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이야기
거제 지세포 마을에 효자가 살았는데 동지섣달 겨울 날 병석에 누워 있는 아버지가 숭어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효자는 아버지가 숭어를 먹고 싶다는 말에 '아버지 걱정 마시고 조금만 기다리세요'라고 말한 뒤 망태를 메고 숭어 구하러 거제 칠백리 곳곳을 다녔다.
지금은 다양한 어구나 기술로 바다에서 생선을 잡는 일이 수월해졌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낚시만으로 고기를 잡던 시절이었다. 추운 겨울 낚시하는 사람이 없던 탓에 생선을 구하기 힘들었던 효자는 어느 날 나룻배로 견내량을 건너 통영 지역까지 숭어를 구하러 갔다. 당시는 통영을 진남이라 불렀다고 한다.
나룻배가 견내량을 반쯤 지날 때였다. 갑자기 숭어 한 마리가 물에서 튀어나와 나룻배에 올라오는 게 아닌가.
효자는 숭어를 보자마자 잽싸게 자신의 망태에 숭어를 넣었는데 뱃사공이 자신의 배에 뛰어든 숭어 주인은 자신이라며 효자의 망태에서 숭어를 꺼냈다.
그러자 숭어가 다시 펄쩍 뛰어 바다로 빠져 들었고, 배는 목적지에 닿았다. 숭어를 잡아 아버지께 드릴 기회를 눈앞에서 잃어버린 효자는 부둣가에 앉아 한없이 울기만 했다.
그런데 저 멀리서 효자가 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그네가 있었다. 거제쪽 견내량부터 효자와 함께 나룻배를 타고 오며 효자의 사정을 지켜본 그 나그네는 다름 아닌 통제사였다.
또 나그네가 효자에게 어디에 사는 누구냐 물으니 일운면 사는 누구라 이야기 했고, 얼마 후 그 마을에는 효자문이 섰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일운면 지세포리 대동마을에 살았던 실존 인물인 고임규(高任奎)의 이야기다.
일운면 지세포에서 와현으로 넘어가는 고개에 있는 '효자공원'비각에 그 이야기가 상세하게 기록돼있다.
어려서부터 효성이 지극했던 효자는 병석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약시중에 정성을 다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시묘 살이로 3년을 보냈다.
이후 어머니마저 병환으로 눕게 되자 효자는 정성을 다해 병간호를 해도 소용이 없었는데, 하루는 어머니가 “생선이 먹고 싶다”는 말에 온 힘을 다해 생선을 구한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줬고 거제지역 선비들은 관청에 그의 효행을 알리고 포상을 내려달라는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 거제전래설화집 (거제문화원 2019년 12월) |