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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대 예술가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2026.3.20.~6.28) 중인 영국 현대 예술가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를 3월 21일 오후 2시에 입장해 관람했다. 예술가는 ‘죽음(死)’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생명의 유한함과 죽음, 실존의 문제를 독창적인 시각언어로 탐구하며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다루었다.
데이미언 허스트 개인전 티켓(사진:궁인창)
허스트 작가의 서울관 전시 작품은 총 4개 섹션, 50여 점으로 구성되어 제1부는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라는 작가의 20대 초기의 작품을 소개하고, 2부는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이다.
자화상(사진:아트코리아)
첫 전시장에 들어서니 사람이 전혀 움직이지 않고 벽에 있는 옷이 한 벌 걸려있는 작품 ‘자화상’(1987)을 바라보며 작은 안내문 글씨를 읽으려고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했다. 한참 서서 오래 기다리다 그냥 지나쳤다. 그 작품은 남자 데님 셔츠에 이름을 자수로 새긴 것으로 작가는 자신의 길을 찾으려고 물으며 고민했던 청년 허스트를 옷으로 표현했다.
스팟 페인팅 초기 작품(1986)(사진:궁인창)
데이미언 허스트는 죽은 동물을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담긴 수조에 넣어 보존하는 방식으로 자연사(Natural History) 연작을 선보였다. 거대한 죽은 상어를 호주에서 구해 얼음을 채워 영국으로 운반해 박제한 다음에 대형 수조에 넣었다. 1991년 발표한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은 관람객에게 강렬한 공포와 죽음에 대한 성찰을 동시에 안겨주고 미술 시장에는 커다란 충격을 선사했지만, 모두가 작품을 “예술인가, 사기인가?”라는 거센 비판과 논란이 있었다.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사진:궁인창)
작가가 작품에서 표현하려고 한 것은 “상어는 살았을 때 죽은 것처럼 보이고, 반대로 살았을 때는 죽은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라고 말한다. 처음 만든 상어가 여러 미술관과 갤러리를 돌며 전시하다 썩었을 때 작가는 작품에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더 넣어 보존하려고 했지만, 상어 살점이 계속 썩어 상어를 꺼내 말린 껍질을 펴는 작업을 했다. 그러나 소용이 없어 상어 교체가 결정되었다.
Online Viewing Room(사진:궁인창)
많은 미술사학자가 “그 작품은 동일한 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데이미언 허스트와 작품을 소유한 뉴욕 가고시안(Gagosian) 갤러리는 반박문을 내며 “미국의 설치미술가 댄 플레빈(Dan Flavin)의 조각 작품에서 형광등이 갑자기 나갔을 때 교체한다고 해서 작품의 본래 의미가 상실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강변했다. 허스트는 처음 상어를 잡은 호주의 어부에게 비슷한 크기의 상어를 부탁해 상어가 영국에 도착해 10배 더 진한 농도로 작업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계 인사 스티브 코헨이 이 작품을 1,200만 달러에 인수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으면 작품 가격이 상승하는 것을 꿰뚫고 있었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사진:국립현대미술관)
〈신의 사랑을 위하여〉(사진:국립현대미술관)
1980년 로스앤젤레스에 첫 번째 갤러리를 연 가고시안 갤러리는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이 설립한 메가 갤러리로 현재 뉴욕 맨해튼 첼시(Chelsea), 런던, 파리 3곳, 바젤, 비벌리힐스, 로마, 아테네, 제네바, 홍콩 등 21개 전시 공간에서 3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2025년 연간 매출 규모가 약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 딜러 비즈니스로 평가받고 있다. 2025년 9월 서울에서 열린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등 주요 아트 페어에 참여하며 아시아 시장에서도 놀랄만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운영 방식은 온라인 뷰잉룸(Online Viewing Room)과 가고시안 스팟라이트, 아티스트 스팟라이트(Artist Spotlight) 등 디지털 세일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신의 사랑을 위하여〉(사진:궁인창)
3부 ‘침묵의 사치’에서는 과학과 종교, 예술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는 과거 종교가 누렸던 권위를 현대 의학과 자본이 대체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그 믿음의 이면에 깔린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했다. 알약과 약장을 이용한 작품은 의학에 대한 맹신, 그 이면에 깔린 영생의 욕망과 시각적 요소들에 주목했다. 정제되고 깔끔한 외관, 규칙적이고 정돈된 진열 방식은 삶과 운명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강박적 집착과 욕망을 보여준다.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가장 오래 구경하는 작품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2007)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8세기 중반 젊은 사람의 유골을 백금으로 본뜨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박아 장식한 작품으로 크기는 17.1×12.7×19cm이다.
