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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놀이터 ::【가담항설의지식창고 박씨부인전(朴氏夫人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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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박씨부인전(朴氏夫人傳)
◈ 제2회. 온 집안 식구들이 신부의 외모가 추한 것을 비웃으며 ...
한편, 공이 처사와 아쉽게 헤어진 후에 며느리를 데리고 그 산 어귀를 내려오니 해가 서산에 지므로 주막을 찾아 들어가 쉬었는데,
제 2 회
온 집안 식구들이 신부의 외모가 추한 것을 비웃으며
이공이 식견이 있어서 시백을 꾸짖다.
 
 
한편, 공이 처사와 아쉽게 헤어진 후에 며느리를 데리고 그 산 어귀를 내려오니 해가 서산에 지므로 주막을 찾아 들어가 쉬었는데, 그제서야 신부의 생김새를 보니 얼굴 가운데 거칠고 더러운 때가 줄줄이 맺혀 마마 자국의 얽은 구멍에 가득하며, 눈은 달팽이 구멍 같고 코는 심산궁곡의 험한 바위 같고 이마는 너무 벗겨져 태상노군(太上老君)이라는 노자의 이마 같고 키는 팔 척이나 되는 장신인 데다가, 팔은 늘어지고 한쪽 다리는 저는 듯해서 그 용모를 차마 보지 못할 정도였다.
 
공과 시백이 한 번 보고 정신이 아득하여 다시는 대할 마음이 없어 부자가 서로 말없이 있으니, 어찌할 수 없었다. 그렁저렁 날이 새니 길을 재촉하여 여러 날 만에 서울에 도착하여 집에 들어가니 일가친척이 신부를 구경해 보려고 모두 모였는데, 신부가 가마에서 내려 곁방으로 들어가 얼굴을 가렸던 얇은 비단천을 벗어 놓으니 일대 가관인 형상이었다. 방안의 사람들이 모두 다 보고,
 
“구경은 처음 하는 구경이라.”
 
하며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그날부터 비방하는 일이 무수하게 많았다. 비록 경사이나 오히려 걱정할 일이 생긴 집 같았다.
 
모든 사람들이 다 경황없어 하는 중에 부인은 공을 원망하며 말하기를,
 
“서울에도 높고 귀한 집안의 아리따운 숙녀들이 많은데, 구태여 산 속에 들어가 남의 웃음을 사게 하십니까?”
 
공이 크게 나무라며 말하기를,
 
“아무리 빼어나게 아름다운 사람을 얻어 며느리로 삼더라도 여자로서의 행실이 바르지 못하면 인륜이 패망해 버리며 가문을 온전하게 지켜 나가지 못할 것이요, 비록 괴상한 인물이라도 덕행이 있으면 한 가문이 매우 행복하고 복록을 누릴 것이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오? 지금 며느리의 얼굴은 비록 추하지만 옛날 어진 어머니였다는 태임과 태사와 같은 덕행이 있으니 하늘이 우연히 도우시어 저러한 어진 며느리를 얻어 왔는데, 부인은 사람을 알아보는 식견이 없는 말을 다시는 하지 마오.”
 
부인이 대답하기를,
 
“대감의 말씀이 당연하지만, 자식의 부부 사이가 오가는 즐거움이 없을까 걱정이 됩니다.”
 
공이 대답하기를,
 
“자식의 화목과 즐거움 여부는 우리 집 가문의 흥망에 있는데 무엇을 근심하겠습니까. 그러니 부인도 조심하여 구박하지 마시오. 부모가 사랑하면 자식이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하며 경계해 마지않았다. 이때 시백이 박씨의 추하고 보잘것없는 얼굴을 보고 한편으로는 미워도 하면서 얼굴을 대하지 않으니 남녀 노비들도 또한 같이 미워하였다. 그러므로 낮이고 밤이고 방안에 혼자 있어 잠자기만 일삼았는데, 시백이 더욱 미안하여 내보내고 싶었지만 부친이 두려워 감히 마음대로 못하니, 공이 그 낌새를 알고 시백을 불러 꾸짖어 말하기를,
 
“사람이 덕행을 모르고 겉보기에 아름다운 것만 찾으면 그 일이 곧 가문을 망치는 근원이라. 내 듣자하니 부부가 화목하고 즐거워하지 않는다 하니, 그렇게 하고 어떻게 몸을 닦고 집안을 다스린다는 말이냐.”
 
하고,
 
“옛날 제갈량의 아내 황발부인은 비록 인물이 추하고 보잘것없었으나 재주와 덕망을 함께 갖추었으므로, 공명의 도덕이 삼국에 으뜸이요 그 이름을 천하에 전하는 것이 모두 부인의 교훈에 따른 까닭이라 하며, 경솔하고 성급하게 버렸다면 바람과 구름을 일으키고 변화시키는 재주를 누구에게 배워 영웅호걸이 되었겠는가. 너의 아내도 비록 얼굴은 아리땁지 못하나 보통사람을 뛰어넘은 절행과 비범한 재질이 있을 것이니 부디 가볍게 여기지 말아라.”
 
