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작곡가 G. 베르디 의 4막짜리 오페라. 실러의 희곡을 보고 J. 메리와 C. 뒤 로클이 5막 8장으로 쓴 대본을 바탕으로 베르디가 1866년 작곡을 하였다. 이 곡은 1867년 3월 11일 파리의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초판은 음악은 우수했지만 너무 길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그 후 베르디는 A. 기슬란초니의 대본을 보고 4막짜리로 개작하여 1884년 밀라노에서 초연하였다. 현재 널리 공연되고 있는 작품은 이 개정판이다.

돈 카를로스는 실재 인물로 펠리페 2세의 아들로서 신분제 의회에 의해 왕위 계승자가 되었지만 어릴 때부터 허약한 데다 정신 착란 기질이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의 병은 더욱 깊어져 그는 아버지를 암살하고 에스파냐를 탈출하려다 잡혀 옥중에서 죽는다. 이러한 비극적인 왕자의 일생을 소재로 하여 실러가 한 편의 희곡으로 완성한 것이다.

실러는 처음에는 왕과 왕자를 중심으로 한 가정사에 초점 을 맞춰 희곡을 썼으나 점차 정치적인 색깔을 띠게 된다. 마침내 인도주의적 이상 사회를 실현하려던 두 젊은이가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패배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비극 으로 끝맺는다.

이러한 희곡의 내용을 기초로 하여 만든 이 오페라 역시 비극으로, 16세기 중엽에 에스파냐 왕가의 필리포(펠리페) 2세와 왕비 엘리자베스(이사벨), 그리고 왕자 돈 카를로스 사이에서 일어난 삼각 관계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필리포 2세의 아들 돈 카를로스는 프랑스 왕 앙리 2세의 딸 엘리자베스를 사랑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는 돈 카를로스의 아버지와 정략 결혼을 하여 그의 계모가 되고, 그 사실을 알고 슬픔에 빠진 돈 카를로스는 수도원으로 들어간다. 이 때 플랑드르에서 돌아온 친구 로드리고는 왕자에게 학대받고 있는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플랑드르로 갈 것을 권한다. 왕자는 친구의 권유에 따라 플랑드르로 떠날 결심을 하고, 왕비를 통해 왕의 허락을 얻기 위해 왕비를 만난다. 그녀를 만난 왕자는 자신의 사랑이 아직도 식지 않았음을 깨닫는 한편, 왕자를 사모하는 에보리 공주는 이것을 목격하고 질투를 한다. 이 때 플랑드르에 소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왕자는 자신이 직접 그 곳에 가서 소란을 진정시키겠다고 나서지만, 국왕은 오히려 왕자를 옥에 가둔다. 게다가 왕비가 부정 을 저질렀다고 믿고 있는 왕에게 에보리 공주는 질투에 사로잡혀 왕비를 모략하여 왕의 분노를 부채질한다. 한편, 옥에 갇힌 왕자를 찾아간 로드리고는 암살을 당하고, 왕자는 국외로 떠날 것을 각오하고 왕비에게 작별을 고하러 갔다가, 또 왕에게 들키고 만다. 그러나 왕자는 선왕인 카를로스 5세의 차림을 한 사제의 도움으로 구출되고 막이 내린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허무한 세상(Tu che la vanita)》 등은 가수들이 자주 부르는 아름다운 노래로 손꼽힌다. 우리 나라에서도 1977년 7월 홍연택의 지휘로 국립 오페라단에 의해 부산에서 초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