〈그래, 그런데 네 진짜 기분은 어때?〉1996(사진:궁인창)
〈신의 사랑을 위하여〉 작품을 구경하다 벽에 붙어있는 설명문을 발견하고 천천히 읽었다. “영원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인 다이아몬드와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의 조합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삶의 무상함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작품의 제목은 허스트의 어머니가 그의 새로운 작품 계획을 듣고 종종 내뱉는 감탄사에서 따온 것이다. 세상에(For the love of God), 다음엔 도대체 뭘 하려고 그러니?”라고 적혀있었다.
〈약국 레스토랑의 미술관 디스플레이〉(2026)(사진:궁인창)
〈약국 레스토랑의 미술관 디스플레이〉(2026)(사진:궁인창)
〈약국 레스토랑의 미술관 디스플레이〉(2026)(사진:궁인창)
데이미언 허스트의 작품은 Artsy의 2022년 기준, 3년 기준으로 추정할 때 1년에 36점이 판매되며 작품 평균가격은 약 4억 8천만 원이며 경매 낙찰률은 84.7%로 높은 편이다.
이 작품은 허스트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런던 노팅힐에서 운영했던 파머시(Pharmacy) 레스토랑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서울 전시를 위해 설치한 작품이다. 약국처럼 꾸며진 카페를 서울관 내부에 재현해 관람객이 현대 의학의 권위와 시각적 경험을 스스로 깨닫게 했다. 그는 레스토랑 폐업 당시 집기류를 소더비 경매를 통해 약 1,100만 파운드를 벌었다.
데이미언 허스트, 《Pharmacy London》(사진:궁인창)
데미안 허스트의 예술 작품 《Pharmacy London》 책은 출판사 슈타이들(Steidl)과 함께 10여 년에 걸쳐 10권으로 완성한 750부 한정판 사진집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 런던의 약국 모습을 기록한 역사적 초상으로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느꼈다.
데이미언 허스트, 《Pharmacy London》(사진:궁인창)
작가는 런던 전역의 모든 조제 약국과 약사를 조사하고 기록하여 특정한 순간이 아니라 실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도시의 모습을 온전하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고자 노력하였다. 2005년부터 2023년 사이에 촬영된 1,856개의 약국은 런던의 자치구 별로 알파벳 순서에 따라 정했다. 내부 촬영을 허락하지 않은 104개의 약국은 스케치 이미지로 대신하고, 내부는 촬영되고 약사가 등장하지 않는 71개의 약국은 따뜻하고 화사한 파스텔화로 사진을 대체했다.
데이미언 허스트, 《Pharmacy London》(사진:궁인창)
데이미언 허스트, 《Pharmacy London》(사진:궁인창)
영국 런던에는 다양한 약국이 존재한다. 메이페어 중심부에 위치한 ’The Pharmacy At Mayfair and Clinic‘은 NHS 및 개인 처방, 혈액 검사 등을 제공하며 ’Zafash 365 Days Pharmacy‘는 365일 밤 10시까지 운영하며 처방 약, 여행 백신 등을 취급한다.
