩 붙잡히게 되어서 그만 주객이 전도되어 버리고 말았다. 양쪽 팔뚝 또 복부(腹部), 이런 곳만 보더라도 작자가 되지도 않은 균형이라는 것만에 전력을 쓰게 된 것을 볼 것이다. 이 바람에 소묘까지도 진실미(眞實味)가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색조라든지 안부(顔部)같은 데에 신선미가 있는 것은 찬하(讚賀)한다.
 
 
14
<낭낭묘(娘娘廟)> 나혜석 씨 작
 
15
이 분의 작품은 이번 처음 보게 되었다. 여러 번 볼 기회도 없지 않았었지만 어쨌든 이번이 처음이다. 양으로든지 질로 보든지 조선 사람네의 출품한 중에서는 수일(秀逸)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지붕 같은 데는 참말로 고운 것 같다. 색채의 대비 같은 데에는 동감할 만하나 어쩐 일인지 감흥이 희박하여 보인다. 천공의 빛 같은 것은 너무 침탁(沈濁)해 보이고 지면은 ○기력(○氣力)이 없는 것 같다. 집과 집 사이에 있는 나무가 웃음거리가 되어버린 것도 기관(奇觀)이라 하겠다. 대체로 작자는 미의식보다는 야심이 앞을 서게 되는 모양이다. 그런 까닭에 완성 통일 이런 데로만 걸음을 빨리 한 것이다. 좀더 섬려미같은 것을 생각하여 주었으면 한다.
 
 
16
<석양의 송림> 신학희 씨 작
 
17
이분의 작품은 얼른 말하여 버리면 어떻게 우물쭈물 하다가 다 그린 줄 알고 출품한 것이 또 우물쭈물 입선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어째서 석양의 송림(松林)인지 알 수가 없다. 대상물의 피상(皮像)만 가지고 머리를 앓지 말아야 된다. 작자의 태도가 진실한 것은 고마운 일이다마는 앞으 로 어떻게 될는지는 작자 자신이나 내나 다 같이 모른다고 할 수 밖에 없다.
 
 
18
<판도(板道)> 홍계남 씨 작
 
19
이 분의 그림은 얼른 보면 제일 정확한 것 같이 보인다. 대개 초학자들의 그림은 이와 같다. 이런 까닭으로 길게 말하지 않겠지만 물체의 실재감을 묘파(描破)하여야만 된다는 것만 말하고자 한다. 물체와 물체와의 ‘콘트라스트’ 를 색채와 형태로써 선명 확실히 하여야만 표현되는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도안화되고 마는 위험한일이다. 용기가 있어야만 한다. ‘판도(*언덕 길)’ 란 회화라느니 보다 제도에 가깝다고 하여두자. 이유는 먼저 말하였으니까 쓰지 않겠다.
 
 
20
<정물> <미수(微睡)의 상> 강신호 씨 작
 
21
“내가 라파엘 또는 다른 사람의 좋은 그림을 보고 그 미에 정복된 뒤 다음에 난 바로 그 자연을 보면 나의 자연 인식은 당연히 라파엘과 얼마간 같을 것이다. 다소 모방을 면치 못할 것이란 말이다. 이것을 미(美) 이상(理想)의 수입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이 수입은 바로 소화되지 못한다. 가장 필연적으로 마음의 전회(轉廻)가 필요한 것이다. 이 필연성이라는 것이 내 마음 속으로 찾아다니다가 공명한다는 심리를 잡아내는 이다. 내 생활이 완전히 승복한 것이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순한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22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이 말하였다. 대단히 옳다고 생각한다. 이 분의 작품을 이와 같은 말로 더럽히고 싶지는 않다마는 2점 출품한 데 서로 너무나 거리가 있어 보이기 때문에 이와 같은 말을 빌려온 것이다. <정물>은 사랑해줄만 하지마는 간혹 소화되지 못한 곳이 보이는 것이 유감이다.<미수(微睡)의 상>은 정물에 비교할 작품이 아니다. 아무것 보이지 않는 범속된 작품이라 밖에 할 수 없다.
 
