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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놀이터 ::【가담항설의지식창고 박씨부인전(朴氏夫人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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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박씨부인전(朴氏夫人傳)
◈ 제3회. 박씨 부인이 하룻밤 사이에 조복을 짓고
한편, 박씨가 계화를 불러 말하기를, “조복을 대감께 드리라.” 하니 계화가 받아들고 나와 상공께 드리니 공이 크게 칭찬하여 말하기를, “이것은 신선의 솜씨지 인간의 솜씨는 아니구나.”
제 3 회
박씨 부인이 하룻밤 사이에 조복을 짓고
삼백 금으로 삼만 금짜리 용마를 사다.
 
 
한편, 박씨가 계화를 불러 말하기를,
 
“조복을 대감께 드리라.”
 
하니 계화가 받아들고 나와 상공께 드리니 공이 크게 칭찬하여 말하기를,
 
“이것은 신선의 솜씨지 인간의 솜씨는 아니구나.”
 
하고 칭찬해 마지않더라.
 
공이 이튿날 조복을 입고 대궐 안에 들어가 공손히 절을 하니 임금께서 공이 입고 있는 조복을 자세히 보시다가 물으시기를,
 
“경(卿)의 조복을 누가 지었는가?”
 
공이 아뢰기를,
 
“신의 며느리가 지었습니다.”
 
임금께서 말하시기를,
 
“그러면 저런 며느리를 두고 굶주림과 추위에 파묻혀 남편 없이 혼자 빈방에서 외롭게 밥을 지내게 하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
 
공이 깜짝 놀라 엎드려 아뢰기를,
 
“두려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사오나, 전하께서는 어떻게 이처럼 자세히 아십니까?”
 
임금께서 말하시기를,
 
“경의 조복을 보니 뒤에 붙인 청학은 신선의 세상을 떠나 푸른 바다위로 왔다갔다하여 굶주리는 모습이고, 앞에 붙인 봉황은 짝을 잃고 우는 형상이 분명하니, 그것을 보고 짐작하였노라.”
 
공이 대답하여 아뢰기를,
 
“신이 분명히 하지 못한 탓입니다.”
 
임금께서 말하시기를,
 
“남편 없이 혼자 빈방에서 외롭게 밤을 지낸다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
 
공이 아뢰기를,
 
“자식이 아비의 가르침을 생각지 아니하고 부부간에 화락하지 못한 탓입니다.”
 
임금께서 말하시기를,
 
“독수공방은 그렇다고 하고, 매일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지 못하여 항상 눈물로 세월을 보낸다는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
 
공이 두려운 마음을 가눌 수 없어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아뢰기를,
 
“신은 바깥채에 거처하고 있어 안채의 일은 알지 못하오나, 이는 다 신이 어리석고 둔한 탓이오니 그 죄는 만 번 죽어도 마땅할 것입니다.”
 
임금께서 말하시기를,
 
“잘 알지 못하겠지만, 경의 며느리가 비록 아름답지 못하나 영웅의 풍채를 가지고 있도다. 푸대접하지 말라.”
 
하시며 또 말하시기를,
 
“매일 흰쌀을 서 말씩 줄 것이니 지금부터 한 끼에 한 말씩 지어 먹이며, 경의 집안 식구들이 푸대접할 것이니 특별히 조심하라.”
 
하시니 공이 절하여 하직하고 집으로 돌아와 집안 사람들을 모아 놓고 부인에게 임금께서 내리신 가르침을 낱낱이 이야기한 후에 또 시백을 불러 꾸짖어 말하기를,
 
“부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자식의 효성이고, 임금의 마음 편안한 것과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들의 살기가 편안한 것이 모두 다 신하의 충성이라. 네 마음대로 하여 아비로 하여금 두려워 몸둘 바를 모를 가르치심을 모시게 하며, 또 여러 동료들에게 책망을 입게하니, 이는 모두 자식이 불효하기 때문이다.”
 
