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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서라벌
◈ 비류국(沸流國) - 1
김동인의 역사소설. (1947년작) 고구려 나라는 이렇듯 주몽왕의 손으로 이룩하여졌다. 아직 동부여에 있을 때에 만난 세 동무, 오이 마리 합부는 새 나라의 터를 넓히는 데 가장 긴한 장수로 삼았다.
비류국(沸流國) - 1
 
 
고구려 나라는 이렇듯 주몽왕의 손으로 이룩하여졌다.
 
아직 동부여에 있을 때에 만난 세 동무, 오이 마리 합부는 새 나라의 터를 넓히는 데 가장 긴한 장수로 삼았다.
 
졸본땅에서 만난 세 동무 ― 극재사(克再思) 중실무골(仲室武骨) 소실 묵거(少室默居) ― 는 새 나라의 행정 방면의 좋은 기술자로 썼다.
 
그러나 새 나라의 국토(영토)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라는 것은, 새 나라 주인인 주몽왕도 몰랐다. 산곡 간에 좀 평평한 빈 땅이 있으니 거기 도읍하고 칭국칭왕(稱國稱王)을 했고, 주몽왕을 사모하여 백성은 꽤 모여들었지만, 궁궐도 없이 막을 틀고 우선 거기 거처하며 우선 모여든 백성 가운데서 인재를 골라 내어 소임을 맡기며, 이제부터 나라를 꾸려 나가려는 것이었다.
 
먼저, 나라의 정사를 보며 임금이 거처할 궁궐부터 짓기 시작하였다.
 
백성들은 마치 저희들의 집이나 짓는 듯, 성의의 힘을 다하여 주몽왕을 위하여 웅대한 대궐을 짓기 시작하였다. 일찌기 좋은 주인을 얻어 섬기고자 천하를 돌아다녀, 많은 대궐이며 큰 집을 본 일이 있는 오이 합부 마리의 세 사람은, 자기네의 지식을 털어 지금하여 목수들에게 협력하였다.
 
극씨, 중실씨, 소실씨의 세 사람은 나라 근처의 형세를 보러 늘 나다녔다.
 
나라이 선 뒤에, 새로 부분노(扶芬奴)라는 장수가 하나 또 생겼다.
 
이 신하들은 주몽왕께 대하여 한결같이 변함 없는 충성을 보였다. 그들의 의견에 따라서, 임금이 거둥이라도 할 때에는, 위의(僞儀)를 갖추기 위하여 고각(鼓角)이 필요하다 하여, 고각과 및 임금이 탈 수레를 마련하였다.
 
수레와 고각의 준비가 된 뒤에, 주몽왕은 종신 몇 명을 데리고 민정 순찰의 거둥을 하였다.
 
고각이 요량히 울리고, 새로 지은 수레가 종신들의 호위 아래 임금의 시어소를 떠날 때에, 그 수레 위에 높이 앉은 젊은 임금의 마음은, 매우 흡족하였다. 동시에, 이 영화로운 모양을 지금 부여에 쓸쓸히 혼자 계실 어머님 유화부인께 한번 보여 드리고 싶었다.
 
부여의 어머님은 아직도 그 아드님이 임금이 된 줄도 모르고 혼자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부여 금와왕보다 훨씬 대규모의 고각과 더 찬란한 수레의 주인으로, 아래는 벌써 백성도 달리고, 웅대한 대궐도 영조중인 줄을 알지못하고, 그냥 아드님의 신상만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이 임금을 사모하는 백성은 남녀노소 벌써 몇 천 명이, 노부를 따라오며우리 임금 만만세를 부르고 있다.
 
절기는 봄이었다.
 
북국 산간에도 봄은 찾아와서, 온갖 기화요초가 봄을 찬송하고, 알지 못할 나비와 새의 떼는 하늘을 날며, 역시 백성들과 함께 이 임금 만만세를 부르는 듯하였다.
 
노부(鹵簿)는 봄날의 교외로 나섰다. 따르는 백성의 수효는 꽤 기다란 줄을 이루었다.
 
주몽왕의 수레의 곧 뒤를 따르던 중실씨가, 이때 임금의 수레 가까이로 왔다.
 