하고,
 
“부모가 개와 말이라도 사랑하면 자식이 또한 따라 사랑하는 것이 그 부모를 위하는 것이니라.”
 
하고,
 
“하물며 내가 총애하는 사람을 박대하면 이는 부모를 모르는 것이니 어떻게 부모를 섬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런 까닭으로 인륜이 피폐해지고 망하는 것이니, 부디 각별히 조심하여서 옛 법도를 어기지 말아라.”
 
하시는데 시백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머리를 조아리고 잘못을 빌며 말하기를,
 
“사람을 모르고 인륜을 패망하게 하였으니 만 번 죽어도 아까울 것이 없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 이 후로는 어떻게 다시 가르치심을 저버리겠습니까?”
 
공이 또 말하기를,
 
“네가 그렇게 알고 있다면 오늘부터 부부간에 화목하고 즐겁게 지내겠느냐?”
 
하시는데 시백이 명을 받고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못해서 없는 정이 있는 척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내당에 들어가 보니, 부친의 훈계는 헛일이고 박씨를 미워하는 마음이 전보다 더 커지는 것이었다. 등잔 뒤에서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밤을 지내더니, 이윽고 닭울음소리가 나므로 즉시 나와 부모님 앞에 문안하니 상공이 어떻게 그런 줄을 알겠는가. 상공이 또 하루는 노복들을 꾸짖어 말하기를,
 
“내 들으니 너희들이 어진 윗사람을 몰라보고 멸시한다 하니 만일 다시 그렇게 한다 하면 너희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엄하게 다스리리라.”
 
하시니 노복들이 두려워하며 잘못을 빌었다. 이때에 부인이 박씨의 일을 몹시 원통하게 여겨 시비 계화를 불러 말하기를,
 
“집안에 운수가 불행하여 허다한 사람들 중에 저런 것을 며느리라 하고 생겼으나, 쓸데없는 가운데서도 게을러 잠만 자고 여자들이 하는 길쌈질 재주는 없는 것이 밥을 많이 먹으려고 하니 어디다가 쓴다는 말인가. 오늘부터는 아침밥과 저녁밥도 적게 먹이겠다.”
 
하고 수없이 허물을 자아내어 험담을 하니 친척들도 화목하고 즐겁게 대하지 않았다. 박씨 여러 사람들이 구박하는 것을 비웃어 넘기고 있으면서 계화를 불러 말하기를,
 
“대감께 여쭐 말씀이 있으니 사랑(舍廊)에 나아가 말씀드려라.”
 
하므로 계화가 명을 받들어 즉시 나아가 그 말씀을 상공께 고하니, 공이 바로 들어가자 박씨가 태연스럽게 한숨을 쉬고 여쭈기를,
 
“복이 없는 인물이 얼굴과 모양이 추하고 볼품없어 부모께 효도도 못하옵고 부부간에 화락하지도 못하옵고 가정이 화목하지도 못하오니 이른바 무용지물입니다. 자식으로 아신다면 후원에 초가집 세 칸만 지어 주시면 마음에 품은 생각에 좋을 듯합니다.”
 
하며 말을 마치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데, 공이 그 모습을 보고 같이 눈물을 흘리며 불쌍히 여겨 말하기를,
 
“자식이 변변하지 못하고 못나 내 가르침을 듣지 않고 너를 박대하니 이는 집안의 운수가 길하지 못한 탓이라. 그러나 내 때때로 타일러서 조심시킬 것이니 안심하여라.”
 
하시는데 박씨가 그 말을 듣고 감격하여 다시 여쭈기를,
 
“대감의 말씀은 지극히 감사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으나 이것은 애당초에 못난 며느리의 용모가 추하고 보잘것없으며 덕행이 없는 탓이오니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만, 이 못난 며느리의 소원대로 뒷마당에 초가집을 지어 주시기 바랍니다.”
 
공이 말하기를,
 
“그렇게 하리라.”
 
하시고 바깥채로 나와 시백을 불러 꾸짖어 말하기를,
 
“네가 내 가르침을 몰라서 말을 거역하니 그렇게 하고 어디다가 쓰겠느냐?”
 
하고 또,
 
“효도를 모르는데 충성을 어떻게 알겠느냐. 네가 아비의 명을 거스르고 마음을 고치지 아니하면 부자간의 정의는 고사하고 네 아내가 원망을 품을 것인데, 여자는 한 쪽으로 치우치는 성질이 있으니 뒷일을 모를 뿐만 아니라, ‘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하였으니, 네가 아비의 명을 어떻게 하며 만일 불행히도 남편 없이 혼자 빈방에서 외롭게 밥을 지내는 것을 슬퍼하다가 스스로 목숨이라도 끊으면, 첫째는 임금께서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실 죄인이고, 둘째는 집안의 재앙이 될 것이니 어떻게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어떻게 된 사람이길래 미색만 생각하고 고치지 않는 것이냐?”
 
