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9월 2일 강우규가 조선 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를 암살하려다 실패한 사건. 사이토 총독 저격 사건〔齋藤總督狙擊事件〕이라고도 한다.

1910년 강제로 조선의 국권을 빼앗은 일본은 그 이후 무력을 사용하여 조선 백성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무단 정치'를 펴나갔다. 그러나 1919년에 대대적인 항일 시위인 3·1 운동이 일어나자 백성을 무력으로 탄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무력 정치에 반발하는 민중의 저항 의지를 약화시키기 위하여 통치 형태를 '문화 정치'로 전환하였다.

그래서 문화 정치의 구체적인 정책으로, 한편으로는 총독 무관제와 헌병 경찰제를 폐지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하여금 칼을 차도록 했던 규정도 폐지하는 등 무력 정치의 냄새를 없애고, 또 한편으로는 한글 신문도 발간할 수 있도록 하고 집회를 갖는 것도 부분적으로나마 허용하는 등의 문화적인 정책을 시행하기로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형식적인 것으로서 실제로는 더욱 교묘한 방법으로 탄압하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았다. 어쨋든 일본은 이러한 정치가 역사적으로 식민지에서는 행해진 적이 없는 좋은 정치라고 국내외에 떠들면서 이러한 정치를 추진하기 위하여 기존의 하세가와 요시미치〔長谷川好道〕 총독을 파면하고 해군 무관 출신의 사이토 마코토를 새로운 조선 총독으로 임명하였다.

그 당시 강우규는 60세를 넘은 노인으로 블라디보스토크 에서 노인층의 우국 지사들이 모여서 만든 노인 동맹인 '신한촌 노인단'에 가담하여 활동하고 있었는데, 조선에 새로운 총독이 부임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암살하기로 결심하였다. 그래서 그 해 8월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연락선을 타고 원산에 도착한 다음 다시 몰래 서울로 들어왔다. 그는 서울 안국동에 있는 이도제의 집에 숨어서 거처하면서 은밀하게 암살을 준비하고 부임날이 정해지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부임 날짜가 9월 2일로 정해지고 사이토가 서울역으로 도착한다는 사실도 알아내자 강우규는 그 이전에 서울역 근처를 답사하여 주변 지형을 파악하는 등 더욱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마침내 9월 2일이 되자 그는 새로 부임하는 총리를 환영하기 위하여 나온 총독부 관리들과 이 광경을 취재하려는 국내외 기자들로 몹시 북적대는 서울역에 미리 나가서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5시쯤 되어 총독 일행이 타고 있는 열차가 서울역으로 들어왔고 총리 부처는 열차에서 내려 귀빈실로 인도되어 환영을 받은 다음에 대기하고 있던 쌍두마차에 올랐다. 기회를 엿보고 있던 강우규는 바로 이 순간에 총리 부처를 향하여 준비하고 있던 폭탄을 던졌는데, 안타깝게도 폭탄은 총리에게까지 미치지 못한고 도중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그래서 총리는 입고 있던 의복에만 폭탄의 파편이 스쳐서 조금 불에 그을렸을 뿐 신체적인 부상은 입지 않았고 대신 일본 기자 2명이 그 자리에서 죽고 총리와 동행했던 경기도 경시 스에히로와 육군 소장 무라타, 경무 총감 미즈노 렌타로, 미국 뉴욕 시장의 딸인 해리슨 부인 등 환영객 약 30명이 부상하였다.

거사가 실패로 끝나자 강우규는 훗날 다시 거사하기로 하고 몸을 피하여 임재화의 집에 숨어 지내었다. 그러나 9월 17일 그는 마침내 그 집에서 순사 김태석에 의하여 체포되었고, 또 같은 혐의로 최자남·허형·오태영·박정찬 등 10여 명도 체포되어 투옥되었다.

그 후, 강우규는 1920년 4월 25일 사형을 선고받고 서대문 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사형되었다. 한편, 장익규·한인곤 등도 수감 중에 심한 고문을 받아 감옥에서 죽고 말았다.

사이토 저격 의거의 역사적 의의는 조선 독립 운동사에 전환을 가져왔다는 데 있다. 전에는 3·1 운동처럼 비폭력적인 투쟁을 전개하였지만 이 의거를 계기로 하여 독립 운동은 폭력적인 노선을 걷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거사는 1920년에 철저한 폭력주의와 파괴주의를 지향하는 의열단 투쟁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