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한 부인 (원통한 사정을 푼 아내)
옛날 부인 셋과 혼인한 양반이 있었다. 이 양반은 어느 날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면서 셋째 아내에게,
“내가 서울 다녀 올 동안 부인은 무엇으로 나를 기쁘게 해 줄 것이오?”
하고 묻자, 셋째 부인은,
“서방님 오시기 전까지 방안 가득 예쁜 꽃으로 꾸며 놓지요”
했다. 양반은 첫째 부인과 둘째 부인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했다. 그러자 둘째 부인은,
“멋진 의복을 지어 서방님 장원급제 하면 입혀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했고, 첫째 부인은
“귀한 아들을 낳아서 서방님을 기쁘게 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답했다.
양반이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간 사이 첫째 부인은 아들을 낳았다. 대감이 서울에서 돌아 올 날이 가까워지자 아이를 낳은 첫째 부인을 질투한 둘째와 셋째 부인은 양반이 집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어떻게 해서든 첫째 부인이 낳은 아이를 죽이려고 계획했다.
둘째와 셋째 부인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첫째 부인과 아이를 헤어지게 한 뒤 아이를 죽일 셈이었다. 그러나 둘째와 셋째 부인의 어떤 유혹에도 첫째 부인은 아이와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 부인이 잠시 한눈을 판 순간 둘째와 셋째 부인이 아이를 훔쳐 소 여물통에다 아이를 던졌고 소는 아이를 널름 주워 먹어버렸다.
양반이 과거를 보고 장원급제해 얼마 후 집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들은 둘째 부인은 의복 준비를 서둘렀다. 셋째 부인도 이에 질세라 형형색색의 꽃으로 방을 꾸몄다.
하지만 첫째 부인은 자신이 낳은 아이를 소가 삼켜 없어졌기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었다. 아이를 낳았는데 갑자기 소가 먹었다고 말해도 남편이 믿어 주지 않을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원통하고 억울하기만 했다. 그러던 중 아이를 삼킨 소는 새끼를 낳았다.
얼마 후 장원급제한 양반이 집으로 돌아와 과거시험을 보기 전 세 부인들과 한 약속을 확인했다. 둘째와 셋째 부인은 양반과 약속한 것처럼 의복과 꽃올 준비했지만 첫째 부인은 아무것도 준비된 것 없이 눈물만 흘렸다.
양반에게 그 동안 자초지정을 설명했지만 예상했던 것처럼 양반은 첫째 부인의 말을 믿지 않고 오히려 거짓말을 한 죄로 아이를 삼킨 소가 낳은 송아지를 주며 집에서 내쫓았다.
며칠 후 한양에서는 임금님으로부터 어명이 내려졌다. 임금은,
“사람이나 짐승이나, 짚으로 만든 징을 나라가 울리도록 소리를 내면 나라 재산의 반을 내리겠노라”
하고 약속했다.
온 나라 사람과 동물이 짚으로 만든 징을 때렸지만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첫째부인을 내쫓은 양반은,
“짚으로 만든 징을 울리라니, 차라리 소가 아이를 삼키는 게 쉽겠다”
며 가능성 없는 임금의 명을 비꼬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양반이 내쫓은 첫째 부인이 송아지를 짚으로 만든 징 앞에 몰고 가자 송아지는 꼬리를 들고 빙글 돌더니 짚으로 만든 징을 꼬리로 내리쳤다. 그때였다. 온 나라를 울릴 만큼 큰 소리가 '떠엉’하고 울렸다.
약속대로 나라 재산의 반을 얻은 첫째 부인은 원한을 풀며 잘 살았다. 첫째부인은 얼마나 돈이 많은지 송아지에게 금으로 만든 굴레까지 만들어줬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