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봉과 채금대
옛날 우정이 깊은 남 씨와 채 씨가 있었다. 두 사람은 평소 누가 아들을 낳고 누가 딸을 낳든지 성별이 맞으면 사돈을 맺자고 약속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 씨는 아들을 낳고 채 씨는 딸을 낳게 됐다. 하지만 채 씨는 가문을 이을 아들이 아닌 딸을 낳은 것이 못마땅해 남 씨에게 자기도 아들을 낳았다고 속이고 딸을 사내아이처럼 키웠다. 세월이 흘러 두 아이는 한 서당에 다니면서 글을 배웠다. 남자아이 이름은 남선봉이고 여자아이 이름은 채금대다.
어느 날 남선봉은 채금대에게 산에 올라가 오줌줄기 멀리 떨어뜨리기 시합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때 채금대는 대나무를 대롱으로 만들어 남선봉보다 더 멀리 오줌줄기를 떨어뜨리며 자신이 여자라는 사실을 감췄다.
그러던 어느 날 둘이 냇물에서 멱을 감았다. 채금대는 늘 윗 냇물에서 남선봉은 늘 아래 냇물에서 멱을 감았다. 특히 채금대는 멱을 감기 전 버들잎을 뜯어서 중요부위를 가려 여자인 것을 감췄다. 그렇게 남선봉은 오랫동안 채금대가 여자인지 알지 못하고 동무로 지내다 어느 날 채금대가 냇물에서 멱을 감다가 버들잎에 '나는 시집을 간다'는 글을 써 남선봉이 멱을 감는 아랫물로 보냈다.
그 때서야 채금대가 여자인 것을 알아차린 남선봉은 채금대가 여자임을 알고 채금대의 집으로 청혼을 했다.
하지만 채금대의 집에선 채금대를 남선봉에게 시집보내지 않고 다른 곳에 시집을 보낸다고 했다. 그러자 남선봉은 상사병이 나서 시름시름 앓다가 그만 죽고 말았다.
채금대가 가마를 타고 시집을 가는 날이 됐다. 가마가 가는 길에는 남선봉의 묘가 있었는데 채금대는 남선봉의 묘가 보이자 가마꾼들에게 가마를 멈추라고 하곤 가마에 내려 남선봉의 묘지로 올라가서 발을 '쿵쿵’ 굴렸다. 그러자 갑자기 묘가 갈라져 채금대를 묘지 속으로 끌고 가더니 닫히고 말았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