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작가 G. 모파상의 대표적인 장편 소설. 장편 소설로는 처음 쓴 것이며, 장편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원제목은 '어느 생애(일생)'인데, 한 귀족 여성의 평범하고도 고난에 찬 일생을 가혹할 정도로 철저하게 묘사하였다.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계급 변동, 기계 문명의 진보, 루소적 낙관주의의 파탄 등을 배경으로 한 소설로 모파상의 자연주의· 염세주의가 잘 나타나 있다. 신문 지상에 연재하다가 1883년에 출판된 후 이듬해 초에 25판을 찍어 낼 만큼 대호평을 얻어 일약 전유럽에 명성을 떨치게 한 작품이다. 노르망디 지방의 청순하고 꿈많은 귀족의 외동딸 잔느는 12세 때부터 5년간 수도원 여자 기숙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후 이웃의 귀족 청년인 줄리앙과 결혼을 한다. 그러나 첫날밤 남편의 난폭한 야수성을 보고 환멸과 비애를 느낀다. 품행이 난잡한 남편 줄리앙은 하녀 로잘리를 임신시켜 아이를 낳게 하고, 백작의 부인과 간통하여 끝내는 그 남편에게 살해되고 만다. 양친과도 사별한 잔느는 홀로 된 후 외아들인 폴에게 모든 희망을 걸지만, 이 아들마저 그녀를 버리고 집을 떠나 그녀를 절망에 빠뜨린다. 늙은 하녀 로잘리에게 구원된 그녀는 고독한 생을 이어가며 아들 폴이 남긴 손자를 맡는다. 이 작품에서 19세기 중반 무렵까지 일반적이었던 파란 만장한 모험 소설, 연애 소설 등에서 볼 수 있는 사건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 구성과 성격 이 보편성을 지니고 진실성을 띠어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여자의 이야기로 확대된다. 감수성의 억제, 대상에 대한 치밀한 연구, 복잡한 현실을 보여 주기 위해 오히여 사건을 단순화시키는 처리 등은 플로베르와 더불어 낭만주의와 고전주의를 조합한 자연주의를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은 자연주의 소설의 전형임에는 틀림없으나, 작품의 이면에는 인생에 대한 사무치는 애수와 아름다운 시정이 흐른다. 그의 문체는 간결하고 비유가 넘치며 주제를 날카롭고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작품 전반을 흐르고 있는 페시미즘 뒤에는 결코 표면에 나타나지 않는 인간에 대한 깊은 공감과 동정이 숨겨져 있다. 시정이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