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구 이야기 (여우누이)
옛날 삼형제를 낳은 부자가 살았다. 부자 부부는 아들만 줄줄이 낳아 딸을 낳아 기르는 게 소원이었다. 그러다 늘그막에 딸 하나를 낳았는데 먼저 낳은 삼형제보자 딸을 훨씬 아끼고 사랑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이상하게 부잣집에서는 기르던 가축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삼형제는 매일 번갈아가며 가축을 지켰지만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가축 한 마리가 사라지고 없었다.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었던 삼형제는 매일 늦은 밤마다 화장실을 다녀온다며 집밖을 나가는 여동생이 의심스러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삼형제는 여동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삼형제는 부모님을 찾아가 아무리 생각해도 누이가 의심스럽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삼형제에게 돌아오는 것은 부자 부부의 야단뿐이었다. 삼형제가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시샘하고 미워한다는 것이다.
부잣집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많던 가축들이 다 사라지고 집안의 재산도 없어져 점점 망해갔다. 가축이 모두 없어지자 형제들도 한 명씩 없어졌다.
그리고 결국 막내아들 혼자만 살아남았다. 막내아들은 이집에 계속 있다간 자신도 부모님과 두 형님들처럼 봉변을 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누이가 한눈을 파는 사이 도망을 쳤다.
한참을 도망을 치다 보니 깊은 산중에 도착했고, 산속을 헤매다 해질녘이 돼서야 기와집 한 채를 발견했다.
날도 저물고 배도 고픈 막내아들은 기와집에 하룻밤 신세를 지기로 하고 문을 두드렸다. 기와집에서는 아리따운 낭자 혼자서 살고 있었다. 막내아들은 그간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하자 낭자는 아무 걱정 말고 여기서 함께 살자고 했다.
하지만 막내아들은 편하게 기와집에서 보낼 수 없었다. 급하게 도망치 느라 나이 든 부모님을 미처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내아들은 낭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집에 한 번 다녀와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낭자는 빨간주머니 · 파란주머니 · 노란주머니 세 개를 주며 위급할 때 하나씩 던지라고 말했다.
막내아들이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집에 도착했을 때 도망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살던 집은 폐허가 되고 부모님도 사라진 채 여동생만 혼자 살고 있었다. 막내는 분명 여동생이 아버지 어머니까지 해쳤을 것이라 생각했다.
막내아들은 여동생의 눈을 피해 도망가려는 생각으로
“먼 길을 오느라고 밥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프구나. 밥 좀 해다오”
하고 여동생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동생이
“그 사이에 도망가려고요?”
“도망은 무슨, 안 간다. 아무 걱정 말고 밥이나 좀 해다오”
“그럼 이 실로 오빠 팔과 내 팔을 묶어요”
막내아들과 여동생이 실로 팔을 묶고 나서야 동생은 안심하고 부엌으로 갔다. 그 사이 오빠는 실 끝을 문고리에 묶고, 똥 세 덩이를 싸놓고 도망을 쳤다.
여동생이 밥 짓다가 오빠가 있는지 알아보려고
“오빠”
하고 부르자
“응”
하고 똥이 대답했다. 그런데 여동생이 네 번째 오빠를 부를 때부터는 아무리 오빠를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동생은 그때서야 오빠에게 속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급하게 오빠를 쫓았다.
동생은 얼마나 빠른지 금방 오빠를 따라 붙었다. 얼마 후 여동생이 등 뒤까지 따라 붙자 막내아들은 낭자가 준 빨간 주머니를 던졌다. 그러자 불길이 일어나 동생의 앞을 막았다.
막내아들은
“이제야 살았구나, 여동생이 불에 타 죽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여동생은 어느 새 불길을 헤치고 또 다시 막내아들을 뒤쫓아 왔다.
이번에는 파란주머니를 던졌다. 갑자기 산에서 급류가 쏟아져 동생을 쓸어갔다. 오빠는 이제 한숨 돌리려고 하는데 동생이 물 속에서 뛰쳐나와 또 달려드는 것이었다.
오빠는 급히 나무에 올라갔다. 그리고 마지막 노란 주머니를 던지자 나무 밑에 가시덩굴이 생겼다.
하지만 동생은 가시덩굴에 찔리면서도 나무를 갉기 시작했고 잠시 후 나무가 넘어지게 됐다. 이제는 정말 동생에게 죽게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는 그 때 산속 집에서 만났던 남자가 나타났다. 낭자는 개를 몇 마리 데리고 나왔는데 개들이 여동생을 보자 달려들어 싸우기 시작했다.
한참을 싸우다가 여동생은 개들에게 물려 죽었는데 죽은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니 천 년 묵은 여우가 변신해 된 매구(여시)였다.
매구는 곧잘 사람으로 둔갑했다. 남자는 하늘 사람인 선녀였는데 잠시 지상에 내려와 오빠를 구해주고 다시 하늘나라로 가 별이 됐다고 한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