"나랏님. 저 뒤따르던 소민(小民)들이 자기네끼리의 이야기를 듣잡건대, 이 길로 하룻길 남짓이 더 가면, 무에라나 하는 다른 나라 서울이 된다옵니다."
 
"이 길로?"
 
"네이."
 
왕은 머리를 기울였다.
 
"그 백성을 이리로 좀 데려오오."
 
 
수레를 멈추고 분부하였다.
 
중실씨가 데려온 백성은, 터럭이 허연 늙은이였다. 늙은이는 황공한 듯이 임금 앞에 엎디었다. 엎디기는 엎디었지만, 임금의 용안을 한순간이나마 우러러 뵙고자, 이상하게 몸을 비틀며, 곁눈을 번득인다.
 
그 백성의 뜻을 알아본 주몽왕은, 용안을 약간 앞으로 내밀며,
 
"이 백성아, 마음대로 쳐다보아라."
 
고 허락하였다.
 
백성은 한순간 눈이 부신듯이 용안을 우러러보았다. 그러고는 참으로 감격한 듯이 도로 얼굴을 땅에 부비었다.
 
"여기서 하룻길 남짓한 데, 다른 나라이 있다고?"
 
"네이."
 
"무엇이라는 나라이며 임금님은 누구시냐?"
 
"네이. 비류(沸流)라는 나라이옵고, 그 나라 나랏님은, 송양(松讓)님이라 한다옵니다."
 
"그 나라는 가며냐."
 
나처럼 수레도 있고 고각도 있느냐고 묻고 싶은 말을 이렇게 물었다.
 
"가면지 가난한지는 모르겠읍니다."
 
"선 지 ― 생긴 지 오랜 나라이냐?"
 
"네이. 꽤 오래다고 생각하옵니다."
 
"어째서?"
 
"소민의 할미가 그 나라에서 시집왔다 하옵니다."
 
한번 가보고 싶었다. 그 나라 임금과 만나 보고 싶었다. 부여 궁실에서 자랐으매, 임금의 일상 생활의 모양이며, 또는 신하며 백성에게 대하는 임금의 태도 등은 익히 아는 배지만, 나도 한 개의 임금으로서 이웃 나라 임금과 대해 보고 싶었다.
 
곁에 모시고 서 있는 중실씨를 돌아보며 분부하였다 ―.
 
"이 길로 그 비류라는 나라에나 가 봅시다그려. 멀지도 않으니…. 저 따르는 백성들은, 떨어지고 싶은 자는 여기서 떨어지라고 하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주저하거나 밀거나 하지 않는 주몽왕은 이 길로 곧 비류국이라는 나라를 찾아가기로 하였다.
 
한 사신(使臣)은 한 발 먼저 비류국으로 달려갔다. 비류국 임금께, 고구려국 임금이 찾아온다는 뜻을 알리고자―.
 
한 사신(使臣)은 도로 뒤로 달렸다. 임금이며, 따르는 백성들이 비류국까지 갈 동안, 시장기를 면할 음식을 준비하고자―.
 
 
산을 넘고 골짜기를 지나며, 산곡 간에 고각의 소리를 울리면서, 주몽왕의 일행은 비류국으로 길을 더듬었다. 첫날은 길이 늦어 노영(露營)하였다.
 
먼저 달려간 사신의 예통으로, 비류국 임금 송양이 시신들을 거느리고, 역시 고각을 울리며 중도까지 주몽왕을 맞은 것은, 이튿날 점심때쯤이었다.
 
임금과 임금의 상대는 주몽왕에게도 처음이요, 송양왕에게도 처음이었다.
 
서로 만나기는 하였지만, 어떤 격식을 하여얄지 서로 몰랐다. 서로 수레에서 내리어서 한 무릎 꿇어 상례하고, 송양왕이 먼저 주인의 체면으로 인사 하였다 ―.
 
"이 산간 벽지에 아직 거룩한 이를 못 보았는데, 오늘 뜻밖에 높은 분을 맞게 되니, 이런 기쁜 일이 어디 있소리까. 누추하지만 이 사람의 궁까지 같이 가십시다."
 
비류나라의 백성들도, 이웃 나라 임금이 온다 하여, 많이 구경 겸 중로에 나와 맞았다.
 