 
23
<정물> 장윤천 씨 작
 
24
이 분의 그림은 백남순 씨의 그림과 공통되는 점이 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마는 아직 백남순 씨 만큼 세련이 되지 못한 곳이 많다. 색채가 퍽 생소하여 보이는 것도 걱정은 되지마는 이보다도 내용적 가치로 훨씬 떨어지는 것이다. 긴 말은 쓰기 싫다. 어제 쓴 백남순 씨 작품평을 같이 보았으면 좋겠다.
 
 
25
<동소문의 여름(夏)> 장석표 씨 작
 
26
이 분의 작품에서는 대개 강렬한 터치와 무리한 색채의 대조에만 전력한 것을 볼 수가 있다. 물론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마는 터치로서만 가지고 입체감을 나타낸다면 대단히 망발인 까닭이다. 색채의 대조에도 필연성을 보여야만 하는 것이다. 이번 작품에도 이런 결점이 적지 않다. 앞으로는 이와 같은 무용한 농필(弄筆)은 약(略)하여 버렸으면 좋겠다. <동소문(東小門)의 여름>은 금춘 협전 때 보았었던 것이기 때문에 더구나 결점을 알아보기 쉬웠었다. 작자의 노력은 사주지만 결국 친절한 인식 위에 서지 않기 때문에 형태는 다만 그 관념밖에 주지 못하게 되어 버리었다.
 
 
27
<송전(松田)의 농야(農野)> 장세영 씨 작
 
28
귀여운 것을 귀엽다고 하여 버리고 그만 두었으면 좋겠지만 귀여운 것일수록 힘을 찾아내어야만 하는 성미가 있는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어 두어 곳 결점을 쓰는 것이다. 색채의 단조가 가장 먼저 눈에 띄고 전체로는 중미 (重味)가 없어 보이는 것이다.
 
 
29
<노인> 윤성호 씨 작
 
30
이번 전람회에서 단 한 점 밖에 진열되지 않은 가장 주목할 작품이다. 소묘를 입선시킨 데는 나 역시 찬성이다. 더구나 이 분의 데생은 양쪽에 걸린 간색(看色) 또는 춘색(春色) 있는 그림보다 훨씬 보는 사람에게 호감을 준다. 제일 안면의 외피와 골격 같은 것을 손쉽게 그려 버리었고 그 위에 표정이 야비한 데 떨어지지 아니한 것이다. 결점을 들면 의문(衣紋)의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다. 이 까닭으로 수족이 대단 거북하게 된 것이다. 전체로 보아 미완성품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좋은 그림을 많이 보여 주기를 바란다.
 
 
31
<습작> 신영균 씨 작
 
32
제목이 습작이니까 긴 말은 할 필요가 없다마는 이것이 그림이 되려면 길이 너무나 멀다는 것만 말한다.
 
 
33
<교외> 박상진 씨 작
 
34
이 분은 퍽 오래 전부터 화가로서의 그의 이름을 들어 왔었다. 그래서 많은 기대를 가졌었으나 이번 출품된 <교외>를 보고서는 예상 이상의 실망을 하였다. 이유는 평범 유치
 
 
35
<임금(*능금:사과))> 손일봉 씨 작
 
36
<임금(林檎)><풍경> 두 점이 다 수채화 중에서는 제일 보기 좋았다. 색조가 노련되어 있는 것이 좀 고마웠으나 잘못하다가 사도(邪道)로 들어가지나않을까 하는 기우도 없지 않다. 대정과오랑(大庭菓五郞) 씨 작 <정물> 을 한번 잘 보았으면 좋겠다. 반쯤 생각하다가 내어 놓느니보다는 한 가지라도 뚫어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조금 더 겸허한 태도를 잡는다면 대성하기 어렵지 않겠다는 예언 비슷한 말을 작자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37
<풍경> 김중현 씨 작
 
38
이 분의 작품도 박상진 씨의 <교외>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으나 다만 제재를 잘 골랐기 때문에 퍽 보기에 쉽다는 말이다.
 