《Pharmacy London》(사진:Steidl출판사, 2025)
’Click Health Pharmacy‘ (West London)는 런던 전역에 의약품을 배송하는 온라인 약국 서비스이고, ’Life Pharmacy‘ (Oxford St)는 건강, 뷰티, 비타민 전문 약국이다. 작가는 약장(Medicine Cabinets)이나 알약을 소재로 삼아 과학과 의학에 대한 현대인의 맹목적인 믿음을 비판적으로 조명했다. 허스트의 핵심 주제인 죽음과 치료에 대한 믿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이다. 작가는 “사람들은 약만 먹으면 병이 곧 나아진다고 착각한다.”라고 말했다.
데이미언 허스트, 《Pharmacy London》(사진:궁인창)
데이미언 허스트, 《Pharmacy London》(사진:궁인창)
2019년에 발표한 〈신작 꽃〉은 캔버스에 유화 물감으로 그린 벚꽃 연작 중 하나로 작품 크기는 274.3×182.9cm이다. 작가는 “3년 동안 작업실에 틀어박혀 직접 붓질하는 즐거움에 몰두하며 짧은 기간에 강렬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분출하는 벚꽃이 삶과 죽음, 아름다움과 욕망을 떠올리게 하는 소재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러한 작품들은 그의 작업 세계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죽음에 관한 관심과 색채와 형식을 둘러싼 미학적 고민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신작 꽃〉(사진:궁인창)
마지막 4부는 ‘작가의 스튜디오:리버 페인팅’로 작가의 런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에 주목해 보아야 한다. 미완의 회화 작품과 작업 도구, 개인 소지품이 널려 있다. 작가는 1,500점의 작품을 조수들과 함께 작업하였는데, 그의 작품은 기계적 제작 방식이 예술가의 신비로운 마법의 손을 거치면서 질서와 통제, 우연과 무작위가 지배하던 추상적 화면은 무질서하지만 아름다운 자연의 이미지로 전환되었다.
전시장 내부 관람객(사진:궁인창)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번 전시회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준비한 까닭은 데이미언 허스트 작품를 잘 안다고 하는 미술 애호가들이 얼마나 작가의 진품 대표작을 보았는가 하는 의문점에서 시작되었다. 대부분 사진 이미지만 본 대중들에게 진짜 진품을 보여주려고 기획했다. 송수정 전시 과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국까지 가서 작가의 작품을 구경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 특별히 개인전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미완성 회화 작품(사진:연합뉴스)
입장권은 8,000원이지만, 65세 이상 어른은 무료라 누구든지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가 60세가 된 노작가의 회고전이 아니라 개인전으로 이름을 정한 것은 작가의 작품이 아직도 변화 중이라 단순하게 말로 정의하기가 어려워 개인전으로 정했다. 작가는 기자들에게 “내 작품 예술은 삶에 관한 것이며, 죽음이라는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전시장의 작품은 아주 쉬운 작품도 있지만, 난해한 작품도 많았다.
온라인 아트바젤(사진:Art Basel)
아트 바젤(Art Basel)은 1970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현대미술 박람회로 2026년 바젤(6월 18일~21일, 플래그십), 마이애미 비치(12월 4일~6일), 홍콩(3월 29일~29일), 파리(10월 23일~25일) 그랑 팔레에서 개최되며, 전 세계 갤러리가 참여해 근·현대 미술 거장 및 신진 작가의 회화, 조각, 설치미술,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 작품이 전시되며, 매우 높은 수준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예술계의 핵심 행사이다. 아트 바젤은 단순히 작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미술계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최근 아시아 미술 시장(홍콩, 한국, 중국)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해 전략적 요충지가 되었다.
아트바젤 홍콩(사진:Art Basel)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장을 분주히 누비며 작품을 기록하고 감상했다. 예술가의 고뇌(苦惱)를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려고 애썼지만,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라 그저 환상의 영역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생활문화아카데미 대표 궁인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