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와 두꺼비 (아주당 전설)
아주동(鵝洲洞)과 아양동(鵝陽洞) 경계 당등산에 아주당이라는 사당이 있었다고 한다. 이 아주당은 지난 1973년 10월에 옥포조선기지가 만들어지면서 옛 모습이 없어진 상태다.
아주당은 용왕과 바다에 기도하고 또 아주현의 두꺼비와 지네의 전설이 있어 이곳의 풍년과 태평성대를 비는 제당이었다고 전한다. 아주현 두꺼비와 지네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옛날 아주동과 아양동 사람들 사이에선 가뭄과 흉년이 들면 아주동 산모퉁이 당집에 처녀를 제물로 바치면 풍년이 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가뭄이나 흉년이 들면 마을 사람들은 번갈아 가며 처녀를 제물로 사용했다. 어느 해 아주동과 아양동에 극심한 가뭄이 찾아왔다.
아주동과 좀 떨어진 곳에 가난한 집이 있었다. 이곳엔 두꺼비를 키우는 처녀가 병든 부모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처녀는 식모살이를 하며 얻어 온 밥을 두꺼비와 나눠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사람들은 아주동 산모퉁이 당집에 제물로 바칠 처녀를 찾던 중 가난한 집 처녀의 부모에게 돈을 주고 처녀를 제물로 바치게 된다.
하지만 처녀는, “나 하나 없어져서 우리 어머니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면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며 돈에 팔려가면서도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고 처녀가 제물로 당집에 바쳐졌다. 흰 소복을 입고 아무도 없는 곳에 앉아 있던 처녀는 밖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키우던 두꺼비가 앉아 있었다.
처녀는 너무 반가워 문을 열어 주니 두꺼비는 처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밤이 되니 지붕 및 천장에서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처녀가 소리가 나는 쪽을 들여다보니 껍데기가 반들반들하고 크기가 황소만한 지네가 처녀가 있는 곳으로 입을 벌리고 슬금슬금 기어왔다.
그때 처녀가 키우던 두꺼비가 처녀 앞에 서서 지네를 가로막았다. 그러자 지네는 입에서 독 안개를 내뿜었다. 두꺼비도 지네에게 독 안개를 피웠다.
두꺼비와 지네의 싸움은 새벽녘 닭이 울기 전까지 계속됐다. 먼저 쓰러진 쪽은 지네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꺼비도 쓰러졌다.
아침이 밝아 처녀가 두꺼비를 보니 두꺼비도 지네도 껍질만 남아 있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제물로 바쳐진 처녀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왔다가 살아있는 처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마을 사람들은 두꺼비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지네는 버리기로 했다. 하지만 지네를 산이나 들에 버리면 지네의 독이 산에서 나는 열매나 논밭에 심은 곡식에 스며들까 걱정이 돼 바다에 버리기로 했다.
그런데 지네를 버린 바닷가는 어느날부터 가끔씩 바닷물이 붉어졌다. 마울 사람들은 그 때 버린 지네의 독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한국전쟁으로 거제도에 많은 피난민들이 거제에 더부살이 왔는데 그 때 두꺼비와 지네의 이야기를 모르던 사람들이 지네를 버린 바닷가에서 난 조개를 먹고 죽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