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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선 이야기 - 송도(松都)가 망할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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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 3. 11
이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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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松都[송도]가 망할 때
2
(1937. 3. 11)
 
 
3
松都[송도]에 각가운 江[강]에까지 어느 소곰장수가 소곰 한 배를 잔득 실어 가지고 왼終日[종일] 날이 거의 저물 때 삿대질을 하여 적잔이 疲勞[피로]했음으로 배를 각기 실기에 불이고 언덕에 막 올너스느라니, 난데없이 키가 九丈[9장]이요 커 ― 드란 패랑이를 쓴 外觀[외관]으로도 무시〃〃하게 생긴 한 사나히가 내달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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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배 소곰 배지요. 나 소곰 좀 먹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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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배 있는 곳을 向[향]한다. 소곰장수는 生覺[생각]에 제가 아모리 크대야 맨입에 그 짠 소곰을 먹으면 얼마나 먹으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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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이라도 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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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히 許諾[허락]하고, 거긔서 머지 않은 酒幕[주막]으로 한 잔 하러 갔다. 좀 시장하던 판이라 술 석 잔을 댄번에 뻘덕〃〃 들여마시고 넉 잔 재 마시려 할 때 먼저 그 패랑이 쓴 녀석이 아모리 하여도 마음에 걸여 술잔을 그대로 놓고 제 배 부린 곳에 다름질처 돌어가 봤다. 그러나 놀나지마라! 한 배 잔득 실헜든 소곰이 한 알도 안 남고 다 없어저 버렸다. 그 패랑이 쓴 녀석은 입맛을 쩍〃 다시며 입을 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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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하느라고 그리 오래 걸이셨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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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그대로 가 버리려 하였다. 소곰장수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그러나 그보다도 爲先[위선][급]한 問題[문제]는 제 장사의 미천이 통재로 다러났으니 제 몸, 그리고 집에서 기달이는 妻子[처자]들의 먹고 살 方策[방책]이 없다. 그렇다고 그 무시 〃〃하게 색긴 녀석한테 소곰 값 달나기도 못할 形便[형편]이다. 소곰장수는 그만 냇다 울음을 텃처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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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랑이 쓴 녀석이 갈라다가 슬적 돌어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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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소곰장수! 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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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곰장수는 울며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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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곰을 잡수기 때에 많이 잡수어야 한 오콤밖에 못 잡술 줄 알고서 암만이라도 잡수 하고 술 석 잔을 먹고 와 보니 소곰 한 배가 간 데 없고 빈 배만 남었으니 이 일을 어떻게 합니가? 장사하여 가지고 돌어 올 때를 기달이는 제 집에 돈 한 푼 없이 어떻게 돌어갑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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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럿소. 그라면 진작 그리 말슴을 하시지요. 소곰 값은 念慮[염려] 맙시오. 松都[송도][정]정승을 아시지요. 그 宅[댁]에 가서 키가 九丈[9장]이요, 파랭이 쓴 녀석이 소곰 한 배를 다 먹고, 값은 松都[송도][정]정승 宅[댁]에 가서 받으라더라고 말슴만 하시오. 그라면 소곰 값은 꼭 얻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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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랭이 쓴 녀석은 이 말 마듸를 남기고 南[남]쪽을 向[향]하여 그대로 휘적〃〃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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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곰장수는 그 놈의 말을 믿든 않었으나 그래도 하 ― 기 막히고 異相[이상]한 일이라 되나 안되나 한 번 부대나 보겠다고 松都[송도][정] 정승 집을 찾어 들어갔다. 그 날 배 불일 때부터 이야기를 細細[세세]히 하고, 소곰 값을 달나 請[청]하였다. 鄭[정]정승은 귀를 기우려 한마듸 〃〃〃를 듣고 있든이 이야기가 끝나자, 휘 ― 하고 긴 ―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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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곰 값이야 디리오리다. 그러나 큰일은 낫고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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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정승은 下人[하인]을 불너 소곰 값을 주게 하곤 그만 얼골에 피色[색]이 없이, 눈에니 눈물이 뚝〃〃 떨어진다. 소곰장수가 하도 이상하여 그 연유를 물으니, 鄭[정]정승의 對答[대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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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파랭이 쓴 者[자]가 이 우리 松都[송도]의 지킴이 分明[분명]하오. 그 지킴이 松都[송도]를 떠나, 소곰 한 배 다 먹고 南[남]쪽으로 갔다니, 必然[필연] 漢陽[한양]으로 간 것이겠오. 아 ― 松都[송도]는 인제부터는 더 維持[유지]하여 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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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있은 뒤에 얼마 하지 않어 京城[경성](漢陽[한양])으로 漢江[한강]이 텆어서 漢楊[한양]이 도읍이 되고 開成[개성]은 亡[망]하였다.
【원문】이명선 이야기 - 송도(松都)가 망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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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선(李明善) [저자]
 
  1937년 [발표]
 
  야담(野談)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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