하고 소리를 높여 크게 꾸짖으며 말하기를,
 
“너 같은 자식을 무엇에 쓰겠느냐.”
 
하여 꾸지람을 호되게 내리시니, 시백이 두렵고 몸둘 바를 몰라 엎드려 대답하기를,
 
“소자가 변변치 못하고 못나서 아버님의 가르치심을 거슬러 아버님께서 임금님께 황송한 처분과 대신들에게 무거운 책망을 받으시게 하였으니 그 죄는 만 번 죽어 마땅한 것이고, 이렇게 화가 나시게 하였으니 두려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공이 분기를 이기지 못하여 한동안 말이 없이 잇다가 한참 후에야 다시 임금께서 내리신 말씀을 낱낱이 이야기하며 또 이르기를,
 
“네가 다시 거역하면 첫째는 나라에 불충하는 것이 될 것이고 둘째는 부모에게 불효가 이를 데 없이 클 것이니 각별히 조심하여 지내라.”
 
하니 그 후에 시백과 집안 사람들이 박씨에게 푸대접하는 것이 덜하였다. 이때 박씨에게 매일 서 말씩 밥을 지어 들여 주었는데 박씨가 거뜬히 다 먹으니, 구경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놀라며 이르기를,
 
“여장군이라.”
 
하였다.
 
하루는 박씨가 계화를 불러 말하기를,
 
“대감께 여쭐 말씀이 있으니 그렇게 아뢰어라.”
 
하니 계화가 명을 받들고 나와 상공께 아뢰니 공이 즉시 내당에 들어가 묻기를,
 
“잘 모르겠지만 무슨 말인지 듣고 싶구나.”
 
박씨가 여쭙기를,
 
“집안이 매우 가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넉넉하지는 못하오니, 저의 말씀대로 하십시오.”
 
공이 반가워하며 묻기를,
 
“어떻게 하자는 말이냐? 자세히 말해라.”
 
박씨가 말하기를,
 
“내일 종로에 심부름꾼을 보내시면 각처에서 사람들이 말을 팔려고 모였을 것인데, 여러 말 가운데 작은 말 하나가 있을 것이니 피부가 헐고 털이 빠지고 깡마르고 핏기가 없이 헬쑥하여 겉모양은 볼품이 없지만, 돈 삼백 냥만 주어 믿을 만한 종에게 주어 사 오라고 하십시오.”
 
공이 들으니 허황되어 보였으나 며느리는 보통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즉시 허락하고 나와 근면하고 성실한 종을 불러 분부(吩咐)를 내려 말하기를,
 
“내일 종로에 가면 말장사들이 있을 것이니 말 하나를 사 오는데, 여러 말들 중에서 비루먹고 파리한 망아지 한 마리가 있을 것이니 돈 삼백 냥을 주고 사 오너라.”
 
하시며 돈을 주니 노복들이 받아 가지고 나와서 서로 이야기하기를,
 
“대감께서 무슨 까닭으로 비루먹고 파리한 말을 삼백 냥씩이나 주고 사 오라고 하시는 지, 이상한 일이로구나.”
 
하고 서로 의심스럽게 여기며 그 이튿날 삼백 냥을 가지고 종로에 나가 보니 과연 말 열 필이 있는데, 그 중에 비루먹고 파리한 망아지를 보고 임자를 찾아 값을 물으니 임자가 대답하기를,
 
“그 말 값은 닷 냥이지만, 이것들 중에도 좋은 말이 많은데 하필 저렇게 볼품없는 것을 비싼 값을 주고 사다가 무엇 하려고 하십니까?”
 
하며,
 
“좋은 말을 사 가시지요.”
 
라고 하는데 노복들이 대답하기를,
 
“우리 대감께서 그렇게 사오라고 분부하시었습니다.”
 
하니 장사가 말하기를,
 
“그러면 닷 냥만 내고 가져가시오.”
 