시백이 엎드려 사죄하여 말하기를,
 
“소자가 못나서 아버님의 가르치심을 거스르고 부부간에 화락하지 못하오니, 그 죄는 만 번 죽어도 억울하지 않습니다. 다시야 어떻게 거역하겠습니까.”
 
하고 나와서 생각하기를,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다시 박씨의 방에 들어가니 눈이 저절로 감기고 얼굴을 보니 기절할 지경이었다.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먹어도 그 괴물을 보고서야 어떻게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공이 그 일을 알고 급히 후원에 곁방을 지어 주고 몸종 계화로 하여금 같이 지내도록 하니, 박씨의 불쌍하고 가련함을 차마 못 볼 지경이었다.
 
이러는 가운데 임금께서 공에게 명하여 일품(一品)의 벼슬로 올려주시고 명을 내리시어,
 
“내일 궐 안으로 들어 오라.”
 
하시니 공이 북쪽을 향하여 네 번 절하고 벼슬아치가 입궐할 때 입는 조복(朝服)을 갖추려고 하는데,
 
“헌옷은 색이 바래었고 새옷은 미처 준비하지 못하였으니 내일 당장 궁궐에 들어가 임금님을 뵈라는 명령이 내려 계시니 하룻밤 사이에 어떻게 준비하겠는가?”
 
하고 걱정해 마지않으니 부인이 말하기를,
 
“일이 급하게 되었으니 아무쪼록 바느질 잘하는 사람을 데려다가 지어 봅시다.”
 
하며 서로 걱정을 태산같이 하고 있는데, 이때 계화가 이 말을 듣고 후원의 초당에 들어가 상공의 벼슬이 높아진 일이며 조복으로 걱정을 하여 낭패스럽게 된 일을 여쭈니 박씨가 듣고 계화에게 말하기를,
 
“일이 급하다면 조복 지을 감을 가져오너라.”
 
하니 계화가 더욱 신기하게 여겨 박씨의 얼굴을 보며 급히 상공에게 여쭈니 공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기를,
 
“나의 며느리가 신선의 딸이라 반드시 뛰어난 재주가 있을 것이라.”
 
하고 조복감을 급히 가져다 주라 하시니 공의 부인이 크게 웃으며 말하기를,
 
“제가 겉모양이 그런데 무슨 재주가 있겠는가?”
 
여러 사람들도 또한 말하기를,
 
“옷감만 버릴 것이니 들여보내지 않는 것이 옳겠다.”
 
하고 의논이 분분한데, 공이 웃으며 말하기를,
 
“속담에 말하기를 ‘중국 형산에서 얻었다는 백옥이 티끌과 흙 속에 묻혀 있고 보배와 구슬이 돌 속에 들어 있으나 안목이 없으면 알아보지 못한다’ 하였으니, 인품은 측량하기가 어려운 것이라. 부인은 남의 속마음을 그렇게 가볍게 알고 경망스러운 말씀을 하십니까?”
 
부인이 상공의 말씀을 거역하지 못하고 조복감을 초당으로 보내고 염려가 적지 않았다.
 
한편, 계화가 조복감을 드리니 박씨가 말하기를,
 
“이 옷은 혼자 지을 옷이 아니니 도와 줄 사람을 몇 명 불러오너라.”
 
하시니 계화가 이 말씀을 상공께 여쭈니 바느질을 도와 줄 사람을 불러 보내었다. 박씨 촛불을 밝히고 옷을 짓는데, 수놓는 법은 팔괘와 같고 바느질은 달 속에 궁전에 산다는 항아(姮娥)같으며, 대여섯 사람이 할 일을 혼자 하고 이삼 일 동안 할 일을 하룻밤 사이에 해내니, 앞에는 봉황새의 수를 놓고 뒤에는 푸른 학의 수를 놓았는데 봉황은 춤을 추고 청학은 날아드는 듯하였다. 함께 바느질한 사람이 아뢰기를,
 
“우리는 우러러볼 뿐이지 감히 따라하지는 못하겠습니다.”
 
하고 감탄하였다.
 

 
이 다음을 차차 살펴보자.
【소설】 박씨부인전(朴氏夫人傳)
• 제1회. 이공이 선인을 만나 바둑과 퉁소로 서로 화답하며 ...
• 제2회. 온 집안 식구들이 신부의 외모가 추한 것을 비웃으며 ...
• 제3회. 박씨 부인이 하룻밤 사이에 조복을 짓고
(2021.06.25. 15:13)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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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