두 임금은 각기 자기의 수레에 올라탔다. 두 임금이 수레를 나란히 하여 비류 궁궐에 든 때는, 벌써 날이 어두운 뒤였다.
 
날도 어둡고, 피곤하기도 하니, 이 밤은, 우선 저녁만 얻어먹고는 자리에 들었다.
 
나라는 가멸지 못하고 가난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라이 선 지는 오랜 모양으로, 온갖 기구가 다 탄탄하고 자리잡히고, 나라 안에서 황금과 보석이 산출되는 모양으로, 보석으로 장식하고 금으로 꾸민 물건이 사면에 번득이었다.
 
대궐도 웅대하지는 못하나, 쓸모있게 꾸미었으며, 나랏 주인의 체면을 유지할 만한 위의도 있었다.
 
장차 이 비류 나라도 삼켜 버려서 온 동방을 한 덩어리로 만들려는 포부를 가지고 있는 주몽왕은, 주의깊게 사위를 관찰하였다.
 
이튿날 아침 두 임금은 마주 앉았다.
 
"과인은, 왕검님의 꼭지요, 해모수님의 아들 고주몽이라 합니다. 부조(父祖)의 업을 이어, 이 동방을 과인의 품안에 넣으려 하오."
 
주몽왕이 이렇게 말하매, 송양왕은 잠시 생각해 본 뒤에 말하였다―.
 
"이 땅― 고장이 협소해서, 두 임금을 용납하지 못할 터이니, 그러면 젊으신 이는 이 사람의 아래서 지내 주시오."
 
당찮은 말이었다. 이 비류국도 장차 삼키려는 주몽왕에게 도리어 송양왕은 주몽왕더러 내 아래 들라 한다.
 
"젊으신 이는 나이도 나보다 젊거니와, (송양왕은 마흔댓쯤으로 보였다) 나라를 이룩한 지도 겨우 엊그제니, 좁은 바닥에서 두 나라이 옥신각신하느니, 합쳐서 한개로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소."
 
그리고 말을 이어서,
 
"이 사람에게는 아들이 없고, 딸만 있는데, 아비의 자랑이 아니라, 인물도 얌전하거니와 아주 영민하오. 젊으신 이를 보니, 사람됨이 비범하고 그 마음보가 또 커 인물이 욕심나. 그러니까 이 사람의 사위가 되었다가 이 사람 죽은 뒤에, 이 사람의 뒤를 이어서 나랏 주인이 되는 것이 어떻겠소? 좁은 바닥에서 두 사람이 옥신각신 다투느니,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소."
 
한다.
 
주몽왕은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을 피하며 속으로 생각하였다.
 
어차피 장차는 이 나라도 삼키기는 할 것이지만, 고구려가 무력(武力)으로 이 나라를 삼키기까지 자라자면, 아직 한동안 있어야 할 것이다. 한동안 나라를 키워 가지고, 힘으로 이 나라를 삼킬 것인가.
 
또는, 이 나라에 장가들어, 친선관계를 맺어 가지고, 기회보아 술책으로 삼킬 것인가.
 
혹은 이 나라 사위(상속인)가 되었다가 송양왕 승하한 뒤에, 나라를 물려 받을 것인가.
 
그 날 송양왕은 주몽왕을 환대하는 뜻으로, 함께 산곡에 사냥을 하였다.
 
송양왕과 그 시신, 주몽왕과 그 종신, 이렇게 편을 갈라서 내기사냥을 하기로 하였다.
 
오이 마리 합부의 세 무장(武將)이 있고, 게다가 활쏘기에 귀신 이상인 주몽이 있는지라, 주몽왕 측은 삽시간에 놀랄만치 많은 짐승을 잡았다. 그러고는, 송양왕 측을 놀라게 하고자 큰 호랑이 한 마리를 산 채로 잡아 결박지어 놓고, 이만하면 송양왕 측이 며칠을 사냥할지라도 이만치는 못 잡으리라는 판단을 내리고, 주몽왕은, 극씨, 중실씨, 소실씨 등 지혜의 신하며, 오이 마리 합부 부분노 등의 무용(武勇)의 신하를 이끌고, 조용하고 외딴 곳을 찾아 거기 둘러앉았다. 신하들과 의논할 일을 조용히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주몽왕은 신하들에게 아까 송양왕이 한 이야기를 다 피력하고, 여기서 주몽왕으로서는 어떤 길을 취해야 할까고 의견을 물었다.
 