 
39
<뒷골목> 유진하 씨 작
 
40
이 분의 그림은 도무지 어떤 것인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억력이 본래부터 좋지 못한 것은 자인하는 바이지만 보기는 꼭 보았는데 ‘증거로는 목록에 보았다는 암표(暗票)가 있는것’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을 보면 내 실수이나 작자도 얼마간 책임을 져야만 하겠다. 간단히 말하면 이러한 그림을 어째서 출품하였느냐는 말이다. (이상 서양화)
 
 
41
<머리카락(髮)> 전봉래 씨 작
 
42
이 분의 조각은 어떻게 보든지 너무 버터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확실히 작자의 것이 아니 되고 잠시 벌어온 것같이 보인다. 어떤 부분에는 꽤 재미있는 곳도 없지 않지만 전체를 보아서는 대단 파탄(破綻)이 많은 작품이라고한다. 조각의 강의야 할 필요도 없겠지마는 어떠한 일면만 파들어 간다면 이와 같은 중대한 결과를 이루는 것이다.
 
43
이 작품은 보는 사람에게 퍽 불안한 느낌을 많이 준다. 복부와 대퇴부와의 연락, 좌수와 수포(手布)와의 관계, 관절의 애매 결점만 찾을 것 같으면 얼마든지 있을 것 같다마는 이만하여 두고 작자에게 충고할 것은 조각은 회화와 다른 것이니 다시 생각하여 달라는 말이다. 무지한 구상, 인식 위에 기하학적 입체적 정확이 결여, 이래서 결국 안정이 없는 조각과는 연(緣)이 먼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분의 작품의 결점은 그만 들겠다. 결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44
<나체습작><삼년전> 김복진 작
 
45
이왕 조각 이야기가 나왔으니 내것도 마저 써 보기로 한다.
 
46
<나체습작> 되지도 못한 것 때문에 유명하게 되었다. 참말로 창피 막심하다. 제일 나로서는 작품 파손 문제를 문제삼지 않으려고 한 것은 고의든지 실수든지 간에 자신이 없는 작품 때문에 가뜩이나 소란한 세상을 더 괴롭게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47
작자로서의 아량도 아니고 겸손도 아무것도 아니다. 떠들면 떠들수록 창피적 결과를 이루어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나 되지 않을까 하는 근심도 있고 또 이까짓 문제보다는 어떻게 하였으면 나의 습작욕을 무한히 일으킬만한 청명한 화실 하나를 구득할 수 없을까 하는 게다. 이 문제가 요동안 내 머리속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까닭에 좀 색다른 문제는 문제될 여지가 없다. 그러면 <나체습작>의 결점이나 열거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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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의(作意) 같은 것은 말하지 않는 게 좋을 듯하여 그만두어 버리지만 필세에 못 이기어 이따금 대가리를 내밀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기하학적 구성 이것만 주의하기 때문에 실패하게 되었다고 말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같다. 나로서는 이것이 첫 실험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어깨덜미 와 손의 노력이 합일되지 못한 데서 생긴 기형아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메스토루빗(*마스터피스)’이 아니지마는 향토성이라는 것을 무리하게도 짜내려 다가 거듭 실패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말할 것은 습작이라고 제목에도 써놓았지마는 원형(原型)셈치고 만든 것이라 도처에 결점이 많 다. 대퇴부의 설명이 부족한 것과 좌수의 힘이 빠져 보이는 것 같은 것이며 전체로는 하다가 버린 것 같이 보이는 것이다.
 
49
<삼년전>은 3년 전에 만들어 놓았기 때문으로 치기가 분분하고 좌측면의 기분이 우측면과의 상위가 대단하게 보이는 것이며 두부(頭部)가 가장 눈에 띄도록 약해버린 것이 또한 가장 큰 결점이 될 것이다. (이상조각)
 
 
50
<토(土)의 훈(薰)> 이용우 씨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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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이 분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 바로 말하여 버리면 허수아비 같이 발바닥을 땅에다 붙여 보지 못한 것 같다는 말이다. 금춘 협전 때 이 분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적에는 대단 호감을 받았었으나 금번 출품한 <토의훈>은 아무렇게든지 잘 보아주었으면 하는 생각을 먹고 보더라도 딱 대하면 그만 싫증이 나버리게 된다. 물론 새로운 것을 찾으려고 허벌덕 거리는 것은 극구 칭찬하지마는 이렇다는 기초적 준비가 없이 새로운 채색만을 괴롭게 진열한다든지 복제 비슷한 난해한 그림을 그리려는 것은 도저히 찬성할 수 없는 것이다. <토의 훈>만 들어 보더라도 혼돈된 색조와 좀 유치한 구도, 여기다가 구투인 동양화적 화풍 이것들이 무리(無理), 정사(情死)한 것 같이 보이고 그나마 아주 열정이 없이 그린 것 같다. 도나 개나 막 한다는 격으로 조금 뻗었다가 놓친 것 같다. 이 길이 화가로서의 가장 위험한 길이다. 앞으로는 자기 반성을 하였으면 한다. 그리고 손으로 그리지 말고 머리로 그리라고 충고한다. 세부의 결점은 쓰지 않는다.
 
