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서예의 대가
김정희가 그린 대표적인 문인화. 국보 제180호이다. 세로 23㎝, 가로는 69.2㎝ 정도 크기의 종이에 수묵으로 그린 것이다.
김정희는 서예의 대가로 추사체라는 뛰어난 서체를 완성하였고, 고증학은 물론 금석학 등에도 밝았으며, 시문과 묵화에도 남달리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작품에 추사라는 이름말고도 완당, 그리고 예당 등 여러 가지의 호를 낙관하였다.
『완당 세한도』는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1844년에 그린 작품으로, 당시 청나라에 가 있던 통역관
이상적에게 그려 준 것이다.
이 그림에는 귀양살이를 하고 있는 자신에게 스승과 제자 사이에 지켜야 할 의리를 잊지 않고 두 번씩이나 베이징에서 귀한 책을 구해다 준 이상적의 귀한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송백)의 지조에 비유하여 그렸다는 글이 덧붙여져 있다.
세한도는 빳빳한 털로 만든 갈필의 까슬까슬한 붓끝으로 속되지 않고 아취가 있는 선을 구사하여 고목이 풍기는 스산한 운치가 세한의 분위기와 함께 깨끗한 정조를 느끼게 한다. 또한, 이 그림은 시정적인 운치뿐만 아니라 붓이 그려 내는 선(필선)과 먹 빛깔의 변화에서 오는 농축된 문기(文氣)가 작품의 격을 한층 더 높여 주고 있다.
'세한도'라는 그림 제목과 '우선시상완당' 등의 글씨의 크기와 방향, 그리고 정희와 완당이라는 도인(圖印)이 섬세한 조화를 이루어 배치된 뛰어난 작품이다. 이처럼 절제된 요소들은 문인화의 특징의 하나로,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기교주의에 반발하여, 의도적으로 이런 수법을 쓴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