무장 측의 의견은, 이 비류국을 둘러엎고 송양왕을 들쳐 내자는 것이었다.
 
자기네 몇 사람만이면 요맛 나라는 둘러엎기 여반장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사(謀士) 측의 의견은 그렇지 않았다. 우선 주몽왕이 이 나라에 장가 들어서, 가정적으로 연결되고, 그러는 동안에 이 나라 왕실과 백성에 공작하여, 주몽왕은 왕검님의 후손이요 해모수님의 아드님이라는 점을 비류 백성에게 밝혀서 비류국 백성의 마음부터 흔들어 놓고, 경우에 따라 공작하여 이 나라 임금으로 하여금, 스스로 나라를 들어 주몽왕께 바치도록 하자는 것 이었다.
 
무사 측의 의견은 무사답게 용감스럽기는 하지만, 모사 측의 의견이야말로 주몽왕 몸소의 의견과 부합되었다.
 
주몽왕은 우선 이 나라에 장가들기로 방침을 정하고, 의논을 끝냈다.
 
내기 사냥에 따로이 갈렸던 송양왕의 일행은 저녁때 쯤 그들의 잡은 짐승을 가지고, 약속하였던 고장으로 모이었다. 그들이 종일 잡은 짐승은 겨우 노루 몇 마리, 토끼 몇 마리, 도야지 몇 마리 뿐이었다. 그들은 주몽왕 일행의 잡은 묏더미만한 많은 짐승에 먼저 놀라고, 이어서 생금하여 결박지어 둔 호랑이에 입들을 딱 벌렸다.
 
그날 저녁, 사냥해 잡은 짐승으로 잔치하며 주몽왕은 송양왕에게 은근히 말하였다 ―.
 
"아까 말씀에, 과인(寡人)이 젊었으며 과인의 나라 고구려가 비류나라보다 뒤에 생겼으니, 비류나라에 와서 합치라 하셨지만, 과인은 왕검님의 후손이요, 하늘의 도우심을 받는 사람이요, 조선 천지의 우두머리의 주인이니까 비류나라가 없어지며 고구려나라에 합쳐야 천리(天理)일까 합니다. 과인의 신하들을 꾸짖어 비류나라를 고구려나라에 합치려면 어렵잖은 일이지만, 과인이 비류나라의 사위될 생각도 있고, 늙으신 이를 억지로 몰아내기도 인정에 어려워, 시재는 그냥 두고, 늙으신 이가 언제든 마음 다시 잡기를 기다립니다. 천리를 따라, 비류나라는 멀지 않아 고구려나라를 합치게 될 것입니다. 우선 따님은 과인에게 주십시오."
 
태도는 은근하나, 적지 않게 위협미를 띤 말이었다.
 
그로 부터 며칠 뒤, 주몽왕은 송양왕의 딸 소서노(召西奴)를 왕후로 맞았다.
 
또 며칠 더 뒤에는, 송양왕은 나라를 들어 고구려에게 바치고, 주몽왕의 봉작(封爵)으로 비류태수(沸流太守)가 되었다.
 
주몽왕은 해모수님의 아들이요 왕검님의 후손으로, 지금 고구려나라를 세우고, 왕검님의 옛터를 회복하고 옛 백성을 부른다는 소문이 차차 높아서, 여기 거슬렀다가는 천의(天意)를 거스르는 일이라, 반드시 천견이 있다는 소문과 동시에, 비류 백성의 마음이 동요되고, 고구려에 돌아붙는 백성이 많이 생기고, 이 때문에 나라의 기초도 흔들리는 위에, 주몽왕의 유세객(遊說客)이 송양왕을 달래고 위협하여, 송양왕으로 하여금 나라를 들어 주몽왕에게 바치지 않을 수 없게 한 것이다.
【역사소설】 서라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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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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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General Libraries 최종 수정일: 202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