 
52
<일완(日題)> 노수현 씨 작
 
53
‘칭찬 아닌 평문는 쓰지 않는게 좋다’ 고 일본 어떤 문인은 말하였다마는 나는 뒤바꾸어 욕이 아닌 비평을 쓸 까닭이 없다고 한다. 칭찬 하려면 쓸 것도 없이 입만 딱 닫는 것이 제일 날 것이 아니냐. 그만두고 이 분의 작품은 각색 인종 비교에 힘을 들인 것 같다. 조선 여자에 조선 옷 입은 서양 아해(골격 혈색 안면) 을 그려 놓았으니 양선(洋鮮 *서양과 조선) 융화를 주창함인지 이 다음부터는 이런 것은 그리지 않았으면 한다 그보다는 해부학 책 페이지라도 뒤적거리는 것이 훨씬 공부가 될 듯싶다. 어떤 의미에 있어 ‘포스터’ 로는 성공하였다고 할 수 있다. 목간(木幹) 나무짐 여자의 하반부 원경 이런 곳에 결점이 뭉치어 있는 것만 발견하였다. 이분에게는 이만 하겠다.
 
 
54
<궤어(궤魚*쏘개)> 김은호 씨 작
 
55
이 분의 작품은 괴상한 재미에 잔뜩 붙잡힌 것 같다. 대체로 물빛 파문 같은 것을 어느 때든지 똑같게 그리게 되니 참말로 알 수 없다. 협전에 출품한 금어도 이 모양이었다. 심지어 수중암까지도 그와 같은 것 같다. 물론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마는 이적 안하면 싫증도 날 때인데 하는 생각이 없지 않다. 무엇이든지 추측하여 판단을 내린다면 그릇되는 일이 많은 것이다. 더구나 회화에 있어서야 말할 것도 없는 것이다. 궤어가 모두 입을 벌리고 있다. 한참 들여다보면 ‘우허’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림 속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바로 등뒤서 난다. 자세하게는 모르지마는 구경꾼들의 입 속에서 나오는 것 같다.
 
 
56
<매(梅)와 구(鳩)> 이영일 씨 작
 
57
대단히 고운 작품이다. 누가 보든지 귀여워할 만하다. 그렇지마는 내 생각 같아서는 이상범 씨의 소슬(蕭瑟)보다 떨어지는 것 같다. 이유는 다 같은 레벨에 있는 작품이나 조선의 마음이 적게 나타난 것과 순화(純化)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58
<불상> 최우석 씨 작
 
59
‘시대가 생산한 현상을 보라!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이 없고-원수의 생명을 붙여가는 가련한 고아를 보라’ 와 사람 성(性)가운데 잠재한 사회성의 발로를 보라! 착하도다. 어린이의 지갑 속에 있는 돈을 모두 털어 기한에 헤매이는 어린 동무에게 동정해 큼직한 양복주머니에서는 나와 조지 못-눈보라질하는 저녁 종로 네거리에서 이 글은 협회 전람회에 <기한(飢寒)에 동정(同情)> 이라는 우작(愚作)을 출품하고 작자 자신이 그 그림의 해설이라고 어떤 잡지에 써낸 것이다. 참말로 쥐코구녁 같은 말도 많다 대체로 이 작자와 같은 사람의 동정은 처음부터 사절한다. 이렇게도 착상이 유치할 수가 있느냔 말이다. 이만큼 철저하게 되면 손발(手足) 문제가 아니라 대뇌가 부족하지 않은가 의심하게 된다. 화가로서 이와 같은 불순한 동기를 가지고 집필한다면 그야말로 복사나무 맛을 보아야만 한다. 또 그림이나 그림 같은 것을 가지고 말해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60
이번 출품한 <불상>의 해설은 내가 대신 쓰기로 하자.
 