하니 노복들이 말하기를,
 
“우리 대감 분부 가운데는 삼백 냥을 주고 사 오라 하셨기에 왔으니 삼백 냥을 받고 주시오.”
 
하였는데 장사가 대답하기를,
 
“원래 값이 닷 냥인데 어떻게 지나치게 비싼 값을 받으라고 하십니까?”
 
하니 노복들이 말하기를,
 
“대감의 분부대로 주는 것이니 여러 말 말고 받으시오.”
 
하며 주었는데, 장사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몰라 의심하면서 굳이 사양하고 받지 않으므로, 노복들이 마지못해서 억지로 백 냥을 주고 이백 냥은 숨겨 가지고 말을 이끌고 돌아와 여쭙기를,
 
“과연 망아지가 있었으므로 비싸게 삼백 냥을 주고 사 왔습니다.”
 
공이 즉시 며느리에게 말을 사 온 이야기를 하니 박씨가 노복더러 가져 오라 하여 자세히 보다가 말하기를,
 
“이 말의 값으로 삼백 냥 비싼 값을 주어야 쓸데가 있는데 잘 알지 못하는 노복들이 백 냥만 주고 이백 냥은 숨겨서 말 장사를 주지 아니하였으므로 쓸데없으니 도로 갖다 주라 하십시오.”
 
공이 이 말을 듣고 박씨의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능력에 감탄해 마지않으며 즉시 바깥채로 나와 노복들을 불로 꾸짖어 말하기를,
 
“너희들이 말 값 삼백 냥 중에 이백 냥을 감추고 일백 냥만 주고 사 왔으니 상전을 속인 죄는 차차 엄하게 다스릴 것이겠지만, 숨긴 돈 이백 냥을 가지고 나아가 말 주인에게 주고 오너라. 만일 우물쭈물 하다가는 너희들의 목숨을 온전히 지키지 못할 것이다.”
 
하니 노복들이 사죄하여 말하기를,
 
“이렇게 명백하게 아시니 어떻게 거짓말로 속일 수 있겠습니까. 과연 대감께서 시키시는 대로 삼백 냥을 전부 주었더니 그 말 값이 원래 닷 냥이라 하고 받지 아니하기에 어쩔 수 없이 억지로 백 냥만 주고 이백 냥은 감추어 두었는데, 이렇게 신통하게 알아내시니 소인들의 죄는 만 번 죽어 아깝지 않을 만큼 큽니다.”
 
하고 즉시 종로에 나가 말장사를 찾아 돈 이백 냥을 주며 말하기를,
 
“이 사람아, 주는 돈을 고집하고 받지 아니하더니 우리들이 상전에게 벌을 받게 되었으니 어찌 억울하지 않겠나.”
 
하며 이백 냥을 억지로 맡기고 돌아와 여쭙기를,
 
“말장사를 찾아 주었습니다.”
 
하므로 공이 즉시 내당에 들어가 박씨에게 이야기하였는데, 박씨가 여쭙기를,
 
“그 말을 먹이기를 한 끼에 보리 서 되와 콩 서 되를 죽을 쑤어 먹이되, 삼 년만 세심히 주의하여 먹이십시오.”
 
공이 허락하고 노복들을 불러 그렇게 분부하였다.
 
한편, 시백이 아버지의 명을 거역하지 못하여 내외간에 함께 잠을 자려고 하였으나 부인을 보면 차마 얼굴을 대할 마음이 없어져서 부부간에 정이 점점 더 멀어져 갔다.
 
그러자 박씨가 초당의 이름을 피화당(避禍堂)이라고 써 붙이고 몸종 계화를 시켜서 뒤뜰 전후좌우에 갖가지 색의 나무를 심는데, 오색 흙을 가져다가 동쪽에는 푸른 기운을 따라서 푸른 흙을 나무뿌리에 북돋우고, 서쪽에는 흰 기운을 따라서 흰 흙으로 북돋우고, 남쪽에는 붉은 기운을 따라서 붉은 흙으로 북돋우고, 북쪽에는 검은 기운을 따라서 검은 흙으로 북돋우고, 중앙에는 노란 기운을 따라서 노란 흙을 북돋우고 때를 맞추어 물을 정성으로 주니, 그 나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서 모양이 엄숙하고 신기한 일이 있어서 오색 구름이 자욱하고 나뭇가지에는 용이 서린 듯 잎은 범이 호령하는 듯 각색의 새와 무수한 뱀들이 변화가 끝이 없으니, 그 신기한 재주는 귀신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니, 무식한 사람이야 누가 알아보겠는가!
 
