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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5.20~21
김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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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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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회고와 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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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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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개인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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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벗 안석주 형과 어깨를 같이 하여 걸으면서 그림을 말하고 조각을 말하고 그러다가 탈선을 하여서 연극으로 음악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총독부 미술전람회를 구경하러 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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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밤 무인도에서 돌아온 ‘로빈슨 크루소’ 의 동자(瞳子)에는 모든 것이 기이하고 의아하고 그리고 반갑게 보일 것이다. 나 또한 ‘로빈슨 크루소’ 와 거진 같은 바 있음으로 눈에 띄는 것이 대체로 신기하였다. 붓을 확 풀어서 수채화적으로 서술한다면 근대인의 취미 감정 또는 상식의 형상화라고 할 바 미술품을 근 10년 무인도의 살림살이를 하던 인간이 그리 똑똑히 알아질 바 없는 것이나 눈에 비친 대로 기억에 남은 대로를 친구에 끌리고 편집 시간에 맞추어 두어 자 적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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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동양화) 74점 중 조선 사람 작품 가운데 가장 기억에 선명히 남는 것은 동양화 정찬영 씨의 <소녀>이나 만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심사 추천하는 자격을 허여한다면 <야시(夜市)>를 그중 걸작으로 나는 채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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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영 씨의 작품은 근대적 동양화(이런 용어를 구태여 쓸 바 아니나 우선 써두고 어의 해석은 추후로 말하기로 한다)의 약속을 지키고 동심을 붙잡아 무괴(無塊)히 표현하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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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씨의<무(霧)>는 십 년 전 옛날의 작품을 대한 듯 나로서는 반가웠다마는 옛날부터 작자를 알고 옛날부터 작품을 보아 온 나로서는 그 동안 새로운 진경(進境)이 백방(百方)으로 한편 적요감(寂寥感)을 갖게 되었다. 심전 관재를 거쳐 새로운 동양화에 이르기까지에 그 중간 계제(階梯)로 반드시 이상범 씨의 업적이 필연한 바이나 그렇다고 하여 연년히 작품마다 유일의 경지를 엄수하는 것은 수긍키 어려운 바 있지 않을까 하나니 자기 체계를 건설하는 것만이 작가의 일이 아니라 기(旣) 자성(自成)된 자기 체계 를 부수고 새로운 탐구를 하는 것이 정열을 가진 건강한 작가의 할 바 일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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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있고 산에는 반드시 구름이 끼이고 가는 길이 놓이고 새로 갈아 놓은 밭(전답)이 있고 하늘에는 몇 마리 새가 날아가는 풍경에 이미 서로 권 태를 느꼈을 것이다. 씨의 과거의 업적을 알고 역량을 믿는 나로서는 불원간 씨로 하여금 새로운 세계로 출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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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씨 <점우청소(霑雨淸疎)>를 보고 씨와 같이 동연사(同硯社) 화방(畵房)에서 필담을 같이 하던 옛날이 회상된다. 청명한 색조는 여운이 넘치어 있고 화담(話談)한 필촉은 생기 유동하나 박력 부족의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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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일 씨 <양견(洋犬) 센터> 내가 상식적으로 아는 범위에서는 결코 동물의 체형이 이렇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동물의 표정 연구에 있서도 아직의 나로서는 불복하는 곳이 있다. 화면 구성에도 용의(用意)의 결제(缺除)로 하여 앞에 있는 소견(小犬)의 양감이 없는 것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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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석 씨 <동명(東明)>, 김기창 씨 <엽귀(饁歸)>등은 인물화로서 가작이겠고, 정용희 씨 <신록> <귀초(歸樵)>등은 이상범 씨의 화풍에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나 창의를 갖지 않은 작가는 화석화할 염려가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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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문 씨 <분노>는 속력을 표현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인체 장기 편편이 공중에 떠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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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구 씨 <외출> 등등은 문외한인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가장 어려웠으나 동양화라고 하기보다는 포스터라고 하여 특별 진열하는 편이 옳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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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부 조각 및 공예품 중 내 눈에 고운 자극을 준 것은 거의 하나도 없었다. 대체로 향토색 조선 정조라 하는 것은 그렇게 표현될 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그러냐 하면 조선 특유의 정취는 하루 이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며 손쉽게 모방되어지는 것도 아니다. 조선의 환경에 그대로 물젓고 그 속에서 생장하지 않고서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조선 사람만이 조선의 진실을 붙잡는다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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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출품한 것 중에 과연 조선의 일면을 표현한 것이 있는가. 공예품 중에서는 나는 이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을 섭섭히 안다. 조선이라는 개념에 붙잡히어 여기에 맞추어 보려고 고분 벽화의 일부를 전재하기도 하고 고기물(古器物)의 형태를 붙잡아 보아도 이미 이곳에는 조선과 작별한 형해만 남는 것이다. 조선 사람들의 작품은 해외화하여 버리고 그 나머지는 그냥 그대로이니 이곳에 무엇이 있을까. 이곳에 무엇이 표현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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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에는 문석오씨 <머리(首[수)]> 한 점만이 조각으로서 그 요소를 구비하였다고 보았다. 그러나 그만한 것으로는 그 역량의 전면을 이해하기 어렵고 내년을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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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경 씨 <수난>은 실례에 가까운 말이나 초학자의 습작 같았다. 문학적인 명제로 하여 감상에 도리어 혼란을 주지나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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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씨 <흉상습작>,이병삼씨 <초적(草摘)> 이 두 분의 작품을 나로서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다. 조각은 결코 이런 이치가 없을 터이라고 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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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서양화는 단연 조선 사람의 작품이 빛난다. 그 중에서도 이인성 씨의 작품은 무조건하고 예찬한다. 벌써 풍격이 구비되어 있고 활기가 횡일하여 가장 유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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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열 씨 <사보텐> <철도 근방>은 대담한 필촉에 오래 감추었던 생명이 끌어나온 것 같다. 바라건대 색채에 억양을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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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조 씨 <화본(畵本)을 보는 소녀> 등등 제(諸) 작품에 역시 특선이 된 것이 가장 반가웠다. 착실히 한걸음 한걸음 추상(秋象)을 해석하고 그것을 예술화한 작가의 경건한 태도와 마음에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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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태 씨 <청장(靑裝)> <모델>은 재기가 있는 씨를 대면한 것 같다. 여기서 처음으로 씨의 세련된 색채를 통하여 20세기의 문명을 본 듯하나 나체화는 잠깐 별 문제로 하고 <청장>에 있어서도 인체 모사에 거북한 점이 있지 않은가 한다. 예를 든다면‘다리’같은 곳에 설명이 애매한 것이다. <모델>은 씨의 작품으로 성공한 것이 아닐 것이다. 르누아르가 18세기의 불란서 여성을 가장 잘 표현하였다 하니 씨는 근대의 여성미를 또한 훌륭하게 재현하여 주기를 바란다. 망언다사(妄言多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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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935.5.20~21
【원문】미전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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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복진(金復鎭) [저자]
 
  조선 일보(朝鮮日報) [출처]
 
  1935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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