61
모든 선남선녀여. 천고 불후(千古不朽)의 열작(劣作) <불상>이 미전 회장의 일우를 더럽히고 있는 것을 보았느냐. 무명(無名) 무자비(無慈悲)한 불체(佛體) 구도의 불비(不非), 작의(作意)의 몽롱 애매 어디로 보든지 금년도의 대표적 졸작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한말(韓末) 당시 경영한 불상을 모아 놓고 천리(賤利)탐욕에 눈알 붉던 승려배와 동격 화가라는 것만 광고 한 그림이다. ‘나무아미타불 금은 산적(山積)을 복원(伏願) 복원(伏願)’ 화면 전체의 하반부는 잘라 없애면 좀 낫게 보일 듯하다.
 
 
62
<청조(晴眺)> 김권수 씨 작
 
63
<청조> 색채 및 형식의 세속화 전람회 회장과 야시(夜市)를 구별하지 못한 듯하다. 이런 그림의 결점 같은 것을 쓰고 있도록 평자는 백치가 아니라 는것만 말한다.
 
 
64
<추산모연(秋山暮煙)> 변관식 씨 작
 
65
이 분의 작품은 썩 대담한 맛이 있다. 그러나 우편 상부의 산줄기와 좌측의 산줄기에 치○(稚○)한 맛이 있는 것이 결점이 될 것이다. 앞으로 한 껍질만 더 벗어버리면 훌륭해질 것 같다. 수목과 가옥의 위치와 필치에는 동감하여 준다.
 
 
66
<호산청하(湖山淸夏)> 허백련 씨 작
 
67
비행기 위에서 내려보고 그린 것이 아닌가 한다. 대체로 이런 그림은 현대인과는 아무러한 인연이 없는 것이다. 이 그림을 보느니보다는 집에 가서 내외 싸움이라도 하는 것이 도리어 속이 시원할 것 같다.
 
 
68
<앵율(罌栗)> 이효별 씨 작
 
69
사생과 이상이 통일이 되지 못한 한(恨)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미(情 味)가 없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쁘게 말해 버리면 속임수가 많다. 화면의 하반부를 보면 알 것이다. 이 속임수에 도리어 작자 자신이 속아 넘어간 것이 실소거리다. <금강전경>은 완성된 작품이나 여운이 희박하다. 상(想)보다는 붓끝이 앞섰다. 기교는 수련되어 있는 작자로서 새로 한 번 사고한다면 그야말로 ○○○일 것이다.
 
 
70
<소슬(蕭瑟)> 이상범 씨 작
 
71
가장 친하기 좋은 작품이다. 냉철한 정조가 잘 나왔다. 혼돈을 벗어나 있는 아무러한 야심을 가지지 않은 고운 그림이라고 하겠다. 간혹 망설거린 곳이 있다. 자기가 믿고 있는 대로 나가면 고만이 아니냐. 천공(天空) 초목 전답은 각기 그 의의를 가지고 있다마는 좌측 산록의 일부가 부드러웁지 못한 것과 잡목림이 일직선 상에 있는 것이 눈에 거친다.
 
 
72
<하원(夏園)> 김경원 씨 작
 
73
조금 더 색채에 주의하였으면 한다. 올 봄 것보다 썩 나아졌으나 아직도 범채(凡彩)가 많이 섞이어 있다. 고양이도 포도나무와 같은 마음으로 그렸 (더라면 도리어 재미있지 않았을까 한다. 지금 같아서는 서로 분리 반목해 있는 것 같다.
 
 
74
<함관(函關)의 추색(秋色)> 김용수 씨 작
 
75
이 그림에서는 하반부는 뜯어 내었으면 조금 맛있는 것이 될 듯하다. 함관 누문(樓門)이 이와 같이 약하디 약한 것이면 진시황의 얼굴이 보고 싶게 된다.
 
 
76
<삼산(杉山)> 설경 지성채 씨 작
 
77
이것도 그림인가 ! 아니 노둔(魯鈍)한 평자는 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상 동양화)
 
 
78
『조선일보』, 1925.6.2-7
【원문】제4회 미전 인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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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 정보
◈ 기본
  # 제4회 미전 인상기 [제목]
 
  김복진(金復鎭)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25년 [발표]
 
  평론(評論) [분류]
 
  # 미술평론 [분류]
 
◈ 참조
 
▣ 참조 정보 (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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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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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 : 2023년 10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