이때 공이 계화를 불러 말하기를,
 
“요사이 부인이 무엇을 하며 지내더냐?”
 
계화가 여쭙기를,
 
“후원에 갖가지 색깔의 나무를 심으시고 때를 맞추어 소녀로 하여금 물을 주어 기르라고 하셨습니다.”
 
공이 듣고 계화를 따라 후원 좌우를 살펴보니 갖가지 색깔의 나무가 사면에 무성한데, 그 모양이 엄숙하여서 바로 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계화를 붙들고 겨우 정신을 차려 보니 나무는 용과 호랑이로 변하여 바람과 비를 일으키려 하고 가지는 무수한 새와 뱀이 머리와 꼬리를 서로 맞물린 듯하여 변화가 무궁무진하므로, 공이 깜짝 놀라며 감탄하여 말하기를,
 
“이 사람은 바로 신선이로다. 여자로서 이 같은 영웅의 큰 지략을 품었으니 신과 같이 밝은 재주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하시고 박씨에게 묻기를,
 
“저 나무를 무슨 까닭으로 심었으며, 이 집의 이름을 피화당이라고 하였는데, 잘 모르겠구나. 무슨 까닭이냐?”
 
박씨가 여쭙기를,
 
“길한 것과 흉한 것과 재앙과 복은 사람에게 늘 있는 일이지만, 다음에 급한 일이 있어도 이 나무로 방비를 할 수 있을 것이므로 그래서 심었습니다.‘
 
공이 그 말을 듣고 까닭을 물으니 박씨가 여쭙기를,
 
“또한 하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기인데 어떻게 하늘의 조화를 누설할 수 있겠습니까? 다음에 자연히 알게 되실 것이오니 남에게 말을 퍼뜨리지 마십시오.”
 
공이 탄식하여 말하기를,
 
“너는 정말로 나와 같은 사람의 며느리가 되기에 아깝구나. 나의 팔자가 기박하여 도리를 모르는 자식이 아비의 가르침을 듣지 않고 부부간에 화목하고 즐겁게 지내지 않고 헛되이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내 생전에 너희 부부가 화락하게 지내는 것을 보지 못할 것이다.”
 
하며 한탄해 마지않았다. 박씨가 무릎을 꿇고 앉아서 위로하여 말하기를,
 
“저의 용모가 용렬하여 부부간에 화락한 즐거움을 모르는 것이오니 이것은 모두 저의 죄이므로 누구를 원망하겠습니까마는, 다만 제가 원하는 바는 남편이 과거에 급제하여 부모님께 영화를 보시게 하고 출세하여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드날리며 나라를 충성으로 도와서, 폭군이던 하나라 걸왕에게 올바른 말을 하였다는 용방이나 은나라 충신 비간이 오랜 세월 길이 이름을 날림을 본받은 후, 다른 집안에서 아내를 맞아 자손을 보고 아무 탈없이 오래오래 살면 저는 죽어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하는데 공이 그 말을 들으니 그 넓은 마음에 못내 감탄하며 더욱 불쌍하게 여기며 눈물을 흘리니, 박씨가 미안한 마음에 위로하여 말하기를,
 
“아버님께서는 잠깐만이라도 마음을 놓으십시오. 아무 때라도 설마 화목하게 지낼 때가 없겠습니까?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하였다.
 
 

 
다음 회로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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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8. 11:02) 
【작성】 가담항설 - 떠도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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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